[임영호의 인문학 서재] 나는 독특하다… “카르페 디엠”
[임영호의 인문학 서재] 나는 독특하다… “카르페 디엠”
(16) 죽은 시인이 사회
  • 임영호 우송정보대 특임교수
  • 승인 2018.06.22 05: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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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 우송정보대 특임교수

[굿모닝충청 임영호 우송정보대 특임교수] 『죽은 시인의 사회』, 책 제목이 좀 으스스하다.  공포 영화 같다. 죽은 시인들이 중심이 되어 저세상에서 특별한 하나의 사회를 만드는 줄 알았다. 『죽은 시인의 사회』는 Dead Poets Society를 번역한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오역이다. Society는 ‘모임’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100년 전에 죽은 시인들이 살아생전에 하나의 모임을 구성했다. 죽은 다음에는 정회원이 되고 죽기 전에는 준회원이다. 최선을 다해 삶을 살고 명예롭게 죽음을 맞이하자는 뜻이다.

1990년, 이 소설은 먼저 영화가 성공한 후 만들어 졌다. 피터 위어 (Peter Weir, 1944~ )가 감독했고, 죽은 희극배우 로빈 윌리엄스(Robin Mclaurin Williams, 1951~2014)가 열연한  이 영화는 큰 반향을 얻었다.

배경은 고등학교인 웰튼 아카데미에서 일어났다. 전통, 명예, 규율, 최고가 교훈인 이 학교는 전교생의 70%가 일류대학인 아이비리그에 진학한다. 웰튼 아카데미는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오로지 명문대 입학에 목숨을 걸고 앞만보고 달린다. 자신의 꿈에 따라 사는 것이 아니다. 당연히 입시 중심교육이다. 학생들에게 자신의 결정과 판단은 없다. 오직 교장의 방침, 말씀이 진리인 학부모가 결정하고 판단한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부모나 학교의 희망대로 공부하여야 하고 학생들은 따라 가야한다.

이 학교에 괴짜 선생이 부임한다. 30대 초반의 존 키팅이라는 국어교사는 이 학교 출신이지만 교육 철학은 완전히 다르다. 그는 학생들은 앞날을 스스로 설계하고 그 방향대로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가르친다. 키팅은 월터 휘트먼(1819~1892)의 시를 인용한다. “종교적 신념과 교육은 잠시 접어두고 그 어떤 어려움도 물리치고 나는 말하겠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 속에 인간의 독창적인 에너지가 있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처럼 소리를 내는 것은 쉽지 않다. 편견이나 습관, 외부의 압력 따위로부터 어떻게 각자를 해방시킬 수 있을까? 키팅이 자주 말하는 19세기 현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소중한 삶을 절망의 침묵 속에서 살아간다고 한다. 그는 월든 호숫가에 오두막을 짓고 살면서 어떻게 살아야 삶다운 삶인지 사색하고, 삶이 아닌 것은 살지 않으려고 했다.

키팅은 강조한다. “여러분들만의 고유한 목소리를 찾아라.” 책을 읽을 때도 자신의 생각이 무엇인지 여유를 갖고 꼼꼼히 따져야 한다. 저자의 생각만 고려하지 말고 자신의 생각을 말해라. 그는 교과서에 나오는 프리챠드 박사의 ‘시의 이해’라는 논문을 찢으라고 말한다. 또, 키팅은 교탁 위로 올라가서 행동으로 보여 주면서 외쳤다. 다른 각도에서 끊임없이 사물을 바라봐야 한다. 학생들에게 걸으라고 하면서 서로 발을 맞추고 줄을 맞추려고 하는 행태을 지적하고 외친다. 그 누구도 아니고 자기 걸음으로 걸어라. 나는 독특하다는 것을 믿어라. 누구나 몰려가는 줄에 설 필요는 없다. 바보 같은 사람들이 무엇이라고 말할지라도 자기만의 걸음으로 자기 길을 가거라.

키팅은 첫 시간에 학생들을 웰튼의 기념 전시관에 데리고 갔다. 이 전시관 안에는 1800년대부터 지금까지 웰튼 아카데미를 거쳐간 졸업생들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키팅은 학생들에게 물었다. 이 사람들 가운데 과연 몇 명이 한 평생 소년 시절의 꿈을 마음껏 펼쳐 보았겠는가? 대부분 지난 세월을 아쉬워하면서 세상을 떠나 무덤 속으로 사라졌을 것이다. 능력이나 시간이 없어서 그랬을까? 아니다. 그들은 성공이라는 전지전능한 신을 뒤쫓는데 급급해서 소년 시절 품었던 꿈을 헛되이 써버리고 말았다. 키팅은 학생들에게 가르친다. “오늘을 즐겨라. 자신들의 인생을 헛되이 낭비하지 마라.” 라틴어로 카르페디엠(Carpe Diem)이다. 시의 한 구절이다. 장미꽃 봉오리를 따려면 지금 /시간은 언제나 말없이 흐르고/오늘 이렇게 활짝 핀 꽃송이도 내일이면 시들어 버릴 것이다.

사고가 났다. 닐은 연극을 하고 싶었다. 가슴뛰도록 하고 싶은일이고 이럴 때 살아있다는 기분이다. 아버지는 달랐다. 의사가 되기를 바랐다. 둘은 심하게 갈등했다. 닐이 주인공으로 출연한 연극 ‘한 여름밤의 꿈’ 공연을 본 아버지는 크게 실망한 나머지 닐을 다른 학교로 전학시키려 했다. 닐은 절망 속에서 죽음을 택한다. 아버지는 연극은 하찮은 것이고 의사는 대단하다는 세상의 눈으로 보았다.

죽은 닐 부모는 아들의 죽음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시키려 했다. 교장선생은 키팅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학생들은 키팅의 잘못을 증언할 것을 요구받았다. 유일하게 달톤은 거부하였고 나머지 학생들은 부모와 교장의 협박에 못이겨 인정하였다.

학교를 떠나는 날, 토드는 키팅의 결백을 주장하고 키팅을 향한 존경의 마음으로 평소 학생들이 키팅에게 불렀던 “오 캠틴, 마이 캡틴”을 외치면서 책상에 올라간다. 다른 학생들도 토드처럼 책상에 올라가 배웅한다. 키팅은 인간의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가르쳐 준 진정한 스승이다. 키팅은 시와 미, 사랑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행복과 연관된 것들이다. 그러나 세상은 삶의 수단에 불과한 의학과 법률, 경제, 기술 따위를 더 숭상한다. 이 책을 읽으면 잠시라도 자기 삶을 뒤돌아보게 한다. 삶의 목표가 무엇인지 중간 점검이라도 해야 조금은 잘 살 수 있다. 답답할 때가 있다. 이 세상밖에 없는가. 기껏해야 저세상밖에 없는가.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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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은정 2018-06-25 08:53:19
오늘 카르페디엠을 외치며 죽은시인의 사회를 본고 울컥한 1인입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삶의 목적을 명확히 알게 되네요~^^
소확행 하며 오늘도 감사할 일 많은 날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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