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극장가에서는 1년 중 최대 대목인 여름 극성수기 초입에 해당하는 기간이다. 보통 이 기간에는 성수기 블록버스터에는 다소 못 미치는 버금작들이 개봉한다.
하지만 올해는 예년과는 다른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조심스런 전망을 내놓을 수 있을 것 같다. 바로 영화 <변산> 때문이다. 이 작품은 남녀노소 누구나 흥미롭게 즐길 수 있는 영화다.
◆ 변산 (연출: 이준익 감독, 배우: 박정민 김고은 장항선 정규수 고준 등)
이 영화는 ‘변산’이라는 제목을 봐서는 얼핏 사극처럼 보인다. 하지만 전혀 아니다.
그렇다면 주인공이 래퍼라서 음악영화? 꼭 그렇진 않다. 영화에서 ‘랩’은 스토리를 위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을 뿐이다.
동시에 스토리의 줄거리가 이 랩에 모두 담겨 있고, 그 앙상블은 이준익 감독만의 전매특허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왕의 남자>(2005), <라디오스타>(2006), <즐거운 인생>(2007), <님은 먼 곳에>(2008), <왕의 남자>(2005)에 이르기까지, 음악을 소재로 드라마틱한 인생을 노래하는 이준익 감독의 스토리텔링은 음악과는 불가분의 관계다.
TV의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에 6번 탈락한 서른두 살 무명 래퍼 학수(박정민)가 오래 연락이 끊겼던 아버지(장항선)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리고는 전북 부안의 고향 변산으로 달려가고, 거기서부터 본격적인 스토리가 펼쳐진다.
특히 변산 하늘 위에 떠 있는 저녁 노을은 과거 청춘 시절 추억의 흑역사를 떠올리고, 붉은 노을 풍광에 랩을 멋들어지게 덧칠해낸다. 촌스러움과 트렌디함을 서로 어울리게 만들었다.
두괄식으로 이 영화를 소개하자면, <변산>은 작품성과 흥행성을 두루 갖춘 신선도 높은 수작이다. 웃음과 슬픔이 한데 버무려진 ‘웃픈’ 영화다. 공인 ‘전주 비빔밥’ 그 이상으로 맛깔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흥행 면에서는 적어도 중박(500만 스코어) 이상은 물론이고, 탄력만 받으면 천만 가까이까지 점쳐볼 수 있겠다.
김세경 작가가 썼던 두 줄짜리 시구(내 고향은 폐항 / 내 고향은 가난해서 / 보여줄 건 노을밖에 없네)에 매료돼 메가폰을 잡게 된 이 감독에게도 박정민이 써내려간 랩 가사는 큰 울림을 줬다. 이 감독의 탁월한 연출력에 배우들의 연기 또한 나무랄 데 없다. 스토리 못잖게 캐릭터 모두 속이 꽉 들어찬 것처럼 실하다. 어느 것 하나 빼놓기 어렵다.
특히 휴머니티가 깔린 도화지 위에 저마다의 캐릭터들이 고유의 색깔을 고스란히 드러내면서 촘촘하게 스토리를 채워간다. 이 감독은 영화에서 김고은을 통해 “값 나게 살지 못해도 후지게 살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 감독 스스로 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밝혔듯이, 배우들의 신들린 듯한 연기에 박수 치지 않을 수 없다.
김고은의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한 입에 착 달라붙는 애드립, 박정민의 정체성을 보란 듯이 과시한 천부적인 노래와 연기, 72세 고령의 원로 장항선 배우의 곰삭은 연기에 몰입되지 않을 재간이 없어 보인다. 15세 관람가에 4일 개봉.
변산대박 케대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