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컥’ 하는 순간 당신의 간(肝)도 아프다
‘벌컥’ 하는 순간 당신의 간(肝)도 아프다
봄의 양생(養生)
  • 최재호
  • 승인 2012.07.10 1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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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재호 원장

봄 여름 가을 겨울. 우리나라의 사계절은 아름답다. 그 중에서도 봄은 더 아름답다.
봄에는 모든 생명이 기지개를 켠다. 얼음이 녹아 벚꽃, 진달래, 철쭉 같은 봄꽃이 피고, 따스한 봄바람이 불면 산은 밝은 연두색으로 물든다. 마치 곤하게 잠들었던 사랑스런 아기가 기지개를 켜며 서서히 잠에서 깨는 것 같다.
봄은 동이 터오는 동쪽과 비슷하다. 어둠을 지나 새벽 동이 터오듯이, 추운 겨울을 지나 봄이 온다. 봄은 겨우내 휴식을 취하던 생명력이 환하게 펼쳐지는 계절이다.

 

 

긴장·욕심 내려놔야 몸도 건강
한의학 최고의 경전인 황제내경소문(黃帝內經素問)에서는 봄의 양생법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봄 3개월은 (…) 밤에 자고 일찍 일어나서 넓은 발걸음으로 마당을 거닐고 의복과 머리를 편안히 하여 몸을 여유롭게 하여서 마음의 뜻은 생(生)하는 것에 중심을 두니, 살게하되 죽이지 말며 주되 빼앗지 말고 상은 주고 벌하지 말것이니, 이것이 봄의 기운에 응하는 것이요 양생의 길이다. 이것을 거스르면 간(肝)을 상한다. (春三月 (…) 夜臥早起 廣步於庭 被髮緩形 以使志生 生而勿殺 予而勿奪 賞而勿罰 此春氣之應 養生之道 逆之則傷肝)’

봄 양생법의 핵심은 앞의 내용처럼 (긴장과 욕심을 내려놓고) 부드럽고 편안히 마음과 생활을 하며, 벌주고 질책하기 보다는 자꾸 북돋아 주고 격려하는 것이다. 이것은 계절적인 봄의 시기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연애를 시작했을 때를 생각해보자. (하도 오래 돼서 기억이 잘 안 나도 노력해보자). 막 밀어부치는 용감한 전사(?)도 있으셨겠지만, 그런 사람조차도 모두 서로에게 부드럽고 조심스러우면서도 다정다감하고 뭔가 설레고 하지 않았나.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도 질책과 벌은 금물
봄처럼 자라나는 아이들을 키울 때도 기본은 이와 같아야 한다.
시행착오도 하면서 봄처럼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자꾸 열매를 맺으라고 강요하면 아이들은 낙엽 떨어지는 가을 나무들처럼 시들어간다. 잘못을 하면 고치도록 훈계도 해야 하지만, 기본은 격려와 따뜻한 사랑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없이 자꾸 지적하고 벌을 주려고만 하면 봄 없는 가을 같이 된다. 아이들이 불안정해지고 방황할 수 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요즘 학업 성취도, 학교 폭력 등에 대해 국가 기관들이 내놓는 대책들이, 봄이 우선 필요한 우리의 아이들에게 자꾸 차가운 칼바람 같은 대책을 들이대는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 물론 엄정한 대처가 필요할 때도 있겠지만, 본말 선후가 뒤바뀐 듯 하다.

봄의 기운 거스르면 간이 먼저 상한다
봄의 기운에 거스르면 간을 상한다고 했다. 여기서 간은 현대의학에서 이야기하는 형체를 가진 간(liver)도 관계되지만, 좀더 넓은 의미로 간의 기운까지 포함한다. 한의학에서는 그 전체를 간(肝)으로 표현한다. 간은 봄과 비슷한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봄의 양생에 반대로 하면 간이 쉽게 상한다. 대표로 벌컥 화내는 것, 화를 참는 것, 오래 피로한 것 등이다.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한의학에서는 화내는 것(怒)과 봄이 같은 속성이라고 보고 있다. 봄에 가장 반대 같아 보이는 화내는 것을 왜 같다고 보고 있을까. 그것은 겨울에 움츠렸던 기운이 봄에 펼쳐지는 것과 마음 속에 이건 아닌데 하면서 뭉치고 있던 화가 펼쳐져 나오는 모습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봄과 어찌 화가 같겠나라고 생각되기 쉽다.

그럼 이렇게 생각해보자. 온화한 할아버지께서 아랫사람의 잘못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가 스스로 못 고치자 불러서 “지금 네가 한 행동들이 왜 그랬는지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나, 그것을 보고 있자니 내가 화도 나고 안타깝기도 하고 그렇다. 왜 그렇게 한 것인지 네 생각을 먼저 들어 보고 싶구나” 이렇게 화를 내었다면, 아랫사람은 부끄럽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할 것이다.

고요하고 청량한 겨울처럼 자신의 화가 생기고 있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가 적당한 때에 이르러 봄과 같이 화를 내는 것, 이것이 정상적인 화의 모습이리라. 이렇게 화를 낼 수 있다면 우리의 간을 비롯한 오장육부의 기운이 요동칠 일은 없을 것이다. 따뜻한 마음으로 나 자신과 내 주변에 감사와 격려를 나누는 봄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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