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비판의 본질 외면한 양승조 충남지사
[노트북을 열며] 비판의 본질 외면한 양승조 충남지사
관용차 사태의 핵심은 교체 시기만이 아닌 가격…쓴 소리 할 사람 가까이 두길
  • 김갑수 기자
  • 승인 2018.08.05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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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조 지사는 지난 2일, 취임 후 처음으로 가진 정례 기자회견에서 1억800만 원짜리 관용차(제네시스 EQ900) 구입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충남도 제공)

[굿모닝충청 내포=김갑수 기자] 수년 전, 과거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한 정치인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내용인 즉 “청와대에 들어가면 대통령에서부터 말단 직원에 이르기까지 둘도 없는 애국자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야당은 물론 언론과 국민의 비판에도 “왜 이렇게 나를 몰라주나?”라며 답답함을 토로하게 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권력의 중심부에 있기에 일반적인 정서와는 거리가 멀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들렸다.

뜬금없는 이야기를 꺼낸 것은 최근 양승조 충남지사의 언행과 약간 오버랩 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양 지사는 지난 2일, 취임 후 처음으로 가진 정례 기자회견에서 1억800만 원짜리 관용차(제네시스 EQ900) 구입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인수위 시절에 관용차를 교체하자는 것은 제가 그런 종류의 차량을 타지 않고 한 것도 있고 전임 지사와 관련된 그런 문제가 작용하지 않았나, 새로 시작하는 마당인데 그런 감정상의 문제도 좀 있지 않았나 하는 말씀을 드릴게요.”

풀이해 보면, 미투 폭로로 불명예 퇴임한 안희정 전 지사가 쓰던 카니발을 그대로 사용하기엔 찝찝함이 있었다는 것이다.

복수의 언론이 1년이 채 안 된 관용차를 교체했다는 것 못지않게 1억 원이 넘는 고가의 차를 구입했다는 것을 문제 삼았음에도 양승조 지사는 “저만 관용차를 쓰듯이 하는 무자비한 비판”이라며 본질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역공을 편 것이다. (지난 2일 JTBC에 소개된 굿모닝충청 관련 기사. 화면 캡쳐)

양 지사는 국회의원 시절 에쿠스나 K9 등 주로 고급 승용차를 이용했고, 후보 때는 카니발을 탔던 만큼 “이번에는 제네시스를 타보시는 게 어떠냐?”는 측근의 건의가 있었다는 의미로도 해석되고 있다.

이것도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지만 더 큰 문제는 비판의 본질을 외면하거나 잘못 파악했다는 점이다.

양 지사는 “관용차의 구입 시기에 대한 지적은 달게 받겠다. (그러나) 저만 관용차를 쓰듯이 하는 무자비한 비판을 늦게나마 봤다. 그런 비판은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항변했다.

복수의 언론이 1년이 채 안 된 관용차를 교체했다는 것 못지않게 1억 원이 넘는 고가의 차를 구입했다는 것을 문제 삼았음에도 양 지사는 “저만 관용차를 쓰듯이 하는 무자비한 비판”이라며 본질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역공을 편 것이다.

앞서 양 지사는 “저출산 대책을 도정의 제1과제로 삼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기자의 칼럼이 나간 다음 날 실국원장(간부) 회의에서 “‘중앙정부에서도 해결하지 못한 것을 지방정부에서 어떻게 하겠느냐’는 냉소적인 시각이 있는 것도 안다”며 다소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 바 있다.

관계 공무원이 써 준 원고를 그대로 읽었다고 하더라도 ‘냉소적인 시각’이라는 표현은 납득하기 힘든 대목이었다. ‘냉소적’은 “무관심하거나 쌀쌀한 태도로 비웃는 것”이란 뜻인데 절대 그런 자세로 쓴 글이 아니기 때문이다.

두 가지 사례를 볼 때 양 지사는 비판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봐도 무리는 아닐 듯하다.

원컨대 양승조 지사가 6일 실국원장(간부) 회의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도민 앞에 진솔한 사과를 했으면 한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지나가도 될 상황은 아니다. (자료사진: 충남도 제공)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추측컨대 양 지사가 언론의 비판에 대해 익숙하지 않거나, 그의 주변에서 이를 왜곡해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두 가지 중 어느 쪽에 해당되더라도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전자일 경우 양 지사 스스로 하루 빨리 고치려 노력해야 할 일이다. 특히 후자라면 이번 일을 계기로 주변을 정리하는 것은 어떨까 싶다.

혹여 관용차 교체를 비판하는 네티즌들을 특정인의 지지자들로 여기는 것 역시 위험천만한 일이다.

언론의 비판은 너무나 당연하다. 비판하지 않는 언론은 짠 맛을 잃은 소금과 다를 바 없다. 아울러 합리적인 비판은 도정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이를 야당의 정치공세 정도로 여겨선 안 된다.

원컨대 양 지사가 6일 실국원장(간부) 회의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도민 앞에 진솔한 사과를 했으면 한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지나가도 될 상황은 아니다.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지만, 어떻게 만회하느냐에 따라 나중에는 천양지차(天壤之差)가 되는 일도 적지 않다.

정치인에게는 더욱 그렇다. 이참에 가까운 곳에 쓴 소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을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이제 더 이상 아무런 문제의식조차 없이 이런 일이 반복되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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