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이야기가 있다] 목동에서 만난 반가운 평화
[그곳에 가면 이야기가 있다] 목동에서 만난 반가운 평화
(84) 목동성당에서 열린 프란치스코 평화음악회
  •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 승인 2018.08.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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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지난 18일 토요일 저녁, 대전 목동성당의 열린 문 틈 사이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가 무더운 여름날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음악의 진원지는 8월로 13회째 진행되고 있는 ‘프란치스코 평화음악회’이다.

목동성당은 대전 중구 목동에 위치한 성당으로 대전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이다. 내년이면 성당이 건립 백주년을 맞는 목동성당은 교구에 속해 있는 성당이지만 프란치스코회에 뿌리를 두고 있어 교구 신부가 아닌 프란치스코회 신부들을 만날 수 있다고 성당의 특징을 설명한다. 평화음악회가 열리는 목동성당 본당은 고딕 양식으로 지어져 단순하면서도 고풍스럽다. 성당이 지어진 후 본당 내부의 리모델링을 맡은 신부님은 작은 소리로도 큰 공간을 울려 가득 채울 수 있도록 음향적인 부분에 신경을 기울여 만들었다. 그래서 대부분 마이크를 쓰지 않아도 아름다운 소리로 공간을 꽉 채울 수 있다는 후문이다. 목동 주민들의 마음이 모인 평화음악회가 열리는 곳이 목동성당의 본당이라는 사실은 여러모로 인연과 의미가 깊다.

이번 달로 13회를 맞은 프란치스코 평화음악회는 목동성당을 모체로 시작되었지만 그 주체는 목동을 사랑하는 주민들의 공동체이다. 함께 음악을 들으면서 서로서로 사랑을 나누자는 취지로 목동의 주민들이 모였고 또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적은 젊은 예술가들에게 무대를 내어주자는 취지도 굳게 지켜졌다. 이렇게 주민들이 목말라하는 문화와 젊은 예술가들에게 무대를 제공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평화음악회의 첫 공연은 2017년 5월에 있었다. 평화음악회의 주최와 운영을 맡고 있는 프란치스코 평화음악후원회의 회장 한영란 씨를 비롯해 클래식을 사랑하는 다섯 사람이 주춧돌을 놓아 드디어 첫발을 뗀 것이다.

평화음악회는 본공연 전후로 15분간 초, 중, 고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작은 무대를 꾸밀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무대를 주는 것이다. 만약 젊은 음악가인 당신이 무대를 원한다면 지금 평화음악회로 연락을 해도 좋다. 그러면 운영진과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공연을 할 수 있는 무대가 주어질 것이다. 이곳에서 에너지를 받아간 젊은 음악가들이 언젠가 멋진 예술가가 되어 돌아와 다시 한 번 큰 무대를 꾸며 주는 것이 소망이라고 한영란 회장은 말한다. 그리고 그날이 올 때까지 10년이고 20년이고 꾸준히 음악회를 이끌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평화음악회는 지금 목동성당의 본당에서 진행하고 있지만 종교와 상관없이 음악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찾아오고 참여할 수 있는 음악회이다. 성당에 신자가 아니어도 목동에 살지 않아도 심지어 대전 사람이 아니어도 참석할 수 있다. 얼마 전 1주년을 맞은 평화음악회는 이제 찾아오는 방문객이 200명이 넘어가고, 후원자도 140명에 이르는 어엿한 음악회로 일어섰다.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기증하고 스스로 만들거나 가진 것을 나누는 등, 후원의 방식도 여러 가지인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며 열 세 번의 걸음마를 뗀 것이다.

지난 토요일 저녁 열린 제13회 평화음악회의 무대는 특별한 손님들로 채워졌다. 대전 국제음악제의 무대에 섰던 프랑스의 목관 5중주 그룹, 퀸텟 알트라가 목동성당을 찾은 것이다. 8월 17일 대전 예술의전당에서 진행됐던 드뷔시 서거 100주년 기념 공연의 앙코르 공연의 성격을 가지기도 한 이번 음악회는 출연진 전원이 무대에 올라 호른, 오보에, 클라리넷, 바순, 플롯으로 이뤄진 목관오중주의 매력을 드뷔시와 멘델스존 선율을 통해 보여주었다.

평화음악회에서는 그저 관객들이 와서 음악만 감상하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음악회의 일원이 된다. 매 공연이 끝나면 그 달을 이야기하는 노래를 관객들과 함께 부르고, 그 이후엔 성당 앞에서 작은 나눔회를 갖기도 한다. 단지 좋은 음악을 듣고 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기쁨을 나눈다는 음악회의 정신을 실현하는 것이다. 또 공연장에서 음악을 듣기만 하는 음악회와는 다르게, 연주곡에 대한 설명을 화면으로 덧붙여 거리감을 가질 수 있는 고전음악을 친숙하게 만나는 교육적 효과를 만들고 있다. 그와 동시에 대전 지역의 초,중,고등학교에 공문을 넣어 학생들이 찾아와 수행평가도 하고, 음악을 더 가까이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날 공연에서도 첫 곡의 연주가 끝나고 나서 프랑스에서 온 연주자들이 직접 악기의 특징을 설명하면서 각 악기의 차이점과 공통점 그리고 각자의 매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선율을 들려주기도 했다.

평화음악회의 주된 정신인 나눔과 만남의 기쁨은 이미 실현되고 있다. 그 생생한 예가 있다. 한 관객이 평화음악회의 포스터를 보고 십여 년 전에 헤어져 연락이 안 되던 친구를 음악회에 참여하는 연주자로 발견한 것이다. 그 음악회가 끝나갈 시간에 맞춰 친구가 꽃다발을 들고 입장해 수십 년만의 상봉을 연출하는 영화 같은 장면도 볼 수 있었다. 오래된 인연의 끈을 평화음악회가 다시 맺어주게 되는 계기로 작동한 것이다.

1년 동안 꾸준히 성장해온 평화음악회의 앞으로의 갈 길은 넓고 길다. 내년, 목동성당의 백 주년을 준비하는 기쁜 마음으로 음악회를 찾는 모든 이들에게 사랑과 마음의 평화를 전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싶다고 음악 공동체는 말한다. 이 마음이 언제까지나 주민과 시민들에게 좋은 음악을 전할 수 있다면 더 큰 이룰 것이 없다는 것이다. 매월 셋째 주 토요일 저녁, 지친 일상 속에서 잠시 사람 냄새와 따듯함을 느끼고 싶다면 목동성당에서 열리는 평화음악회를 찾아달라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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