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인문학 서재] 진시황 천하통일 도운 절대권력의 철학
[임영호의 인문학 서재] 진시황 천하통일 도운 절대권력의 철학
(21) 한비자 ‘한비자’ (上)
  • 임영호 우송정보대 특임교수
  • 승인 2018.08.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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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자

[굿모닝충청 임영호 우송정보대 특임교수] 한비자(韓非子)는 중국 전국시대의 법치주의를 주장한 철학자입니다. 본명은 한비(韓非)이나 당송 8대가의 하나인 당나라 한유(韓愈)를 한자(韓子)라고 부르게 되면서 한비자로 불렀습니다. 춘추시대(B.C. 770~B.C. 403) 공자(孔子)는 인의 도덕관념을 내세우며 천하를 주유했지만 호응을 얻지 못했습니다. 전국시대(B.C. 403~ B.C. 221) 한나라의 왕의 서출로 태어나 철저하게 비주류로 살아온 한비자는 조국 한나라가 약소국의 비애와 굴욕을 벗어나기 위하여 법가를 바탕으로 강력한 군주론과 제왕학으로 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사마천의 사기 노자한비열전(老子韓非列傳)에 의하면 한비자가 쓴 고분(孤憤)과 오두(五蠹)를 본 진시황이 크게 감명받았다고 합니다. 그는 한비자가 통일 대업에 꼭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한비자와 교유하기를 크게 원하여 진의 중신인 이사(李斯)의 잔꾀로 한비자를 만나기 위하여 진시황은 전쟁을 준비했고 이사의 술수에 한비자는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습니다.

한비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이사와 달리 언변이 어눌합니다. 그의 사상과 뜻을 전달하지 못해 글로 썼습니다. 이 글이 바로 지금까지 전하여 내려오는 한비자입니다. 이름과 책 제목이 같습니다. 글은 매우 탁월하여 한비자에 대한 별도의 주역이 없을 정도입니다. 한비자는 절대 권력의 철학과 기술을 담았습니다. 2000년 후 근대적 정치학 교과서 마키아벨리의『군주론』과 같은 점입니다. 한비자가 죽은 후 이사는 한비자의 사상을 그대로 현실화하여 진시황의 천하통일을 도왔습니다.

한비자는 20권이고 편수로는 55편입니다. 10만 자의 분량입니다. 노자 도덕경 5천 자에 비하면 엄청난 분량입니다. 한비자는 예화가 많습니다. 그동안 한비자에 대하여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습니다. 조선왕조는 성리학의 기본도서인 대학, 중용, 논어, 맹자 등 유가(儒家)경전 위주였고 한비자(韓非子), 도가(道家), 병가(兵家)의 책들은 아웃사이더였습니다. 주자학을 성역시한 결과입니다.

한비자는 인간 본성의 약점과 욕망을 칼날같이 예리하게 얼음처럼 냉철하게 분석하여 제왕의 리더십을 제시했습니다. 인간의 본성이 선할까 악할까를 두고 논쟁이 있습니다. 맹자는 성선설, 순자는 성악설을 주장하였습니다. 한비자의 스승 순자는 사람은 이익을 좋아하고 손해 보는 것을 싫어하는 본성과 욕구를 가졌고 자연 상태의 인간 사회는 혼란스러워질 것으로 예측하여, 사람들을 교육과 법률로 교화하고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비자의 법가사상도 여기서 비롯된 것입니다.

한비자는 감정적인 인간을 가장 위험하고 믿을 수 없는 존재로 보았습니다. 인간은 그저 선하지만 않다고 봅니다. 이익을 쫓고 해를 꺼립니다. 한비자는 육반(六反) 편에서 아들과 딸 사이에 구별이 생기는 것은 부모가 훗날 장기적인 이익을 계산하기 때문이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한비자 내저설하(內儲說下)에 소개된 일화입니다. 부부가 축원을 드립니다. “저희를 무사하게 해주시고 삼베 3백 필을 얻게 해주십시오.” 그러자 그 남편이 부인에게 물었습니다. “어찌 그리 적어요?” 이에 부인이 답했다. “이보다 많으면 당신은 분명 첩을 얻을 것이기 때문이요.” 한 이불 속에서 사는 부부도 이럴진대 군주와 신하, 백성과 백성 사이는 서로가 믿지 못할 관계라고 말합니다.

“수레를 만드는 사람은 사람이 모두 부귀해지기를 바라고, 관을 짜는 사람은 사람이 일찍 죽기만을 기다린다. 누가 더 선하고 악한 문제가 아니다. 사람이 부귀해지지 않으면 수레가 안 팔리고, 이와 반대로 사람이 죽지 않으면 관이 팔려 나가지 않는다.”

“장어는 뱀과 비슷하고 누에는 나비의 애벌레와 비슷하다. 사람들은 뱀을 보면 놀라고 나비는 애벌레를 보면 소름이 끼친다. 그러나 부인들이 누에를 치고 어부들이 장어를 잡는다. 이는 이익이 있는 곳에서는 싫은 것을 잊고, 모두 맹분과 전제처럼 되기 때문이다.”

심성이 나쁜 사람이라 그런 것이 아닙니다. 순전히 이익 때문입니다. 이익이 있는 곳에 백성이 모여들고 명성이 드러나는 곳에 선비가 목숨을 버립니다. 군주와 신하, 군주와 백성사이에도 오직 이익이란 공통분모가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어떤 이익이 있는지 잘 따져보면 아랫사람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에 대한 무조건적 신뢰보다는 철저한 자기관리가 필수적입니다.

한비자는 큰 틀의 제도 개선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옛 성인을 인용하는 것을 비판하였습니다. 아무리 좋은 말씀이라도 그 시대가 변하였으니 새 시대에 맞는 새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한비자의 오두편에 나오는 수주대토(守株待兎)에 비유하여 설명하였습니다. 나무 그루터기를 지키고 앉아서 토끼를 기다린다는 우화입니다. 송나라 농부가 밭을 갈고 있는데 급하게 달려오던 토끼가 나무 그루터기에 부딪쳐 목이 부러져서 죽었습니다. 그 이튿날부터 농부는 밭일을 하지 않고 또 토끼가 죽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시장에 신발 사러간 사람이 잊고 가지고 오지 않은 발의 본을 뜬 탁을 가지러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이야기(外儲說左上)와 같습니다. 직접 신어보고 고르면 되는 것입니다. 현실보다 과거시제의 근거를 중시하는 것을 경계한 글입니다.

한비자는 역사란 진화하므로 문제가 발견되면 시대와 환경의 변화에 순응하여 새로운 방법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제자백가들은 농본사상의 과거 모델로 태고(太古)적 왕이나 옛 성인의 말씀을 존중합니다. 복고적 사상입니다. 예를 들어서 공자는 주나라의 문왕과 무왕, 맹자는 성군인 요순임금을 내세워 주장의 논거로 삼았습니다. 법가는 금왕(今王)의 현실과 변화에 충실한 사상입니다. 이를 순자 개념을 따서 후왕(後王) 사상이라고도 합니다.

임영호우송정보대 특임교수

한비자는 강력한 전제군주가 국가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법(法)과 술(術), 세(勢)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아마 진시황에게 가장 매력적인 내용이었을 것입니다. 천하를 움직이는 통치술입니다. 법이란 백성들이 따르고 지켜야 할 규율을 말하고, 술이란 법을 운용하고 실전에 적용하는 방법을 말하고, 세란 군주의 권력을 말합니다.

(下)편에서 계속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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