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기록관의 석연찮은 '연구 용역'...뭐가 구리기에?

대통령 기록물의 비공개 보완 연구 용역 준비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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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JTBC 단독 보도로 대통령기록관이 비공개 정보 세부 기준을 개편할 연구 용역을 추진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출처 : JTBC 뉴스 영상 갈무리)
10일 JTBC 단독 보도로 대통령기록관이 비공개 정보 세부 기준을 개편할 연구 용역을 추진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출처 : JTBC 뉴스 영상 갈무리)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내란 사태의 수괴로 지목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이제 선고만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대통령기록관이 대통령 기록물의 비공개 기준을 보완하기 위한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란 사실이 10일 밤 JTBC 단독 보도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윤 대통령이 파면 직전에 몰린 상황에서 벌어진 석연찮은 연구 용역이기에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먼저 윤석열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22년 6월과 9월 대통령기록관이 발주한 연구 용역을 보면 '대통령기록물 적극적 공개'를 위해 비공개 정보 세부 기준을 개편하겠다고 적었다. JTBC는 이를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집권하면 서해피살 공무원 사건 관련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약속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해석했다.

그런데 지난 2월 24일 공개한 연구 용역은 성격이 정반대였다는 것이 문제다. 이날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최후변론 하루 전이다. 사업명은 '대통령기록물 공개재분류 연구용역'이고 "비공개대상 세부기준을 분석하고 재정비하겠다"고 적혀있다.

적극적 공개란 말은 사라졌고, 대통령기록물 비공개 세부기준의 대상, 기준, 범위, 사례 등을 상세히 수정하고 보완하라는 지시가 적혀있다. 또 비공개 대상 정보 가운데 공개로 재분류된 사례를 검토하고 분석하란 지시도 써 있다. 최종적으론 비공개 세부 기준을 재정비하겠다고도 했다.

오직 '대통령기록물 비공개 세부기준'에만 초점을 맞춘 연구용역은 현 정부 들어 이번이 처음이다. 심상보 전 대통령기록관장은 JTBC와의 인터뷰에서 "비공개 기준을 세부화할 때 적극적 공개를 전제로 하지 않으면 공개가 오히려 축소될 수 있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적극적 공개라고 하는 걸 빼버린 것은 그것을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통령기록관 측은 JTBC 측에 "매년 실시하는 실무적 차원의 용역"이며 "결과를 정해둔 연구는 아니"라고 했다. 또 "대통령실의 지시에 따른 것은 아니"며 "탄핵심판과도 무관하다"고 했다. 하지만 그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석연찮은 점은 또 하나가 더 있었다.

이 연구 용역 공고에는 지금껏 공개된 적 없던 자료 하나가 첨부돼 있었는데 여태껏 어떤 대통령기록물을 비공개로 결정해 왔는지 46가지 사례를 담은 것이다. 이 자료엔 대통령의 정치적, 사회적 활동은 물론 경호처에 온 택배물품 목록까지 모두 비공개 사례에 포함돼 있었다.

JTBC는 대통령기록관이 연구용역 공고를 올리면서 연구 참고자료를 하나를 첨부했는데 여태껏 어떤 대통령기록물을 비공개했는지 적용례 46가지를 올린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그동안 공개된 적 없는 대통령기록관 내부자료였다고 한다. 공개된 적용례를 보면 각종 개인정보와 사생활 정보들이 비공개 예시로 나열돼 있다.

심지어 '개인의 정치적 활동과 사회적 활동'도 비공개 대상으로 적혀있었는데 어떤 대통령 기록물이든 비공개 할 수 있는 광범위하고 자의적인 기준이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 비서실과 경호실의 택배물품 목록과 상세 품목도 비공개 대상으로 분류했다. 아울러 개인의 소신 발언, 인물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였다.

대통령기록관은 이같은 내부 기준을 근거로 정보 공개 청구나 행정 소송에서 비공개 결정을 해온 것이다. 이에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 대표를 맡고 있는 하승수 변호사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 직무수행과 관련한 여러 가지 진상조사나 수사 같은 게 이루어질 때도 그게 장애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통령기록관은 JTBC 측에 "관련법과 행안부 지침을 참고해 설립 당시인 2008년에 수립한 내부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왜 하필 이 시점에 그런 연구 용역을 발주한 것인지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특히 8년 전 박근혜 씨가 탄핵됐을 무렵 다시금 국민적 의혹거리로 떠오른 것은 '세월호 7시간' 알리바이였다. 하지만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던 황교안 전 총리가 그날의 기록을 모두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해 봉인해버린 탓에 지금도 그 의혹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그 '세월호 7시간' 중 일부는 확인이 됐는데 그 당시에도 최순실이 국정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었고 박 씨는 한시라도 빨리 중대본에 가야하는 상황에서 전속 미용사를 불러 머리손질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 그것이다. 또 그간 알려진 최초 보고 시각 등은 모두 조작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사실들은 그날 박 씨의 7시간 행적 중 절반도 채 안 되는 부분이다. 나머지는 기록물 봉인이 해제되는 2047년이 되어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때문에 황 전 총리가 박근혜 정권에 치명타가 될 수 있는 부분을 감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봉인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 역시도 박근혜 정부보다 치부가 더 많으면 많았지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다. 특히 아직 해소가 안 된 대표적인 건이 지난 2023년 7월 해병대 故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 당시 수사 외압 의혹이다. 만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걸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해 봉인해 버리면 역시 최장 2055년까지 그 날의 진실을 파헤칠 수 없게 된다.

그 밖에 명태균 게이트 관련 내용과 작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전 관련 내용들에 대한 진실도 파묻히게 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기록관의 해명을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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