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27일 오전 탤런트 이선균 씨가 차량에서 숨진 채로 발견되었다. 최근 그는 마약 복용 의혹에 휘말려 있었고 그 소식은 몇 달 동안이나 언론 지면을 도배하다시피 했다. 언론사 기사 속에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 혹은 추측성 보도와 자극적인 가십성 보도들도 섞여 있었다.
탤런트 이선균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은 누구인가? 그 점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던 중에 수구 유튜브 채널인 가로세로연구소가 아주 놀라운 입장문을 유튜브 커뮤니티에 올린 것이 확인됐다. 그 입장문을 읽어보면 서두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고 하면서 “하지만 분명하게 집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어 당당히 이야기합니다. 죄를 지었으면 죗값을 치러야지. 이런 방식으로 죄를 회피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 않습니다”고 했다.
헌법에도 보장하고 있는 ‘무죄 추정의 원칙’을 이 사람들은 개나 갖다줘버린 것인가? ‘무죄 추정의 원칙’이 존재하는 이유는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다. 설령 열 명의 범죄자를 놓치는 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한 명의 무고한 피해자를 만들지 말아야 하는 것이 법이다.
극단적인 엄벌주의 성향의 사람들은 “한 명의 무고한 피해자가 생겨도 범죄자 열 명을 확실히 잡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할지 모르겠지만 과연 그 한 명의 무고한 피해자가 바로 자신이 되어도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가로세로연구소는 또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들먹거리며 모두 범죄자로 모는 파렴치한 소리를 떠들었다.
그런데 이 가로세로연구소의 말 같지도 않은 소리들 중에서도 중요하게 봐야할 부분이 있었다. 그 부분은 바로 이것이었다.
“이미 어제 일부 언론을 통해... 이선균이 이같은 결정적 경찰 진술을 했다고 드러났습니다. "빨대를 이용해 코로 약을 흡입한 것은 맞다. 다만 수면제인 줄 알았다" 콧구멍으로 약을 흡입하는 사람 있습니까? 그것도 본인의 집도 아닌 룸살롱 마담 김남희의 집에서요? 너무나 결정적인 이선균의 범죄가 다 드러난 것입니다. 더이상 범죄자를 피해자로 둔갑시키는 머저리같은 행동은 그만하길 바랍니다.”
이 부분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그 일부 언론이란 자들은 도대체 이선균 씨의 진술 내용을 어떻게 알고 보도를 했을까? 그 진술 현장에 있었던 것도 아닌데 어떻게 알고 보도를 했단 말인가? 그럼 여기서 이선균을 죽음으로 몰고 간 범인이 누구인지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27일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과 경찰은 평시 기준 가장 강력한 ‘합법적 폭력’을 보유하고 행사한다. 이 힘의 대상자가 되면 누구든 ‘멘붕’이 된다. 언론은 이에 동조하여 대상자를 조롱하고 비방하고 모욕한다. 미확정 피의사실을 흘리고 이를 보도하며 대상자를 사회적으로 매장시킨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무죄 추정의 원칙’과 ‘피의자의 인권과 방어권’은 오직 법전과 교과서에만 존재한다고 뼈 있는 말을 남겼다.
이 조국 전 장관의 말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이선균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은 바로 수사기관이 고질적으로 벌이고 있는 피의사실공표 때문이었다. 이 피의사실공표는 엄연히 불법이지만 단 한 번도 수사기관이 이 죄로 처벌을 받은 적이 없었다. 아무도 처벌받지 않은 유명무실한 조항이었기에 수사기관은 지금도 마음 놓고 피의사실공표를 하고 있다.
속담에도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했다. 검찰과 경찰이 혼자서 피의사실공표를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피의사실공표도 명백히 조력자가 있어야 한다. 그 조력자가 바로 클릭 장사로 조회수 올리기에 눈 먼 '쓰레기 저널리즘(Junk Journalism)'을 가진 언론사들이다. 이들은 검찰과 경찰에 빨대를 꽂고 붙어 먹어 ‘알 권리’라는 미명 하에 확인되지 않은 검경 등의 일방적인 전언들을 ‘단독 보도’랍시고 요란하게 헤드라인을 달며 여론 형성을 한 쪽으로 몰아간다.
이 ‘쓰레기 저널리즘’을 가진 언론사들의 조력이 있기에 검찰과 경찰이 피의사실공표를 마음 놓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들은 마치 악어와 악어새처럼 공생하는 사이이다. 검찰과 경찰은 마음 놓고 피의사실공표를 하며 마녀사냥을 유도해 재판 전에 유리한 지형을 선점한다. 그리고 ‘쓰레기 저널리즘’으로 똘똘 뭉친 언론사들은 ‘알 권리’라는 미명 하에 자신들의 관음증 욕구를 충족하며 클릭 장사를 통해 기사 조회 수를 올려 돈을 벌어들인다.
하지만 이런 검경과 언론들의 저질 합작품은 사람을 죽이는 칼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여러 차례 사례를 통해 드러났다. 노무현 전 대통령부터가 검찰과 언론의 망신주기 피의사실공표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하며 생을 마감했다. 그 당시 SBS가 있지도 않은 ‘논두렁 시계’를 떠들어댔던 것은 1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널리 회자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뿐 아니라 노회찬 전 의원, 조국 전 법무부장관 등이 모두 검찰과 언론의 피의사실공표 합작품의 희생양이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이번 탤런트 이선균 씨 역시 마찬가지다.
역사학자 전우용 씨 역시 27일 페이스북에 “언론이 사람을 극단적 상황으로까지 몰아가는 검찰과 경찰의 ‘비인도적’ 수사 방식을 문제삼지 않고 검찰과 경찰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지치(舐痔)'의 태도를 고수한다면, 이런 일은 계속 반복될 겁니다”고 지적했다.
그 말이 맞다. 언론사들은 흔히 ‘알 권리’를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지만 그 ‘알 권리’가 대중들을 위한 것인지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한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만일 후자라면 정말 ‘쓰레기 저널리즘’에 불과한 것이다.
분명히 우리 헌법에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 명시되어 있고 그 원칙에 따라 죄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다. 그러나 실상은 어떤 혐의에 연루되기만 하면 무죄 추정의 원칙은 사라지고 ‘유죄 추정의 원칙’이 우선해 재판 이전에 마녀사냥부터 먼저 이루어지는 것이 다반사다. 그러다가 이후 무죄로 결론이 나도 그 당시 앞장 서서 돌팔매질을 했던 이들 어느 누구도 사과 한 번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이는 언론이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과 한 편을 먹고 피의사실공표에 대해 지적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피의사실공표는 엄연히 ‘무죄 추정의 원칙’을 위반한 불법 행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사기관은 지금도 천연히 불법을 저지르고 있고 언론은 그를 지적하기는커녕 ‘알 권리’를 핑계로 동조하는 추태를 부리고 있다.
악어와 악어새처럼 단단히 유착한 수사기관과 언론의 이 밀월 관계 고리를 끊지 않는 한 앞으로도 이런 일은 반복될 수밖에 없고 궁지에 몰려 세상을 등지는 일은 계속 반복될 것이다. 수사기관이 변할 수 없다면 우선 언론부터 먼저 변해야 하지 않을까? 언제까지 검경과 붙어 먹어 돌팔매질에 앞장서는 추태를 부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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