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작년 10~11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주요 군사령관 등이 모인 자리에서 "현재 사법체계에선 이재명 같은 사람을 어떻게 할 수 없다"며 비상대권 필요성을 주장했다는 사실이 19일 오전 한겨레 단독 보도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소식을 듣고 "결국 12.3 내란은 윤석열이 정적을 제거하고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하려던 친위 쿠데타"라고 직격했다.
한겨레는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고검장)가 작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을 조사하면서 비상계엄 당시 체포 대상자들에 대한 윤 대통령의 비판적인 언급이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그는 “2024년 10~11월 무렵 윤 대통령이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 국회, 재판 지연 상황에서는 이재명 대표 같은 사람을 어떻게 할 수 없다. 비상대권을 통해 조치해야 한다’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볼 때 2022년 대선 뒤 검찰이 이 대표 수사에 대대적으로 나서 무더기 기소가 실현되고, 지금도 이 대표가 5개의 재판을 받고 있지만 법원의 확정 판결을 이른 시일 안에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비상계엄이라는 방식으로 이 대표를 체포하고 처벌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법'으로 빨리 못 죽이니 '총'으로 죽이려 든 셈이다.
이 대표 뿐 아니라 내란 당일 체포 명단에 올랐던 인물들은 대부분 윤 대통령이 부정적으로 평가했던 인물들이란 점도 이미 18일 MBC 단독 보도로 확인됐다. 여 전 사령관은 검찰에서 체포 명단에 오른 이들을 윤 대통령이 평소에 어떻게 평가했는지도 진술했다.
MBC는 윤 대통령이 우원식 국회의장에 대해선 “국회의장은 원래 당적이 없는데 민주당에 편파적으로 국회를 운영”한다고 비난했다고 전했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에 대해선 “재판이 지연되고 유전무죄 같은 사법체계를 만든 사람”이라고 했고, 이학영 국회부의장은 “젊었을 때 회장 집 쳐들어가서 처벌받은 전과가 있는 사람이 어떻게 국회의원을 하냐”고 깎아내렸다.
또 박근혜 정부 때 대구고검에 좌천돼 있던 윤 대통령에게 총선 출마를 권유했을 정도로 가까웠던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에 대해 윤 대통령은 “부정선거 관련해 부정적으로 언급”했다며 배척했다고 한다. 조해주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도 부정선거와 연관해 비난했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서울 영등포을)을 두고선 “이재명 대표와 가깝고, 나에 대한 정치적 공격을 많이 했다. 종북주사파 핵심”이라고 평가했고 또 김 의원의 형인 김민웅 촛불행동 대표도 “김 의원과 유사한 이유로 싫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밖에 방송인 김어준 씨는 “여론조사기관을 운영하며 여론을 조작”했다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해선 “민주노총 간첩단 사건과 관련해 부정적으로 언급”했다고 했다.
한겨레는 윤 대통령이 작년 여름에도 이른바 ‘품평회’를 이어갔다고 전했다. 여 전 사령관이 당시 경호처장인 김용현 전 장관과 함께 정보사령부 간첩 사건 수사보고를 위해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찾았는데,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정치인과 민주노총 관계자, 내란 선동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을 부정적으로 언급했다는 것이다.
또 여 전 사령관은 검찰 조사에서 “이재명·조국·한동훈에 대해서는 (윤 대통령이) 왜 부정적인지 아실 것”이라며 구체적인 이유는 진술하지 않았다. 이렇게 윤 대통령이 부정적으로 언급한 이들은 대부분 비상계엄 때 체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체포 명단 작성이 윤 대통령의 의중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을 증명하는 정황이다.
이들에 대한 체포는 14개팀 2조로 나눠 이뤄질 계획이었는데 방첩사 간부들의 검찰 진술을 종합하면 1조는 이재명·우원식·한동훈 등의 체포를 맡았고 2조는 조국·김어준·김민웅 등의 체포를 맡았다. 1조의 첫 대상은 이 대표였고 이날 방첩사를 떠나 국회로 처음 출발한 것도 이 대표 체포조였다. 2조 첫 체포 대상 역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였다.
국회의원들이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의결을 위해 국회 본회의장에 모여들 무렵 김용현 전 장관은 여 전 사령관에게 이 대표와 우원식 의장,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를 우선 체포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작년 12월 4일 0시 41분 경 국회로 출동한 방첩사 요원들의 단체대화방에는 “기존 부여된 구금인원 전면 취소. 모든 팀은 이재명·우원식·한동훈을 체포하여 구금시설, 수방사로 이동한다”라는 명령이 올라왔다. 즉, 기존에 부여된 체포대상자 명단 14명은 다 잊고 우선 이재명·우원식·한동훈 3명부터 먼저 체포, 구금하라고 새 명령을 하달한 것이다.
그러나 비상계엄 소식을 전해들은 시민들이 국회를 지켰고 국회의원들이 벽을 넘어 국회 본회의장에 집결하면서 주요 인사 체포 시도는 무산됐다. 이처럼 사전에 체포 명단이 작성되고 이들을 실제로 잡으려고 군까지 출동했지만 내란 세력은 이를 극구 부인하는 철면피 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
김 전 장관은 지난 1월 23일 윤 대통령의 탄핵 재판에서 “윤 대통령에게 정치인 체포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며 “포고령 위반 우려 대상자를 몇명 불러주며 ‘동정을 살피라’고 여 전 사령관에게 지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겨레의 이같은 보도가 나온 후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결국 12.3 내란은 윤석열이 정적을 제거하고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하려던 친위 쿠데타였음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일갈했다.
이어 황 대변인은 "입만 열면 반국가세력 척결을 외치더니 자신의 오만과 독선을 견제하는 야당대표와 국회가 그저 부숴버려야할 걸림돌로만 보였던 것이냐?"고 질타했다. 또 윤 대통령 측이 헌법재판소에서 조지호 경찰청장의 '국회의원 체포 지시' 조서가 공개되자 심판정에서 퇴장한 것을 두고 "궤변과 거짓말이 들통나자 아예 재판정에서 도망친 것"이라 일침했다.
황 대변인은 "이렇게 진실이 명명백백한데 ‘호수 위 달 그림자’를 쫓는다니 기가 막힙니다. ‘경고용 계엄’, ‘호수 위 달 그림자’ 운운하던 윤석열의 거짓의 산은 무너졌다"며 윤 대통령의 갖은 거짓말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윤석열의 비겁하고 구차한 지연 전술을 더 이상 좌시해서는 안 된다"며 헌법재판소를 향해 "신속한 탄핵 선고로 국가의 불안정성을 신속히 해소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서도 "윤석열 역시 일국의 대통령직을 수행한 사람이라면 더 이상 추한 모습 보이지 말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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