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지난 11일 있었던 서울 강서구청장 재보궐선거 결과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가 39.37% 득표에 그치며 56.52%를 득표한 더불어민주당 진교훈 후보에게 득표율 17%p 이상의 격차로 대패한 후 국민의힘이 내홍에 휩싸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 동안 숨을 죽이며 지내다시피 했던 비윤계들을 중심으로 당 지도부를 향한 성토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먼저 12일 KBS 라디오 프로그램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한 유승민 전 의원은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윤 대통령께서 이번 선거에 상당히 책임이 있다.”며 “한마디로 윤석열 대통령의 패배”라고 정의했다. 유 전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김기현 지도부에 대해 책임을 물을 생각이 저는 전혀 없다"며 "왜냐하면 그 사람들은 권한이 아무것도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뉘앙스로 볼 때 사실상 김기현 지도부는 용산 대통령실의 허수아비에 불과하다는 비꼼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또 유 전 의원은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은 후보를 사면, 복권시켜 선거에 내보낸 건 대통령의 의지였다"며 "그러니까 당에선 그 후보를 내기 싫었고, 당에서는 어떻게 생각하면 이번 재보궐선거를 무공천으로 갈 수도 있던 상황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과 대통령실 의지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먹기로 후보를 냈고, 선거운동만 당에서 뒤치다꺼리를 한 것"이라며 "그러니까 저는 김기현 지도부에게 책임을 물을 일이 아니라 대통령께서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보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김기현 지도부의 퇴진이나 이런 건 필요 없다는 건가'라는 진행자 물음에는 "아니다. 그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했다. 유 전 의원은 "앞으로 총선이 겨우 6개월 딱 남았는데 이 지도부로 (총선을)치를 수 있겠는가"라며 "이를 놓고 당 지도부를 쇄신할 것인지, 말 것인지 판단하는 기준을 삼아야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기준 하나만 갖고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며 "저는 이 지도부로 총선을 치르기가 힘들다고 보는 것"이라고 했다. 유 전 의원은 "제가 보기에는 윤 대통령에게 총선까지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며 "하나는 총선에서 지더라도 윤 대통령 1인 독재 정당, 공천도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철저하게 반성하고 당에 대해 그간 가한 통제, 수직적인 용산과 여당 사이 당정 관계를 포기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당은 당대로 총선에서 이기기 위해 완전히 백지에서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고, 새로운 지도부를 만들고, 그렇게 하라고 윤 대통령이 양보하고 변화하면 총선 승리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즉,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내년 총선 때 검찰 출신 측근들을 심으려는 태도를 버리라고 요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같은 날 CBS 라디오 프로그램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 나선 천하람 전라남도 순천시․광양시․곡성군․구례군 갑 당협위원장 또한 이번 선거에 대해 "한마디로 뭐 망했다. '폭망'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서울 강서구는 원래 험지가 아니라 정부와 여당이 험지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용산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을 ‘험지 메이커’라고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천 위원장은 당 지도부를 향해 "우리가 민주당보다는 좀 더 나은 미래 비전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지도부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김기현 대표를 위시한 현 지도부가 "원래 같으면 사퇴해야 될 것"이라며 "그렇게 해야 된다고 본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거 전 김태우 후보의 18%p 차 대패를 예상했는데 선거 결과가 17.15%p 차 패배로 나오면서 가장 근접한 예상치를 내놓았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본인의 페이스북에 "서울시장 보궐 선거를 거쳐, 대선과 지선을 거쳐 쌓아올린 자산이 오늘로써 완벽하게 리셋 되었다."라고 비판했다.
또 이 전 대표는 "오늘의 결과는 17.87%p라는 21대 총선 강서구 합산 득표율 격차에서 거의 변하지 않았다. 그 중간에 이기는 길을 경험해 봤음에도 그저 사리사욕에 눈이 먼 자들이 그걸 부정해 왔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더 안타까운 건 이제부터 실패한 체제를 계속 끌고 나가려는 더 크고 더 비루한 사리사욕이 등장할 것이라는 것"이라며, 현 지도 체제를 유지하려는 당의 기득권을 꼬집었다.
사실상 비윤계들은 이번 서울 강서구청장 재보궐선거 패배를 기점으로 친윤계의 퇴진과 윤석열 대통령의 진윤(眞尹) 공천 시도를 중지 그리고 당 내 혁신을 외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목소리가 과연 얼마나 ‘씨알’이 먹힐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부산의 대표적인 부촌 선거구이자 전국적으로도 인기가 높은 해운대구 갑의 하태경 의원조차도 갑작스럽게 서울 출마를 선언하며 부산을 떠나게 됐는데 그 배경에 윤 대통령의 40년지기 친구 석동현 변호사를 공천하기 위함이란 해석이 많다. 즉, 당의 어려운 사정을 위해 봉사 차원에서 서울 출마를 자청한 것이 아니라 석동현 변호사에게 밀려서 쫓겨났다는 것이다.
또 대통령실도 ‘윤석열 책임론’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애써 선거의 의미와 결과를 축소시키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국민의힘 지도부도 서울 강서구가 ‘험지’였다고 하며 마치 이번 선거 결과를 ‘졌지만 잘 싸웠다’는 식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김기현 지도부가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뒤로 물러날 것인지는 회의적이다.
현재 국민의힘이 취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2가지이다. 용산 대통령실과 친윤계가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2선으로 물러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수립한 뒤 총선에 나가느냐 혹은 애써 선거의 의미를 축소시키며 끝까지 친윤계와 용산 대통령실이 총선 공천권을 움켜쥐려고 하느냐다. 하지만 현재 모양새로 볼 때 후자 쪽에 좀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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