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지난 12일 검찰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1심 판결이 끝나고 닷새 만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기소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권에선 일제히 정치 검찰의 정치적 기소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그런데 시민언론 민들레의 분석에 따르면 검찰 측의 주장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궤변으로 얼룩져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우선 검찰은 이 전 부지사의 1심 판결문을 근거로 "불법 대북송금의 실체가 확인됐다"며 제3자 뇌물수수 혐의 등을 적용했지만, 제3자 뇌물에 대한 기존 대법원 판례에 비춰봤을 때 무리한 주장으로 보인다. 검찰은 작년 9월에도 같은 논리로 이 대표의 구속을 시도했다가 법원으로부터 기각당한 바 있다.
오히려 최근 이화영 전 부지사가 검찰이 증언을 회유한 사실을 폭로한데다 국정원 문건에서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의 실체가 쌍방울이 대북 사업을 미끼로 주가부양을 시도한 것이란 사실이 드러나면서 자연스럽게 검찰의 무리한 수사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어 향후 거센 공방이 전망된다.
수원지검 형사6부(서현욱 부장검사)는 12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제3자 뇌물수수 혐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 혐의로 이 대표를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이 대표와 이 전 부지사 등이 '쌍방울그룹의 대북사업에 대한 경기도의 지원과 보증'을 약속하며,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으로 하여금 '황해도 스마트팜 지원' 사업비 500만 달러와 방북 의전 비용 300만 달러 등을 대납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작년 9월 구속영장 기각 뒤 9개월 동안 기소 시도 하지 못했던 검찰의 근거는 이 전 부지사의 1심 판결문이었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에 비추어 보면 이런 검찰의 기소는 궤변에 가깝다는 것이 시민언론 민들레의 분석이다. 검찰은 쌍방울이 경기도 대신 800만 달러를 지급하도록 했다고 주장하며 이 대표에 대해 '제3자 뇌물' 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제3자 뇌물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대법원 판례상 청탁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공통된 인식이나 양해가 전제돼야 하고, 청탁하는 사람의 일방적인 막연한 기대로 뇌물죄가 인정되지 않는다. 검찰은 작년 9월 이 대표에 대해 구속 시도를 할 당시에도 김 전 회장이 100억 원 상당을 북한에 지급한 것은 차기 대선 후보인 이 대표가 향후 쌍방울의 대북사업을 경기도 차원에서 보장해준다는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은 증거 불충분 등으로 이를 인정하지 않고 기각했다.
이 전 부지사 1심 선고 재판부(수원지법 형사 11부, 신진우 부장판사)도 "김성태 전 회장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자신이 비용을 부담한다는 사정을 보고 받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으므로,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을 대납하고 도지사와 함께 방북을 하거나, 설령 함께 방북하는 것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그로 인하여 경기도지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향후 자신의 대북사업 등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이는 김 전 회장의 막연한 기대일 뿐 이 대표가 공통의 인식을 가지거나 공모한 증거는 없다. 제3자 뇌물 수수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김 전 회장이 술자리에서 이 전 부지사를 통해 이 대표에게 전화했다고 하지만, 수 초 간의 짧은 통화에서 구체적인 약속을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또 시민언론 민들레는 검찰이 판단한 대북 송금 시기가 2019년 1월~2019년 4월(500만 달러), 2019년 7월~2020년 1월(300만 달러)이라는 대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시기는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결렬되면서 남북관계가 단절된 기간이다.
민간 차원의 교류도 이를 기점으로 끊겼고, 중앙정부 차원의 대북사업도 사실상 중단됐다. 그런데 국정원 내부 문건에 따르면 쌍방울은 명목으로 태양광 발전이나 내복 지원을 내세우고, 북한의 희토류 자원 공동 개발을 추진했다. 대통령도 추진하기 어려운 막대한 규모의 사업을 경기도지사가 추진할 것이라 믿고 민간 사업가가 비용을 대납했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긴 어렵다.
광물 사업은 청와대 국가안보실부터 통일부, 국방부, 외교부까지 연관되는 사안으로 일개 지방자치단체가 약속할 수도 없다. 아울러 이 전 부지사 1심 재판부는 이 대표가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단에 포함되지 않았는데 일부 언론이 '청와대가 차기 대권 주자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지목했다'고 보도했다면서, 이에 부담을 느낀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표의 방북을 강력하게 추진할 동기가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시민언론 민들레의 분석이다. 그 근거는 잠시 잊었겠지만 그 당시 이재명 대표는 대권을 노리기는커녕 정치적 생명이 중대 위기에 놓여 있었던 시기였다는 것이다. 당시 이 대표는 2019년 9월 직권남용과 선거법 위반 혐의로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만 받아도 직을 상실하도록 되어 있으니 이대로 형이 확정될 경우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는 곧바로 직을 상실하는 것은 물론 피선거권까지 박탈되어 아예 대통령 선거에 나갈 길 자체가 봉쇄되는 상황이었다.

또한 같은 달 오마이뉴스 의뢰로 리얼미터가 조사한 차기 대선주사 선호도에 따르면 △이낙연 20.2% △황교안 19.9% △조국 13.0% △이재명 6.0%였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2.4%로 홍준표, 유승민, 심상정, 오세훈 등 다른 정치인보다 경쟁력이 떨어졌다.
시민언론 민들레는 이 여론조사 데이터도 제시하면서 박 전 시장 관련 보도에 부담을 느껴 대북 사업을 추진했다는 재판부 판단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러한 정치적 상황에서 김 전 회장이 이 대표에게 구체적인 대가를 바라고 뇌물을 제공했다는 논리는 더더욱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 시민언론 민들레는 검찰이 정밀 분석했다는 이번 이 전 부지사의 1심 판결문은 김성태와 피의자들이 검찰 조사실에 불려가 허위 자백을 했다는 이른바 ‘술파티 회유 의혹’에 대해선 판단하지 않아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도 지적했다. 최근엔 이 전 부지사뿐만 아니라 신명섭 전 경기도 평화국장도 검찰의 회유 정황을 폭로했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사건의 본질이 쌍방울 그룹의 주가 상승 목적이라는 국정원 문건의 내용은 배척하고, 김 전 회장의 주장만 취사 선택했다. 재판에 제출된 국정원 문건은 김 전 회장이 그룹 계열사(나노스)의 주가를 띄우기 위해 북한 측과 사전에 모의하고 수익금도 나누기로 했다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담고 있었다.
그런데도 재판부는 "국내에서 기업 집단을 운영하는 CEO가 오로지 주가상승을 위하여 해외투자자들을 기망해 1억 달러 상당의 돈을 유치하려는 무모한 시도를 했다는 것으로 경험칙상 받아들일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다. 물론 이 역시 허재현 기자가 분석했듯이 궤변에 가까운 소리다.
김 전 회장은 쌍방울 인수 전후인 2010년 호남지역 폭력조직 조직원들과 공모해 가장매매, 고가 물량 소진 매수, 허수 매수 등을 통해 350억 원의 시세차익을 획득하면서 쌍방울과 유비컴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2017년 2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사회봉사 400시간을 선고받은 바 있다. 게다가 이번에 재판부가 내린 판단은 같은 법원에서 내린 '대북송금' 사건의 다른 판결과도 정면 배치된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해 5월 수원지법이 쌍방울 김성태와 공범으로 적시됐던 안부수의 1심 판결에서 쌍방울의 대북 송금은 계열사의 '주가 상승이 목적이다'라고 분명하게 판시하고 있다. 그 어디에도 방북 대납 비용이라는 내용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같은 수원지법의 판결이 동일 사건에 대해서 지난해와 정반대 판결이 나오면서 누군가는 정치적 판결을 내렸다고밖에 볼 수 없다"며 "공교롭게도 안부수 1심 판결문은 공개했었는데, 이번 1심 수원지법 신진우 부장판사님의 판결문은 비공개 처리됐다. '감추는 자가 범인이다'라는 말이 떠오른다”고 덧붙였다.
이로 볼 때 이번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역시 정치 검찰과 정치 법원의 콜라보레이션이 아닌지 더더욱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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