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특검법에 조건 붙이는 與, 자승자박?

與 계산대로 움직여주지 않은 野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일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 모습.(사진 출처=국민의힘 홈페이지)
20일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 모습.(사진 출처=국민의힘 홈페이지)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간 여야 대표 회담이 오는 25일로 예정된 가운데 채 상병 특검법이 주요 의제로 올라갈 예정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특검법을 두고 국민의힘의 '조건'이 많아지고 있어 윤석열 대통령 내외 엄호에만 정신 팔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거기다 더불어민주당의 대응도 국민의힘의 예상과 달라 결과적으로 '자승자박'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2차례 채 상병 특검법 표결에서 보았듯이 국민의힘에서 일부 반란표가 나오긴 했지만 여전히 다수는 채 상병 특검법에 반대를 표하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채 상병 특검법 관련 국민의힘의 '조건'이 계속 추가되고 있다.

장동혁 수석최고위원은 20일 원내대책회의 공개 회의석상에서 '민주당의 기존 특검법 철회'와 '탄핵 청문회 중단'을 언급했다. 한동훈 대표 또한 '제보 공작'과 같은 다른 조건들을 추가하려 들고 있다. 그는 상임고문단 오찬을 마친 후 기자들 앞에서 민주당의 "진의"를 의심하며 "원래 특검은 공수처와 경찰에서 수사하면 결과를 보고 하는 것이 정석"이라고 말했다.

특히 "당내 많은 분의 의견을 듣고 논의하고 있다"라며 "그 논의 과정에서 지금 상황에서 새로 드러난 '제보 공작' 부분까지도 (특검 수사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도 듣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여권은 공수처에 해당 사건을 공익 제보한 김규현 변호사가 사실상 야권과 결탁해 '공작'을 벌인 것이라는 의혹을 연일 제기하며 '맞불'을 놓아 왔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0일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술 더 떴다. 곽 수석대변인은 "새로 여야 대표의 첫 만남에서 이런 문제(채상병 특검법)를 논의하자 하는 것은 결국에는 민주당 주장만 하겠다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첫 대화의 기회니까 정쟁보다는 민생 문제를 먼저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새로운 대표들이 만나서 첫 의제로 이것부터 논의하자 하는 것은 더 이상 대화의 기회가 없다 이런 의미"라며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또한 "대법원장이 추천하는 특검이 되면 어떠한 형태의 특검도 받겠다 하는 그런 의미는 아니다"라며 "위헌적인 조항도 있고 독소적인 조항들도 포함이 돼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도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독소 조항 제거'라는 또 다른 조건을 추가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수사 과정에서 언론에 특검이 수사 상황을 공표하는 그런 부분도 문제"라며 "또 관련 사건에 대해서 이미 기소가 된 사안에 대해서 일방적으로 특별검사가 공소 취소를 할 수 있는 조항도 있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 오마이뉴스 곽우신 기자는 곽 의원의 발언을 두고 "구체적인 법의 내용에 대해서 이견이 서로 간에 많은 상황이고 또 민주당 내에서도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서 제3자 특검안에 대해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또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지금 이번 주 일요일 여야 대표의 첫 만남에서 '채상병 특검법을 논의하자' 하는 것은 더 이상 발전이나 전진의 의지가 없다 이렇게 본다"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의 내부 기류에 대해 "결론적으로 오는 25일 회담에서는 '관련 논의를 아예 하지 말자'는 맥락으로 해석된다"고 보았다. 즉, 처음부터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진심으로 논의할 생각이 없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런 국민의힘 행태는 자승자박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민의힘의 이런 계산은 어차피 더불어민주당이 자신들이 만든 안을 고집할 것이란 전제 하에서만 들어맞는 것이었다. 애당초 국민의힘은 채 상병 특검법을 수용할 의지 자체가 없으니 갖가지 핑계와 요구 조건을 붙여 협상을 지리멸렬하게 만들고 시간을 질질 끌려는 속셈이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의 계산대로 움직여주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제기한 이른바 '제보의혹' 당사자 중 한 명인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은 20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발 말만 하지 말고, 집권여당 대표 답게 법안을 발의하시기 바란다"며 "사전 모의든, 사후 모의든, 제보조작이든 제보실수든 다 포함시켜서 특검법을 발의해 달라"고 말했다.

즉, 본인에게 제기된 제보공작 의혹을 포함한 특검법 수용 의사를 밝힌 셈이다. 또한 장 의원은 본인을 포함해 제보공작 의혹을 제기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로비의혹 당사자인 블랙펄인스베스트 이종호 전 대표, 전직 청와대 경호처 간부 송호종 씨, 조병노 마약 수사 외압 의혹 관련자인 수원남부경찰서 최동식 부속실장, 공익신고자 김규현 변호사 등 '멋쟁 해병 카카오톡 단체방 5인'을 전부 수사대상에 넣어 달라며, "삼부토건 투자 여부까지 다 수사해 달라"고 촉구했다.

한 대표는 지난 16일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관훈토론회에서 한 대표의 '제3자 추천안'도 수용할 수 있다고 하자, 입장문을 내고 "최근 드러난 소위 '제보 공작' 의혹까지 수사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등의 당 내외 의견을 반영해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겠다"면서 역공을 했다.

그러나 당사자인 장 의원이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장 의원의 이같은 입장과 관련해 "민주당은 진실을 밝힌다는 대전제가 있다면 어떤 방식도 열어놓고 협의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한동훈 대표 입장에선 자승자박이 된 셈이다.

또다른 당사자인 김규현 변호사도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제보공작 수사를) 굳이 꼭 하겠다고 한다면 제 입장에서는 감수할 수밖에 없다"며 "저는 어떤 식으로 해도 좋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다만 제가 걱정이 되는 것은 결국 제보공작까지 포함시키겠다는 발언이 진정성 있는 발언이 아니라, 사안의 본질을 흐리려고 하는 물타기 의도가 다분하다고 생각한다"며 "본질이 가려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했다.

결국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간다'는 속담 그대로의 모습인 셈이 됐다. 국민의힘은 처음부터 야권의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정쟁' 프레임을 뒤집어 씌우며 계속되는 특검, 탄핵으로 민생 법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는 주장을 지지층들에게 어필하고 있었고 여기에 수구 언론들도 호응하고 있었다.

한동훈 대표의 제3자 추천안 특검을 포함해 갖가지 요구 사항을 갖다 붙인 것 역시 처음부터 채 상병 특검법 수용에 뜻이 있었다기보다는 계속해서 야권과 평행선을 달리며 소모전으로 끌고 가 '정쟁' 프레임을 강화하는데 목적이 있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 작전이 구상대로 되려면 야권이 계속해서 자신들의 특검법안을 고집해야 한다.

계속해서 무리한 요구를 갖다 붙인 것 역시 야권이 자신들의 특검법안을 고집할 것이란 계산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자신들의 계산대로 움직여주지 않으며 스텝이 꼬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국민들 역시 누가 채 상병 특검법을 '정쟁'의 소재로 악용하고 있는지 보다 분명히 각인시키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굿모닝충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창간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5 굿모닝충청. RS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