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사건에 깊이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는 KH그룹 배상윤 회장의 구명을 위해 윤석열 정권 당시 대통령실 인사와 논의했다는 그룹 핵심 관계자의 주장을 담은 녹취가 30일 추가로 확인됐다.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 여권 핵심 인사였던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강원 강릉시)과 윤석열 대선캠프 언론특보 출신 윤정식 씨 등을 상대로 KH그룹 관계자가 로비한 정황이 담긴 녹취가 확인된 가운데, 대통령실 비서관의 실명까지 추가로 드러나 검증이 요구된다.
30일 탐사보도그룹 <워치독>이 입수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변호인 김광민 변호사와 KH그룹 부회장 출신 조아무개 씨가 나눈 대화 녹취에 따르면, 조 씨는 '용산하고도 배상윤 회장은 논의가 다 됐었느냐'는 김 변호사 질문에 "(논의가) 됐었다"고 답하며, 윤석열 정권 당시 대통령실에서 근무했던 최재혁 전 홍보기획비서관을 지목했다.
조 씨는 최 전 비서관과 만났다는 증거로 실물 명함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용산(대통령실) 인근 지하 공간에서 만나 300만 원 달하는 고급 와인을 여러 병 접대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용산에서 뭐 사와라 그래서 사갔다"며 "오라고 하면 갔다"고 말했다.

최 전 비서관은 '김건희 라인'으로 불린 이른바 실세 비서관 중 한 명이다. 그는 김건희 '황제 관람' 논란을 빚은 국악 공연 기획자로 알려져 있다. 또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비상계엄 선포 생중계 당시 브리핑룸에 배석한 인물 중 하나로, 사전에 비상 계엄 여부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조 씨의 주장대로라면, 배 회장 구명 로비를 위해 대통령실 실세 인사에게도 적극적인 로비가 이뤄졌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과정에서 당시 제1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불리한 진술 등이 종용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최 전 비서관을 통한 로비는 도중에 중단된 것으로 보인다.
조 씨는 '명태균 게이트'가 터지면서 배 회장 구명이 진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명태균 사건이 터지면서 무리한 계엄을 선포하게 됐다. 그분들(대통령실 인사) 말은, 명태균 하나였으면 계엄 선포도 안 했다고 한다"면서 "(언론 등에서) 너무 당황스럽게 막 치고 나오니까 다 이제 가게 생겼으니까 계엄 선포 해갖고 다 잡아들이고 끝내려고 그랬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록 명태균 게이트와 비상계엄 등이 연이어 터지면서 대통령실 인사를 통한 배 회장 구명 로비는 진행되지 못했지만, 윤석열 측근들에 대한 로비 행위가 지난해에도 여러 차례 이뤄진 만큼 조 씨의 주장은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워치독>이 확보한 윤석열 대선캠프 언론특보 출신인 윤정식 씨의 통화 녹취에 따르면, 윤 씨는 지난해 5월 16일 조 씨와 통화에서 "저희가 같이 선거 캠프부터 같이 계속했던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분하고 식사를 하면서 단독 면담을 좀 요청을 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며 윤석열과의 독대를 주선하겠다고 제안했다.
또 윤 씨는 "이재명한테 당하고 있는 것보다는 훨씬 그 이쪽도 칼을 하나 쥐고 있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이 대통령을 공격할 증언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발언했다. 당시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연어 술파티' 회유가 폭로된 직후였다. 여권 내에 위기감이 돌던 때인 만큼 이를 반전할 진술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윤 씨는 구체적으로 "배상윤 회장이 들어와서 그렇게 하겠다 하면은 뭘 원하느냐, 그러면은 그때 특별히 원하는 거 없다. 보통 그게 미국에서는 플리바게닝이라고, 형량 딜을 하거든"이라면서, 형사소송법상 불법인 사법 거래(플리바게닝)를 의심케 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로비 성공 여부를 떠나 KH그룹 핵심관계자였던 조 씨는 배 회장의 구명을 위해 대통령실 비서관, 윤석열 측근 등 다양한 경로로 접근을 시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언론계 경력이 있는 최 전 비서관과 윤 씨도 공교롭게 출신으로 엮인다.
대북송금 사건 초기부터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역시 조 씨의 여러 로비 대상 중 하나였던 것으로 보인다.

<워치독>은 조 씨가 배 회장 구명 로비를 위해 최 전 비서관을 만나 접대했다는 주장과 관련해 최 전 비서관의 입장을 묻기 위해 수십 차례 전화를 시도하고 문자를 남겼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최 전 비서관은 텔레그램 문자 메시지를 열람했으나 답변하지 않았다.
윤 씨는 시민언론 <뉴탐사>와의 통화에서 배 회장 구명 로비와 관련, "내가 거기(사건)에 중심도 아니"라며 "내가 그럴 입장이 아니라고 했다"고 부인했다.
그는 최 전 비서관에 대해서는 "안다"면서도, 다만 "(조 씨와) 연결도 안했고 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 전 비서관에 대해서도 "(MBC 시절에) 최 전 비서관은 아나운서 쪽이기 때문에 친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 전 비서관은 <워치독> 보도가 나간 뒤인 1일 반론 보도를 요청해왔다.
최 전 비서관은 "작년, 전 직장 선배가 용산 홍보와 관련한 조언을 하고 싶어하는 분이 있으니 만나면 도움이 될 것이란 전화가 왔고 수차례 거절하다 마지못해 승낙을 하게 돼 그 자리에 나가니, 전 직장 선배가 그날 만나기로 약속된 분은 급한 일이 생겨 못 오게 됐다고 해 둘이서 식사 하던 중 근처에 사무실이 있다는 동생이란 분과 전 직장 선배가 통화가 됐다며 갑작스레 예정에 없이 와서 합류하게 됐다"며 "저는 그분이 어떤 사람인 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만났고, 명함을 교환하니 모그룹의 부회장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식사 중 저와 전혀 상관없는 말이 나와서 중간에 혼자 먼저 나왔고 식대도 제가 계산했다. 이날 자리에 '샤또 마고'라는 와인은 주문 하지도…누가 외부에서 가져 오지도 않았다"며 "이날 계산액이 15만 원 내외로 기억한다. 만일 외부 반입이 있었다면 코키지 가격만 음식값을 넘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그날 와인이 나온 것은 세트 메뉴에 포함된 와인으로 1~2 만원 정도 였을 것"이라며 "따라서 이 부분(고급 와인)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또 "저는 그날 이후 저의 직장 선배는 물론 그 자리에 함께 한 사람과 일절 연락한 사실이 없으며 관련된 얘기를 주변 사람과 나눈 사실도 없다"며 "따라서 어떤 부적절한 일도 발생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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