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탐사보도그룹 워치독이 지난 14일 쌍방울 전 회장 김성태의 보석 석방 과정에서 검찰과 로비 정황을 담은 녹취록을 단독 입수해 공개했다. 2023년 10월 28일 녹음된 이 녹취에는 검찰과 연결된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이화영 관련해서 다른 뭔가를 더 해줄 거냐, 이런 정도는 말을 해야 검찰에 얘기를 해줄 수 있다"고 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당시는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직후였다. 검찰은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의 진술을 토대로 이재명 대표를 기소했지만, 구속영장 발부는 실패한 상황이었다. 녹취록 속 로비스트는 검찰이 이화영으로부터 추가 진술을 얻어내려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KH그룹 부회장 조경식 씨와 검찰 로비스트로 추정되는 인물 간의 이 통화에서 조 씨는 "있는 죄는 받겠지만 다른 죄를 더 얹어서 누르지 말라"며 검찰의 별건 수사를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김성태가 1월에 구속 만기가 되는데, 검찰이 추가 기소하면 6개월 더 구속된다"며 이를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실제로 김성태는 2024년 1월 23일 보석으로 석방됐고, 자본시장법 위반 등 추가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는 중단됐다. 이는 대북송금 사건이 검찰의 조작 수사였다는 이화영 전 부지사 측 주장에 힘을 싣는 증거로 보인다.
김성태-조경식, "단순 지인" 주장 무색한 핵심 파트너 관계
김성태는 언론 인터뷰에서 조경식을 "생활이 궁핍해 알펜시아 컨트리클럽 대관 업무를 도와준" 정도의 인물로 축소했다. 하지만 워치독이 확보한 문자 메시지들은 조경식이 김성태의 핵심 측근이었음을 보여준다.
김성태는 2024년 1월 23일 출소하고 불과 8일 뒤인 1월 31일, 조경식에게 "평창동에서 4시에 보게요. 전화해 놔요"라는 문자를 보냈다. 이어 "VIP 코드 원(김성태) 비서실장"에게 평창동 주소를 전달했는데, 워치독이 직접 탐문한 결과 이곳은 무속인 김륜희의 자택으로 확인됐다. 김성태가 출소 직후 가장 먼저 한 일이 조경식을 통해 김륜희와 만남을 주선한 것이다.
2월 23일 김성태는 조경식에게 "알펜시아 이철규 문제 해결해 와라. 지상 명령이다. 배상윤 회장 이거 해결 못하면 다시 합숙해야 된다"며 강도 높은 업무 지시를 내렸다.

3월 11일, 총선을 한 달 앞두고 김성태는 조경식을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의 지역구인 강릉으로 보냈다. "강릉 사무실 간판 앞에서 인증샷 보내라"고 지시하며 "여자랑 놀러 간 것 아니지?"라고 확인까지 했다. 이어 "오늘 끝장내야 된다", "결론이 없냐?"며 계속 압박했다.
아시아경제 통한 김륜희 해명, 의미심장한 연결고리
무속인 김륜희 씨는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김성태와 2022년 한 번 만났을 뿐 보석 청탁을 목적으로 금품을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조경식에 대해서는 "생활이 어렵다고 해서 떡국을 끓여준 것뿐"이라며 "판사 사진을 보고 인상이 깐깐하게 생겼다고 말한 것"이라고 축소했다.
하지만 워치독이 확보한 증거들은 김륜희의 주장이 거짓임을 보여준다. 김성태가 출소 8일 만에 조경식을 통해 김륜희를 만난 사실이 확인됐고, 조경식은 2월 1일 김륜희에게 "6억 동부증권 계좌"를 요구하는 문자를 보냈다. 이는 단순한 안부 인사가 아니라 금전 거래가 있었음을 시사한다.
특히 김륜희는 처음엔 김성태와 조경식을 "일면식도 없다"고 완전히 부인했다가, 워치독이 증거를 공개하자 그제야 만남을 인정했다. 하지만 여전히 김건희 씨와의 관계는 부인하고 있다.
김건희 씨와 "언니" 관계인 김륜희의 거짓말
김륜희는 처음엔 김성태와 조경식을 "일면식도 없다"고 완전히 부인했다가, 워치독이 증거를 공개하자 그제야 만남을 인정했다. 하지만 여전히 김건희 씨와의 관계는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김광민 변호사는 조경식이 김건희 씨가 김륜희를 "언니"라고 부를 정도로 가까운 사이라고 증언했다. "김륜희가 김건희에게 '여사님'이라고 호칭하자 김건희가 화를 내며 '언니 왜 그래요? 언니예요'라며 여사라는 표현을 쓰지 말라고 했다"는 것이다. 조경식의 편지에는 "한남동 김건희와 김륜희가 통화 후 움직임이 있었다"는 내용과 함께 "하얏트호텔 지하 1층 일식당에서 코바나 실장과 만났다"는 구체적 정황도 기록돼 있다.
최재영 목사도 과거 "김건희가 매일 밤 평창동을 방문해 경호원들이 피곤해 죽겠다고 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김건희 씨가 매일 찾았다는 평창동이 바로 김륜희의 자택이었던 것이다.
용산과 한동훈까지 연결된 로비 네트워크
워치독이 입수한 또 다른 녹취록에는 김성태 측근이 석방 시기를 정확히 예측하는 내용이 담겼다. "13명 들어갔다가 다 나오고 김성태와 그룹 총괄이사 둘만 못 나왔다. 1월달에 나와요"라고 말했고, 실제로 김성태는 1월에 석방됐다.
2024년 1월 15일 문자에는 "지금부터 우리가 접촉하는 쪽의 이름은 삼가하자. 용산, 남한산성 등으로 부르자"는 은어가 등장한다. 용산은 대통령실을 지칭하고, 남한산성은 김성태의 친인척 전모씨의 거주지를 가리킨다.
조경식은 전모씨에 대해 "윤석열이 사시 8번 시험 실패할 때 마지막에 이분이 데리고 절에 가서 공부시켜 합격시킨 분"이라며 "한동훈까지 이 집에 와서 저녁 먹고 그랬다"고 설명했다. 김성태 측이 대통령실과 당시 법무부 장관이던 한동훈까지 연결된 인맥을 동원해 로비를 펼쳤다는 정황이다.
1월 19일에는 "김영남 검사, 분위기 매우 좋다"는 문자가 오갔고, 4일 뒤 김성태는 예정대로 석방됐다.
경찰 고위직까지 동원된 조직적 로비
조경식과 경찰 총경이 주고받은 문자도 확인됐다. 2024년 7월, 한 총경은 "형님 저 수서경찰서장 보내줘요. 돈이 없어요. 걱정하지 마"라며 노골적인 인사 청탁을 했다. "8월쯤 서장급 발령 예상됩니다. 형님 헬프미"라는 문자도 보냈다.
해당 총경은 실제로 8월 서울 지역 경찰서장으로 발령받았다. 워치독과 통화에서 이 총경은 "조경식이 권성동과 엄청 친하다고 자랑한 것만 기억난다"며 문자 내용은 부인했지만, 권성동 이름을 구체적으로 기억한다는 점이 오히려 의미심장하다.
이는 조경식이 단순한 사기꾼이 아니라 검찰, 경찰, 정치권을 아우르는 실제 로비 네트워크를 가진 인물이었음을 보여준다.

엄용수 위증 의혹, 구체적 정황 드러나
조경식이 구치소에서 보낸 편지에는 엄용수 전 쌍방울 비서실장의 국회 위증 의혹이 상세히 기록됐다. 2023년 10월 1일 대북송금 수사 검사 탄핵 청문회에서 이화영-이재명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엄용수는 그날 저녁 술자리에서 "나 청문회 스타가 됐고 국민의힘에서 영입 제안도 온다"고 자랑했다.
당시 술자리에는 경찰서장급 총경, 접대부 3명 등 여러 목격자가 있었다. 접대부가 "오빠 이재명 대통령 되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요?"라고 묻자 엄용수가 "도망가야지"라고 답했다는 내용까지 편지에 적혀 있다. 엄용수는 그 자리에서 "회장님이 그룹 대표이사 맡게 해준대요"라며 조경식에게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김광민 변호사는 "조경식의 증언들이 너무 구체적이고 일관적이다. 좌석 배치, 식당, 시간, 이동 수단까지 디테일하게 설명해 신빙성이 있다"며 "조경식을 공익제보자로 지정해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경식이 수원구치소에서 이유 없이 독방 이감 등 차별을 받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민주당은 이날 조경식의 증언을 토대로 김륜희 등을 특검에 고발했다. 대북송금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열쇠가 조경식의 양심선언을 통해 하나씩 풀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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