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법무부가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에 연루돼 수감 중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주장한 이른바 '연어 술파티' 진술 회유 사건이 발생한 날짜를 2023년 5월 17일로 특정했다. 법무부의 이같은 판단에는 이 전 부지사의 진술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7일 법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교정행정 전문성과 보안성을 고려해 7월 말부터 교정본부에 별도 점검반을 구성하고 검찰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상대로 진술 회유를 했다는 의혹에 대한 출정일지 등 자료를 분석하고 8월 한 달 동안 당시 계호 교도관 등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했다고 밝혔다.
당초 이 전 부지사는 지난 2023년 6월 18일 경 수원지검 1313호 검사실 내 영상 녹화실에서 '연어 술파티'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법무부는 이 전 부지사의 진술과 그로부터 당시 술을 마셨다는 말을 직접 들은 수용자 2명의 진술 및 당시 계호 교도관의 진술 그리고 2023년 5월 17일 출정일지를 근거로 실제 연어 술파티가 있었던 날을 기존 6월 18일이 아닌 5월 17일이라고 특정했다.
법무부는 지난 2023년 5월 17일 수원지검 1313호 검사실 내 영상녹화실에서 '연어회덮밥 및 연어초밥'으로 수용자 이화영, 김성태, 방용철 등 공범들과 박상용 검사 등이 저녁식사를 하는 과정에서 김성태 등이 종이컵에 소주를 마신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이화영 전 부지사가 주장한 지난 2023년 1월 17일부터 2024년 1월 23일까지 쌍방울 전 회장 김성태 씨가 수용됐던 기간 중 검찰조사 시 김성태 씨가 원하는 외부 도시락과 음식이 여러 차례 반입된 사실, 영상녹화실 및 '창고'라는 공간에서 수시로 김성태와 이화영 등 공범들이 모여서 대화를 나눈 사실 등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쌍방울 직원이 수원지검 1313호 검사실에 상주하면서 김성태 씨를 수발했고 현직 교도관이 박상용 검사의 조사과정에서의 부적절한 조치에 대해 항의했다는 점도 이화영 전 부지사와 당시 계호 교도관들의 진술 등에 비추어 사실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가 2023년 5월 17일을 연어 술파티 진술 회유가 일어난 날이라 특정한 것에는 이화영 전 부지사의 진술 변화가 주요 원인이었다고 한다. 이 전 부지사는 법무부 실태조사에서 “광주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 전날 술자리가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게 부담됐다”고 털어놨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부지사는 조사에서 “5·18 전날 술자리가 있었다고 알려지는 게 너무 부담되고, 죄스럽기도 하고, 미안했다”며 “그래서 5월 17일이라는 날짜를 제대로 얘기할 수가 없었다”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지사는 또 “(법무부 조사를 통해) 이왕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5월 17일이 술 파티가 있던 날이 맞다”고 말했다고 한다.
술 파티 등을 통해 검사로부터 회유를 당했지만 더불어민주당에서 오래 활동한 정치인으로서 광주 5·18 기념식의 의미와 중요성 탓에 날짜를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는 취지의 주장인 셈이다. 이 전 부지사는 애초 검찰 조사에서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에게 대북 송금을 보고했다”고 했지만, 재판에서 “검찰의 술자리 회유 등으로 허위 진술을 했다”고 뒤집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 6월 이 전 부지사가 제기한 ‘술자리 회유’ ‘진술 조작’ 등 의혹을 인정하지 않은 수원고법 판결을 그대로 인정하며 징역 7년 8개월을 확정했다.
수원고법은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검찰에 출정하는 경우 검찰 외부인이라고 볼 수 있는 교도관들이 다수 동행하고, 영상녹화실은 큰 창이 설치돼 외부에서 내부를 훤히 볼 수 있는 구조”라며 “피고인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일이 실제 있었는지 상당한 의구심이 든다”고 판단했다.
또 “정치인으로서의 경력, 연령, 학력 등을 고려할 때 연어 및 술 등이 제공됐다고 해 피고인의 진술이 근본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것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즉, 검찰 측의 일방적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이화영 전 부지사가 한 주장은 모두 거짓말이라고 몰아 붙인 셈이다.
검찰은 지금도 여전히 그 사실을 부정하고 있다. 당시 수사·기소를 맡았던 서현욱 부산고검 창원지부(전 수원지검) 검사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2023년 5월 17일 이화영 측 변호인이 입회한 사실이 확인됐고, 변호인은 일시를 불문하고 술 먹는 장면이 없다고 밝혔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법무부의 특별점검이 외부로 유출됐다며 대검 감찰부에 공무상비밀누설 혐의에 대한 감찰을 요청하겠다고 밝히며 적반하장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술자리 회유 의혹의 당사자 박상용 검사도 전날 “사실무근”이라며 “현재 진행되는 재판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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