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대통령실이 홈페이지에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이 저녁 8시 50분 경 의정부 성모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를 방문해 1시간 20분 가량 머물며 국민 건강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의료진을 격려하고 현장의 의견을 청취했다"고 전하며 총 11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하지만 그 11장의 사진들로 인해 오히려 윤 대통령을 향한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선 그 11장의 사진들을 보면 이상한 점 하나가 바로 눈에 들어오는데 권역응급의료센터에 비치된 침상 어디에도 환자들이 누워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의료진으로 보이는 3명이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환호하고 함께 악수를 나누는 모습이 찍힌 2장의 사진은 뭔가 작위적이란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현재 의료대란으로 인해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문제가 연일 화두에 오르고 있다. 이 '응급실 뺑뺑이'는 이유는 응급 환자들이 치료 받을 병원을 찾지 못해 발생하고 있는 문제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의원(제주 제주을)은 자신의 부친 또한 이 의료대란 사태로 인해 발생한 '응급실 뺑뺑이' 문제로 숨을 거둔 사실을 알린 바 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이렇게 환자 하나 없는 '깨끗한 응급실'을 방문했고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현장 의견을 청취하고 이 내용들을 바탕으로 필수 의료 수가 인상이나 재정 10조원 투자 등 그런 의료 개혁 방안 발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식의 '보여주기식 방문'을 통해 과연 윤석열 대통령이 의료대란의 심각성을 인식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과거 19세기 말에 유럽의 섬나라 아일랜드에선 대기근이 발생한 바 있었다. 아일랜드는 800년 동안 영국의 식민지로 있으면서 영국으로부터 온갖 곡물들을 수탈당했다. 그럼에도 아일랜드인들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감자 덕분이었다. 그러나 19세기 말 감자 마름병이라는 역병이 도져 아일랜드인들의 주식이었던 감자가 모두 죽어버리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영국의 집권여당이었던 자유당은 '자유방임주의' 정신에 입각해 기근에 시달리는 아일랜드인들을 구호하는데 소극적이었다.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아일랜드를 방문한다는 소식에 아일랜드인들은 여왕이 직접 대기근의 참상을 목격하고 구조를 해줄 것이라 기대했지만 여왕은 항구 도시였던 퀸스타운과 근교만 방문했다.
여왕이 방문할 지역이었기에 당연히 해당 지역들은 사전에 지원을 받았고 이 때문에 여왕은 아일랜드인들이 대기근에 시달린다는 현실을 전혀 볼 수가 없었다. 따라서 빅토리아 여왕은 아일랜드의 현실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떠났고 그러니 아일랜드에 대한 관심도 오래가지 않았다.
이와 마찬가지로 윤석열 대통령 또한 아일랜드 대기근 당시 빅토리아 여왕과 같은 현실 오판을 하게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의 권역응급센터 방문을 두고 "일한 척 티내려고 갔느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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