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은 무엇을 두려워 하나?

현안 관련 질문들, 핵심 못 찌르고 두루뭉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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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9일 오전 10시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정브리핑을 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출처 : 대통령실 영상 갈무리/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지난 8월 29일 오전 10시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정브리핑을 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출처 : 대통령실 영상 갈무리/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지난 8월 29일 있었던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브리핑과 이어서 진행된 기자회견은 윤 대통령의 자화자찬으로 시작해 자화자찬으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지 또한 이런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을 두고 "홀로 별천지에 살고 있다"고 혹평한 바 있다. 그런데 시민언론 민들레의 김성재 에디터는 이런 대통령의 모습도 한심하지만 그보다 더 한심한 것이 대통령실 출입기자라고 지적했다.

4일 시민언론 민들레의 김성재 에디터가 쓴 칼럼 '대통령실 기자들의 '질문 무능력'은 불치병인가'를 살펴보면 지난 8월 29일 윤 대통령의 국정브리핑에 대해 "이 나라 최고 권력자의 무지와 현실 인식 수준, 그리고 과연 그가 대통령의 자격이 있는지를 확인한 시간이었다"고 혹평했다.

그러면서 "이날 기자회견은 한국 주류 언론매체 기자들의 수준과 능력을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되는 장이기도 했다"고 해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에 대한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권력자에 대한 질문은 기자의 특권이며 동시에 국민에 대한 의무"이고 "최고권력자 대통령이 거짓말과 무지의 뒤에 숨지 못하도록 날카로운 질문을 그의 면전에서 할 수 있는 것이 기자의 특권"인데 전혀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시 기자회견을 반추해 보면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은 의료개혁, 연금개혁, 김건희 명품백 수수, 김용현 국방장관 후보, 대북 관계, 부동산·가계부채, 저출생, 노동개혁 등 여러 분야의 현안과 관련해 질문했다. 하지만 김성재 에디터는 "질문들은 대체로 본질을 꿰뚫고 핵심을 찔렀다고 보기 힘들다"고 혹평했다.

지지율 20%대를 넘어서지 못하고 나라를 총체적 위기에 빠뜨리고 있는 대통령에게 어울리지 않는 한가한 질문들이 이어졌다. 대통령이 불편해하지 않도록 배려한 공손한 질문과, 부실하고 엉뚱한 답변에도 추가 질문 없이 넘어가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김 에디터가 예시로 든 것이 연금개혁 관련 질문이었다. 당시 첫 질문으로 “2021년 연금개혁과 지금 연금개혁이 달라진 부분을 짚어달라”는 질문이 나왔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정부 연금개혁 추진과 문제의 핵심인지는 의문이다. 또 기자는 “연금개혁이 야당과 협의가 어렵다는 우려가 있는데 국회 협조를 구하면서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라고도 물었다. 연금개혁을 둘러싼 여야 입장 차이의 해법이 대통령의 '당부'라도 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의료대란 관련에서도 답답함은 이어졌다. “의료분쟁을 타개할 대책을 설명해달라”고 하고 “대통령실의 입장은 무엇이냐”는 질문은 너무나 한가하고 두루뭉술할 뿐이었다.

이를 두고 김성재 에디터는 "두 명의 기자가 의대 정원 문제와 관련해 질문하면서 거의 비슷한 내용의 질문을 반복할 필요가 있었을까? “응급실이 잘 돌아가고 있다” “정부가 더 뭘 하란 말이냐”는 윤석열 대통령의 황당한 답변을 듣고 이를 반박하는 질문을 하지 못하는 것은 대통령을 불편하지 않게 하기 위한 배려였을까, 아니면 짜여진 각본 때문이었을까?"라고 혹평을 아끼지 않았다.

김건희 명품백 수수 관련 사건 검찰의 무혐의 결론 관련 질문도 마찬가지였다. 기자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의견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물었는데 이 사건은 단지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기 때문에 문제인 것이 아니다. 대통령 부인의 부도덕과 현행법 위반, 그것을 국가인권위와 검찰이 나서 덮었다는 비판, 청탁금지법이 훼손되고 법치가 무너졌다는 우려 등 심각하고 복잡한 문제를 안고 있는 사안이었다.

그럼에도 저런 질 낮은 단조로운 질문을 했다. 김성재 에디터는 이런 모습을 두고 "김건희 씨를 둘러싼 여러 비리 의혹이 아직 제대로 해명되지도, 수사가 진행되지도 못하고 있는데도 “제2부속실과 특별감찰관제가 언제 공식화할 것인지”가 더 중요한 질문거리였나?"라고 비판했다.

그 밖에 “한동훈 대표와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나” “한덕수 총리 자리에 야당 추천 인사를 기용할 복안이 있는가” “야당에서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가 채 상병 사건 핵심 관계자라는데”라고 질문도 있었는데 김 에디터는 "이런 질문도 20%대 지지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윤 정부의 국정운영 방식에 관해 묻는 것으로는 두루뭉술하거나 지엽말단적이었다"고 질타했다.

김 에디터는 이른바 윤·한 갈등은 정부와 여당의 균열을 불러오는 심각한 문제이며 한덕수 국무총리의 유임 역시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차질을 주는 중요한 인사 실패 사례'라고 지적했다. 또 김용현 국방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여러 가지 의혹은 "이른바 ‘충암고 인맥’의 국방·안보 라인 기용과 엮여져 국민의 ‘계엄 공포’를 불러오고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렇듯 더 크고 중요한 맥락이 빠진 채 파편화한 사실에 관해서 대통령의 입장을 묻고 있다는 것이 김 에디터의 지적이다. 또한 기자들이 윤 대통령을 향해 “반국가세력은 어떤 세력을 지칭하는가” “뉴라이트 인사들이 등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친일 정권 비판이 있다” “정부가 광복회 외의 단체 추가지정을 검토하는 것은 보복조치냐”는 질문에 대해선 "윤 대통령의 엉터리 답변만 듣고 끝낼 일이 아니었다"고 일침했다.

김 에디터는 "이것은 여야간 정쟁의 문제가 아니라 나라의 정체성을 흔들고 있는 사안이다. “뉴라이트가 뭔지 잘 모른다”는 동문서답식 답변 이후 추가 질문을 통해 대통령의 입장을 명확히 확인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대북정책 관련 질문에 대해서도 김 에디터는 "대통령실 출입기자 수준이라고 하기에 부끄러울 정도"라고 혹평했다.

그 이유에 대해 "윤 정부는 북한과 대화 단절 상태다. 대북정책의 방향이 북한 고립과 남북대결 고조임은 이미 명확해진 상태다. 그런데도 대화를 ‘지속적으로’ 추구할 것인지, 대북정책의 방향은 무엇인지 묻는 것은 기자의 무지 때문인가?"라고 지적했다.

경제 분야의 가계부채 관련 질문, 부동산 시장 불안 관련 질문에서도 김 에디터의 혹평은 계속됐다. 가계부채와 부동산 문제는 시한폭탄 한국 경제의 뇌관처럼 중요하고 심각한 사안인 만큼 윤 대통령의 그저 “잘 풀어가겠다”는 무책임한 답변으로 끝날 일이 아니었고 더군다나 윤 대통령은 직전 국정브리핑에서 “경제가 확 살아나고 있다”는 황당무계한 경제 현실 인식을 드러낸 바 있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도대체 이런 '초현실적' 현실 인식과 무책임한 답변이 도대체 어디에서 근거한 것인지 물었어야 했다는 것이 김 에디터의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실 기자들은 송곳 같은 질문을 하지 못했기에 변죽만 울렸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김성재 에디터가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을 향해 분통을 터뜨렸던 부분은 "이 정부 내내 언론계를 혼란에 빠뜨린 방송장악과 언론탄압과 관련된 질문이 나오지 않은 것"이었다. 불과 한 달 전에 윤 대통령이 임명한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2인 체제’가 MBC 장악을 목적으로 방문진 이사를 교체했다가 ‘위법성 여지가 있는 졸속 심사’라는 이유로 법원으로부터 효력정지 처분을 받았다.

언론계가 들끓고 있는데도 그 언론계의 일원인 기자들은 이 사태의 책임 당사자인 윤 대통령에게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김 에디터는 이런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의 한심한 모습을 보고 "이러려면 굳이 아까운 시간과 전파를 써가며 생방송 기자회견을 열 필요가 없다. ‘서면(書面)’ 인터뷰면 충분했다"고 질타했다.

아마도 김성재 에디터의 비판은 당시 기자회견을 봤던 대다수 국민들의 생각과 거의 같을 것이라 본다. 도대체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은 무엇이 그리도 두려워 폐부를 찌를 만큼의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지 못하는 것인지 의문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렇게 기자들이 저자세를 띄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에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이러려고 윤석열이가 기레기들한테 김치찌개 먹이고 계란말이 먹였나보다"고 비꼴 지경이다.

끝으로 김성재 에디터가 해당 칼럼 말미에 남긴 이 말은 기자들 모두가 되새겨야 할 말이라 본다. 그는 칼럼 말미에 이런 말을 남겼다.

"최고 권력인 대통령실 출입기자에 각 언론사는 이른바 ‘에이스 기자’를 보낸다고 한다. 과연 이 정도 질문을 하는 대통령실 출입기자가 ‘에이스 기자’라면 우리나라 주류 언론 평균 기자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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