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일으킨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내란 및 외환 혐의를 수사 중인 조은석 내란 특검팀이 24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로서 12.3 내란 사태 발발 8개월여 만에 또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4개월 만에 2인자인 한 전 총리 역시 구속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특검팀은 이날 한덕수 전 총리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내란 가담자 중 처음으로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를 적용했다. 방조범은 정범(범죄를 실행한 자)의 범행을 미필적으로 인식한 상황에서 고의를 가지고 범행을 용이하도록 한 경우 성립된다.
앞서 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등 내란 실행에 가담한 이들에게는 모두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가 적용됐는데 이보다 더 무거운 혐의다. 헌법 87조엔 내란중요임무종사자의 경우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하도록 돼 있지만 방조범의 경우 정범과 같은 형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대통령의 제1보좌기관이자 국무회의 부의장인 한 전 총리가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해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계엄 선포를 도왔다고 판단했다. 한 전 총리는 대통령을 견제할 책무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윤 전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를 말리기는커녕 국무회의를 건의하는 방식으로 계엄 선포의 절차적 형식을 갖추는 데 일조했다고 본 셈이다.
특검이 한 전 총리의 주장이 거짓이라고 본 이유는 국무위원 전원에게 소집 통보를 내리지 않았던 점과 대통령실 CCTV에 찍힌 영상 등에 있다. 작년 12월 3일 밤 당시 일부 국무위원만 소집 통보를 받았을 뿐이었고 박상우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안덕근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은 아직 대통령실로 이동 중이었음에도 국무회의가 종료됐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주호 전 교육부 장관 등은 호출조차 받지 못했다.
이를 토대로 특검은 당시 한 전 총리가 국무회의 개의에 필요한 국무위원 정족수 11명을 채우는 데 급급했을 뿐, 정상적인 '국무위원 심의'가 이뤄지도록 하는 데는 소홀했다고 판단해 그가 계엄 선포를 막기 위해 국무회의를 건의했다고 주장한 것을 거짓이라고 봤다.
특검이 청구한 54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한 전 총리의 범죄가 중대하고 증거 인멸 우려가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특히 한 전 총리가 허위 공문서 작성에 관여하고 탄핵 심판에선 위증을 하는 등의 혐의 자체도 증거 인멸 우려와 연관돼 있는 만큼 구속 필요성이 크다고 봤다. 뿐만 아니라 도주 우려, 재범의 위험성 등도 있다고 기재했다.
박지영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국무총리는 행정부 내 대통령이 임명하는 유일한 공무원으로 헌법 수호 책무를 보좌하는 제1의 국가기관"이라며 "대통령의 자의적 권한 행사를 사전에 견제·통제할 수 있는 헌법상 장치인 국무회의 부의장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즉 한 전 총리는 위헌·위법한 계엄을 사전에 막을 수 있었던 최고의 헌법기관이었던 것"이라며 "이런 지위와 역할 등을 고려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덧붙였다.
만일 한덕수 전 총리의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 헌정사 최초로 구속된 전직 국무총리라는 불명예스러운 이력을 갖게 된다. 지금까지 77년 헌정사를 통틀어 전직 대통령 중에선 5명이나 구속된 사례가 있지만 전직 국무총리 중에선 단 한 번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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