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이른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 담당 수사기관인 수원지검의 부실수사 및 조작수사 그리고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상대로 벌인 술판 회유 등 여러 가지 의혹에 대해서 보도해 온 뉴스타파가 쌍방울의 내부자 폭로를 인용해 또 다른 사실을 알렸다.
그간 뉴스타파는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김성태 쌍방울 회장을 비롯한 공범들을 수시로 모아 놓고, 진술을 짜맞추는 일종의 ‘진술 세미나’를 벌인 정황을 보도했다. 뉴스타파는 이 자리에 직접 참석한 쌍방울 임원들로부터 "지난해 2~3월경 수원지검에서 김성태 회장을 비롯한 임원진이 수시로 모였고, 그 자리에는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과 그의 딸도 있었다"는 내용을 들었다.
교도관들이 '세미나' 장면을 목격했으나 별 다른 제지가 없었다. 또한 작년 안부수의 딸이 검찰에서 아버지를 만났고 통화도 했으며 "검사와 합의했다"는 아버지의 발언을 카카오톡 메시지로 아버지의 측근에게 보냈다. 쌍방울은 안부수의 딸에게 전화해, 검찰이 압수했다가 돌려준 아버지의 휴대전화를 받아갔고 이후 쌍방울은 안부수 회장의 딸에게 서울 송파구 거여동 오피스텔을 제공했다.
그럼 검찰은 왜 이렇게까지 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데 그 해답을 뉴스타파 봉지욱 기자가 쌍방울 임원 A씨로부터 들었다. 그는 쌍방울의 대북 사업에 깊숙이 관여한 인물로 쌍방울이 북측과 사업 협약식을 맺을 때도 현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봉지욱 기자가 그로부터 전해들은 검찰 수사의 전말에 따르면 김성태 회장이 체포된 후 수사 방향이 갑자기 바뀌었다고 한다. A씨는 "경기도와 이재명과 관련된 물증이 없다 보니 검사가 윽박지르거나 몰아갔다"면서 "혹독한 조사를 받으면서 사실과 다른 답변을 하기도 했다"고도 했다.
검찰은 쌍방울이 북한에 건넨 800만 달러가 경기도가 북한에 약속한 스마트팜 비용(500만 달러)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300만 달러)이라고 주장했다. 스마트팜 비용 대납의 증거 중 하나로 쌍방울이 2018년 12월에 북측에 건넨 '북남협력사업제안서'를 제시했다.

당시 김성태가 안부수와 함께 중국 요령성 단동시에서 통일전선부 김성혜 책략실장을 만나 전달한 문건인데 사업제안서에서 '2. 협동농장 지원(단계적으로 미화 300~500만불 지원)'이란 항목이 확인된다. 검찰은 여기에 나온 '협동농장'이 앞서 경기도가 앞서 북측에 약속한 '스마트팜'과 동일한 내용이라고 판단했다. 법원도 이런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정작 제안서 작성에 직접 관여한 임원 A씨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이 제안서는 경기도의 지시를 받고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무 것도 없는 판에 새롭게 그림을 그리듯이"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화영 전 부지사를 만나 도움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경기도의 스마트팜 사업을 대신하기 위해 '협동농장' 항목을 넣은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검찰은 이 '협동농장'을 경기도 '스마트팜'과 동일한 것으로 특정했다. 이런 검찰 수사에 대해 임원 A씨는 "검사가 계속 윽박지르면서 조사를 하다보니, 진술도 거기에 맞춰서 가게 됐다"고 폭로했다.

또 A씨는 "검사가 수사 방향을 교묘하게 바꿨다"고 주장했다. 2022년 10~12월 조사 때만 해도 검찰은 쌍방울이 대북사업을 미끼로 계열사의 주가를 조작 혹은 부양하려 했다고 의심했으며 당시 일부 임직들도 '주가 조작' 의도가 있었다고 진술했다.
그런데 작년 1월 김성태 회장이 체포된 이후 검찰은 갑자기 '주가 조작'이 아닌 '이재명을 위한 대납'으로 방향을 바꿨다. 쌍방울이 경기도 스마트팜 비용을 대신 내줬단 것도 결국 이재명을 위해 돈을 썼다는 얘기다. 하지만 임원 A씨는 "경기도 스마트팜 비용 대납에 대해선 (당시에) 들어본 적도 없고, (지금도) 회의적인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표 (방북 비용) 대납 관련해서는 사실 들은 바가 없다. 그분하고 회사가 연계 고리가 있다는 이런 얘기는 못 들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검찰이 혹독하게 조사하면서 사실과 다른 답변을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쌍방울을 갈아 마실 듯한 밤샘 조사"에 자신도 어쩔 수가 없었단 것이다.
이상으로 볼 때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관련 검찰 수사는 분명히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위법 투성이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그런 사실이 없다"거나 "쌍방울의 일이지 우리와 관련이 없다"는 식의 해명만 내놨다. 검찰이 이화영 전 부지사 측의 '연어회 술판' 주장에 대해서 타임 라인까지 그려가며 구체적으로 반박한 것과 대조된다.

또한 수사를 담당한 수원지검의 박상용 검사 탄핵을 두고 이원석 검찰총장이 민주당을 맹비난하고 나서며 정치에 개입하는 정치적 발언까지도 서슴지 않았다. 이에 민주당은 '검찰주의자의 궤변'이라 일축하며 국회의 권한을 최대한으로 행사해 위법한 수사를 일삼은 검사에 대한 탄핵은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봉지욱 기자 또한 "뉴스타파가 제기한 의혹이 사실이라면 검찰 수사의 정당성은 크게 흔들릴 수 밖에 없다"고 하며 일련의 의혹이 사실인지 검찰 스스로 밝히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면서 "어쩌면 '검찰 수사의 정당성을 검증할 주체가 검찰 밖에 없다'는 구조적인 한계 때문에 검찰은 스스럼없이 불법적인 행위를 저질러 왔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봉 기자가 해당 기사에선 거론하지 않았지만 검찰 뿐 아니라 사법부도 문제라고 볼 수밖에 없다. 사법부 또한 김성태의 허위 진술만 증거로 채택하고 주가조작 사실이 드러난 국정원 문건 등은 모두 배척해 이화영 전 부지사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일각에선 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이 10여 년 전 브라질에서 있었던 페트로브라스 스캔들의 한국 버전이란 주장을 하고 있다. 그 사건 역시 검찰과 사법부 등 소위 '법비'들이 똘똘 뭉쳐 좌파 정권인 지우마 호세프 정부를 무너뜨리고 전임 대통령인 룰라 대통령까지 엮었던 사건이었다. 그 결과 들어선 것이 희대의 막장 대통령으로 불렸던 보우소나르 정부였다. 때문에 이 사건이 페트로브라스 스캔들의 한국 버전이란 주장도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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