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지난 10일 구속영장 발부로 서울구치소에 재수감된 12.3 내란 사태의 수괴인 전직 대통령 윤석열 씨가 영장실질심사에서 '변호사 구인난'과 부인 김건희 씨의 처지 등을 호소하는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 사실과 김영삼 전 대통령의 금융실명제 조치 당시의 상황을 핑계로 내세웠던 사실이 JTBC 단독 보도로 알려졌다.
지난 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윤석열 씨의 구속 심사는 6시간 40분 동안 진행됐는데 이 중 20분 정도를 윤 씨가 직접 최후변론하는 데 썼다. JTBC 보도에 따르면 이 때 윤 씨는 '변호사 구인난' 등을 호소하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사람들이 이제 나와 연락을 많이 끊는다"며 "변호사도 구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또 이 과정에서 "부인도"라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는데 특검팀의 전방위 수사를 받고 있는 배우자 김건희 씨 역시 변호사를 구하는 데 애를 먹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윤석열 씨 측은 '변호사 구인난' 발언이 김건희 씨를 특정해서 한 설명은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해당 발언은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 조사에 윤 전 대통령 변호인이 입회한 것을 두고 특검 측이 회유 의혹을 제기하자 이를 반박하는 과정에서 한 것이라고 했다. 즉, 윤석열 씨가 자신도 변호사를 구하기 어려운데 강 전 부속실장은 오죽했겠냐며 변호인 입회 배경을 설명하는 발언이었단 것이다.
또 JTBC는 윤석열 씨가 최후변론에서 "(특검이) 정치적인 수사를 하는 건 이해하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한 게 아니냐"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도 확인됐다고 전했다. 지난 1월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됐다가 두 달 뒤 구속취소 결정으로 풀려났는데,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한 데 대해 불만을 나타낸 것이다.
또 윤 씨 측은 "직에서 물러나 아무 힘도 없는데 증거를 인멸하거나 진술을 번복시키는 건 불가능하다"고도 주장했다. 이런 피해자 코스프레 외에도 윤석열 씨는 본인의 주특기인 견강부회(牽强附會) 전략도 써먹은 것으로 확인됐다. JTBC는 그가 지난 2월 탄핵심판 최후 진술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김영삼 전 대통령의 금융실명제 발표를 끌어들여 자신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를 합리화했다고 한다.
지난 2월 25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최후 진술에서 윤석열 씨는 "김영삼 대통령께서 긴급재정경제명령으로 금융실명제를 발표했을 당시에도 국무위원들은 소집 직전까지 발표한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고, 국무회의록도 사후에 작성됐다"며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무회의의 절차적, 실체적 하자를 부인했다.
이같은 주장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서 모두 배척됐는데 윤석열 씨는 이미 깨진 논리를 구속심사에서 또 써먹은 것이다. 특검은 미리 준비한 영상자료를 보여주며 정면 반박했는데 1993년 8월 12일 열린 해당 국무회의 영상을 확보해 재생한 것이다. 여기엔 김 전 대통령이 국민 의례를 비롯해 통상 절차에 따라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또 조은석 내란 특검 측은 국무회의 결재 기안 문서도 재판부에 함께 제출했다. 또 앞서 대통령실 관계자는 작년 12월 3일, 비상계엄을 심의한 국무회의가 40분 동안 진행된 것처럼 적었다가 5분으로 정정해 논란이 됐는데 특검 조사 결과 실제 회의 시간은 그보다도 적은 2분에 불과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렇게 윤석열 씨는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며 동정심에 기대기도 했고 탄핵심판 때 써먹었던 레퍼토리들을 또 다시 반복하며 구속영장 발부를 면해보려 발버둥을 쳤지만 재판부는 헌법재판소와 마찬가지로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윤 씨는 넉 달 만에 재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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