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박상용 검사(대북송금 사건 담당, 현 법무연수원 교수)를 끌어안고 '1313호 검사실에서 같이 떨어져 죽자'고 말했다"는 김 전 회장 측근의 증언이 나왔다. 박 검사가 김 전 회장을 상대로 상당한 강도의 회유·압박 수사를 벌였고, 김 전 회장이 극단적 선택까지 고민할 정도로 힘들어했던 정황이어서 강압수사 논란이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이외에도 이른바 '수원지검 1313호실 연어·술 파티 사건'과 관련해 "교도관 등이 이용하는 수원지검 지하 통로를 통해 음식과 사람들이 들여보내졌다"는 새로운 증언도 나왔다. 박 검사는 대북송금 사건 관련 수사 때 벌어진 '연어·술파티'와 '진술 세미나' 의혹 등으로 법무부로부터 감찰을 받고 있다.
■ "너 죽고 나 죽자고 끌어안고 13층서 떨어지자"
조경식 전 케이에이치(KH)그룹 강원개발 부회장은 지난 12일 서울 모처에서 '권력감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과 단독 인터뷰를 갖고 "김성태 회장이 수원지검 1313호실의 주임 검사 박상용을 너 죽고 나 죽자고 끌어안고 13층에서 같이 떨어져 죽자고 달려들었다"고 전했다. 김 전 회장과 30여 년 알고 지낸 조 전 부회장은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 쌍방울과 KH그룹을 위해 로비 활동을 했던 인물이다.
조 전 부회장은 "(검찰이) 너무 많은 핍박을 주고 자기 주위에 친동생, 처(부인), 애들까지 공세를 펴면서 압박을 하니까 당시의 (김성태의) 심정은 죽고 싶다는 그런 마음이었다"며 "수사하는 담당 검사를 13층에서 끌어안고 너 죽고 나 죽자고 뛰어내리자고 했다"고 거듭 말했다. 그는 "쌍방울 자회사들 주식 거래 정지를 시켜놓고, 그룹 하나 박살 내는 건 일도 아니라고 압박하니 어느 누가 회유를 안 당하겠느냐"고 했다.

조 전 부회장은 이러한 압박이 2023년 1월 김 전 회장이 태국에서 한국으로 압송된 뒤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나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대해 김 전 회장이 진술을 바꾸기 전, 검찰로부터 상당한 수준의 압박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조 전 부회장은 "김성태 회장이 (태국으로) 도주했다가 들어오는 귀국장에서 기자님들이 물어볼 때 뭐라고 답변했는가. '나 이재명 모른다, 관계없다' 그랬다. 그게 사실이다"라면서 "조작에 의해서 김성태 회장이 회유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애초 (검찰은) 이재명 대통령이 목적이었다"고 했다. 쌍방울그룹 대북 사업과 관련해서 "단 한 번도 이재명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조 전 부회장은 수사 초기 수원지검 1313호실에서 벌어진 상황들을 김 전 회장이 2024년 1월 보석 석방된 뒤, 직접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조 부회장은 "(김성태 회장이 설명할 때) 그 자리에 몇몇 사람이 있었다"며 "여러 사람이 있는 데서 은근히 돌려서 내 이렇게 능력껏 빠져 나온 거고 내 능력껏 사는 거지 누구의 도움을 받은 게 아니다. (김성태) 본인 입장에서는 그렇게 얘기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저는 (그 얘기를) 받아들이고 아무 소리도 안했다"고 말했다.
■ "교도관 지하 통로 통해 술과 음식 배달했어"
조 전 부회장은 2023년 11~12월쯤 수원지검에 술과 음식 등을 배달하며 직접 목격한 데 대해서도 증언했다.

앞서 <워치독>이 입수한 조 전 부회장의 자필 메모에 따르면, 2023년 11~12월 수원지검 13층에서 최소 3차례 술판이 벌어졌고 ▲2023년 11월 중순경 둘째 주 금요일 회·초밥 도시락 17인분 ▲2023년 11월말경 넷째 주 금요일 회·초밥 도시락 25인분 ▲2023년 12월 크리스마스 전주 금요일 회·초밥 도시락 68인분 등이 배달됐다.
조 전 부회장은 '소주를 생수처럼 위장한 것도 보았느냐'는 질문엔 "(2023년 5월 연어·술파티 당일) 1800원짜리 영수증이 나왔다고 소주라고 하던데, 사실 김성태 회장은 '화요'라는 술을 좋아한다"면서 "(내가 배달했을 땐) 그게 페트병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어 "검사나 당직 수사계장들이 눈감아주지 않으면 그게 감히 들어가겠느냐, 소주 알코올 냄새가 나는 건데"라고 했다.
조 전 부회장은 "박상웅 쌍방울 이사가 (김성태 회장의) 수족이 돼서 1313호실 박상용 검사하고 소통하는 창구였다"면서 "모든 상 차림은 박 이사가 다 했다"고 말했다. 또 "고깃집에서 육사시미 이런 걸 따로 박상민 회장 수행비서를 시켜서 공수해왔다"며 "김성태 회장이 특히 '어○'(횟집)의 회를 좋아한다. 연어 4만 8000원짜리 이런 걸 신문·방송에서 봤는데 그건 빙산의 일각"이라고 했다. 법무부가 박 검사에 대한 감찰에 앞서 지난 8월 실시한 실태조사와 상당 부분 일치하는 내용이다.

'어떻게 이러한 음식들이 외부에서 검사실로 유입될 수 있었는지' 묻는 말엔 조 전 부회장은 자세하게 그림을 그려서 자신이 목격한 내용을 설명했다.
조 전 부회장은 "수원지검 1층 로비 출입문 말고 계단문 쪽 엘리베이터가 있다. 그 엘리베이터는 3층까지밖에 못 간다. 그래서 그 엘리베이터를 타고 먼저 지하로 내려간다"며 "그러면 다시 지하통로가 나오는데 가다보면 왼쪽과 오른쪽으로 각각 검찰청과 법원으로 가는 통로로 갈라진다. 여기서 검찰청으로 가는 엘리베티어 쪽으로 간다. 그 엘리베이터는 전층을 다 갈 수 있다. 그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서 13층까지 가서 1313호로 들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전 부회장은 또 "내가 목격했던 날은 검찰 직원들이 대부분 퇴근하는 저녁시간 대를 이용해 음식이 공수됐다"며 "저녁 6시 50분쯤 ○○교도관의 인수 하에 들어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는 대부분 검찰 직원이 퇴근한 뒤여서 편하게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고검 감찰팀이 반드시 1층 로비 출입구 말고 (지하통로 이용해서 들어가는) 출입구 쪽의 출입 내역을 확보해야 한다. 교도관이 분명 신원 카드를 찍었기 때문에 전자기록이 있을 것이다. 내가 수원지검 1313호실로 들어갔던 시점은 2023년 12월 말 저녁 6시 50분쯤부터 밤 9시쯤까지였다"며 "그 통로의 존재를 외부에서 잘 모르기 때문에 박상용 검사와 ○○교도관은 감찰을 아무리 해도 자신들이 드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하고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박 검사에 대해선 "대한민국의 모든 범법자 중에 가장 먼저 구속시켜야 한다"며 "유능한 수사관이 붙어서 재조사하면 그분은 구속되고도 남는다"고 주장했다. 박 검사가 국회에서 관련 의혹들을 전면 부인한 데 대해선 "내가 국감장에 같이 앉아 있었는데, 솔직히 내게 시간만 더 주어졌다면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분통이 터졌다"고 말했다.

조 전 부회장은 인터뷰를 통해 "김성태 회장한테 맞아죽는 한이 있더라도 아닌 건 아니라고, 왜 그런 바보 같은 데 회유를 당해서 한몸이 돼서 그러냐고, 그런 걸 깨우쳐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김성태 회장이 곧 양심선언할 거라고 확신하고 있다"며 "쌍방울 김성태 회장과 KH 배상윤 회장은 희생자다"라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의 측근 인사였던 조 전 부회장은 수원구치소에서 수감돼 있다가 최근 보석 석방됐다.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 공익 제보를 하고 있다. 그는 지난 9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청문회와 10월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91년도에 강남 나이트클럽에서 일하면서 처음 김성태를 만났다"는 조 전 부회장은 김 전 회장과 오랜 관계다. 그는 2024년 1월 김 전 회장의 석방을 위해 평창동 무속인 등을 직접 만나 로비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또 쌍방울과 경제 공동체인 KH그룹의 배상윤 회장 구명 등을 위해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에서 권성동 의원(구속기소)에게 48억 원을 건네기로 약속하기도 했다.
<워치독>은 김 회장과 박 검사에게 전화와 문자 등을 통해 조 전 부회장 증언의 사실관계 확인과 입장 등을 물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허재현·김성진·조하준·김시몬 워치독 기자, 강진구 뉴탐사 기자 watchdog@mindlenews.com
■ "수원지검 1313호실 들어간 통로는 1층 로비 아닌 지하쪽 교도관 통로"
※ 권력감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은 연어·술파티 의혹과 관련해 법무부 감찰 및 서울고검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2023년 12월 수원지검에 술과 음식 등을 배달한 조경식 전 부회장의 증언이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당시 수원지검에 술과 음식 등을 배달한 과정과 관련해 조 전 부회장과 나눈 대화 내용 전문을 공개합니다.
○ 기자 : 한번 그림을 그려가면서 수원지검 1313호실 들어갔을 때는 설명해보세요.
○ 조경식 : 수원지검 앞 마당에 버스가 이렇게 들어가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여기 차를 대는 곳이고 거기서 우리 수용자들을 내리고 태우고 하는 곳이 이곳이고. 버스가 앞으로 들어왔다가 태우든 내려놓든 뒤로 갑니다. 뒤로 빼서 이렇게 붙여서 내리면 저희들이 줄줄이 묶여서 안에 들어가면 우측으로는 계단문이 있습니다.
계단문 엘리베이터가 있습니다. 엘리베이터 타고 3층은 교도관실 가는 데입니다. 2층이 경찰관실. 그리고 여기서는 3층까지밖에 운용을 안 해요. 엘리베이터가.
그래서 교도관은 지하로 내려 갑니다. 지하로 내려가서 지하통로가 있습니다. 지하통로를 이렇게 걸어가요. 가다보면 이 지하통로에서 우측은 검찰청. 아니 좌측이 검찰청. 우측이다. 아, 좌측이네. 좌측이 검찰청. 우측이 재판 가는 데. 법원. 그러면 검찰청 가는 통로가 있습니다. 거기로 가면 또 엘리베이터가 바로 있습니다.
여기서 모든 전 층을 다 갈 수 있습니다. 그러면 여기서 올라와서 여기서 다른 층을 누르명 4층인가 5층에 가면 통로가 이렇게 여기도 엘리베이터. 내리면 문이 하나 있습니다. 여기 보안 카드 대야 하고. 여기서 여기로 들어가면 이게 검찰청입니다. 수원지검.
이 안에서 그 층은 엘리베이터가 다 가니까. 엘리베이터가 또 있어요. 이 층은 다 가니까 전층에 8층이든 13층이든 여기서 가는 거예요.
그러면 교도관이 여기서 야간에는 아무도 없고 내 편만 있잖아요.
그러니까 데리고 들어가기 수월하죠. 여기 셔터가 있어요. 버스가 들어오는 데에. 재소자들이 마당에 내릴 때 기자들이 사진 못찍게 내리고.
들어오는 박스 안에가, 셔터는 교도관들이 언제든지 열고 닫고 합니다. 새벽에도.
여기서 엘리베이터로 가면은. 제 말은 대검 감찰에서 정확하게 (사안을) 밝히고 싶으면 (교도관 등 직원이). 카드를 대야 모든 문이 열립니다. 이 기록을 따면 누가 문을 열었는지. 누구 카드를 통용 카드를 댔는지. 몇 번 카드를 써서 누가 그 시간에 들어갔는지. 그러면 검찰청이라는 데가 제가 알기로는 한 1년은 CCTV를 보관하게 돼 있어요. 제가 기억하기로는. 그 몇 번 카드 시간대는 나오잖아요 몇 분 몇 초까지 출입한 게. 그러면 내가 카드 하나만 있으면 세 명을 데리고 가든 다섯 명을 데리고 가든 한 명을 데리고가든 내(교도관) 맘 대로잖아요.
문이 열리니까 그리고 엘리베이터가 13층으로 올라가면 엘리베이터 내려서 통로로 가면은, 바로 이제 우측으로 가야 돼. 엘리베이터 내려가서. 1313, 이 쪽은 20단위니까. 예. 25단위니까. 이쪽으로 가면 좌측으로. 그럼 이렇게 이쪽은 12단위. 이 통로 하나 이 엘리베이터 내리는 곳은 20단위입니다, 검사실이.
○ 기자 : 20단이 뭐예요?
○ 조경식 : 1325호. 이런 식으로 925, 1025, 1023호 이런 식으로 이 통로가. 그리고 여기서 통로에서 이렇게 연결이 돼 있어요. 중간에 가보시면 알지만 중간에 들어가면 또 이렇게 통로가 있습니다. 여기서부터가 바로 가면 10이에요. 이런 식으로. 여기가 13이에요.
○ 기자 : 카드 찍고 들어갈 때는 세 명이었나요?
○ 조경식 : 네. 나랑 박○○. 그리고 교도관.
○ 기자 : 카드는 교도관이 찍고?
○ 조경식 : 네.
○ 기자 : 2023년 12월 말에?
○ 조경식 : 네.
○ 기자 : 시간은 몇시쯤?
○ 조경식 : 오후 6시 50분 쯤에 들어갔어요. 그때는 검찰 직원들 다 퇴근 후니까 그때는 편하게 들어가는 거죠.
○ 기자 : 1층의 출입문이 아니라 다른 지하로 해서 가는 통로로 갔다는 거죠?
○ 조경식 : 네, 그러니까 교도관은 안 들킬 거라고 자신하는 거예요. 맨날 건물 1층 출입 찍고 들어가는 거기만 확인하니까. 그러면 안돼요.
○ 기자 : 갔다가 언제 나왔어요?
○ 조경식 : 저녁 9시쯤 되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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