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지난 3년 동안 수면 아래 감춰졌던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씨를 둘러싼 각종 비리 및 국정농단 의혹이 끝도 없이 드러나고 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의 부인으로부터 프랑스 명품 브랜드인 로저비비에의 클러치백(손가방) 2개를 받은 사실이 드러난 것은 물론 통일교 측에 국민의힘 집단 당원 가입 대가로 통일교 몫의 비례대표를 약속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8일 새벽 동아일보 단독 보도에 따르면 특검은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의 김건희 씨 자택에서 프랑스 명품 브랜드 디올의 재킷 16점과 팔찌 4개, 벨트 1세트(4개) 등을 압수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로저비비에의 클러치백 2개와 메모지가 추가로 발견됐다.
해당 메모지엔 “김기현 의원의 당대표 당선을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란 취지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특검은 곧바로 법원에서 추가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 이 가방을 확보했다. 특검은 현장에 있던 메모지 내용 등을 토대로 김건희 씨가 이 가방을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끝난 이후 받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 등을 수사하고 있다.
특검은 김기현 의원 측이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2023년 3월 8일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후 3월 17일 감사의 뜻을 전하며 가방을 전달한 만큼 대가성이 있는 선물인지 법리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것으로 인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 개입 가능성이 한 층 더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당시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이른바 '윤심'에 좌우됐다는 평가가 있었다. 김기현 의원이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했던 2022년 12월 그의 지지율은 나경원·안철수·유승민 등에 이은 4위였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당 대표 선출 규정을 국민 여론조사 30% 반영에서 100% 당원 투표로 바꾸면서 중도층 지지세가 강했던 유 전 의원이 출마를 포기했고, 이후 유력 후보였던 나경원 의원과 대표적인 윤핵관 권성동 의원마저 불출마를 선언했다.
결국 김기현 의원이 유일한 친윤 후보로 남은 가운데 또 다른 윤핵관 장제원 전 의원이 '김·장 연대'에 합류하자 '윤심'이 김 의원에 있다는 분석이 나왔고, 이후 김 의원이 당 대표로 당선됐다. 이 클러치백의 존재는 그 '윤심'의 개입이 사실이었을 가능성을 높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 클러치백에 대해 김건희 씨 측 변호인은 “정확한 사실관계를 김 여사에게 물어봐야 알 수 있다”며 “현재로선 정확한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당시 대통령실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동아일보 측에 “대통령실에서 선물로 정식 통과된 물건으로 안다”고 전했다.
또 당사자인 김기현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2023년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당선된 뒤 아내가 김건희 여사에게 클러치백 1개를 선물한 사실이 있다고 한다"면서도 "신임 여당 대표의 배우자로서 대통령 부인에게 사회적 예의 차원에서 선물한 것이었다"며 "여당 대표와 대통령이 원만히 업무 협력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덕담 차원의 간단한 인사말을 기재한 메모를 동봉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이미 여당 대표로 당선된 저나 아내가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게 청탁할 내용도 없었고 그럴 이유도 없었다", "배우자끼리 예의차원의 인사였을 뿐이었다"며 청탁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김 씨를 둘러싼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7일 민중기 김건희 특검팀은 김건희 씨와 통일교 총재 한학자 씨 등에 대해 정당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추가 기소했다. 그간 특검팀은 통일교 측이 2023년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특정 후보를 당 대표로 밀기 위해 교인들을 대거 입당시켰다는 의혹을 수사해왔다.
특검은 지난 2022년 11월 김건희 씨가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영호 씨에게 교인 집단 당원 가입을 요청했으며 교인 입당의 대가로 통일교 측에 정부 차원의 지원과 교단 인사의 총선 비례대표 공천을 약속했다고 결론지었다. 개인의 자유의사에 반해 특정 정당 가입을 강요하면 정당법 위반이다.
특검팀은 한학자 씨와 전성배 씨, 윤영호 씨 등이 이러한 김건희 씨 측 계획을 받아들여 '교인 강제 입당'을 공모했다고 보고 있다. 이는 헌법에 명시된 정교분리 원칙 위반에도 해당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에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김건희 특검팀의 추가 기소로, 그간 의혹으로만 떠돌던 ‘김건희 정교유착'의 추악한 실체가 마침내 수면 위로 떠올랐다"며 김 씨의 통일교 몫 국회의원 비례대표 자리를 약속한 것에 대해 "헌법 제20조의 '정교분리' 원칙을 짓밟은 헌법 유린 행위이며, 정당의 근간을 파괴한 국정농단급 범죄"라고 일갈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이미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통일교 총재 한학자 씨로부터 1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재판 중이고 1억 4000여 만 원의 통일교 자금이 국민의힘 의원 20여 명에게 '쪼개기 후원'된 혐의 역시 특검 수사망에 오른 점을 들어 "이쯤 되면 당의 이름을 '국민의힘'이 아니라, 특정 종교에 기생하는 '사이비종교의 힘'이라고 바꿔야 맞는 것 아니냐?"고 비꼬기도 했다.
아울러 며칠 전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국민의힘을 향해 강제 해산당하기 전에 '자진 해산'할 것을 충고한 점을 인용해 "국민의힘은 헌법을 파괴하고 민주주의를 농락한 국정농단급 정교유착 사태의 전모에 대해 국민 앞에 모든 진실을 고백하고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일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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