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이른바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에 연루된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 또한 리포액트 허재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검찰이 2019년 아태평화대회 당시 북한의 리호남이 현장에 없었다고 증언했다. 해당 사실은 11일 밤 시민언론 뉴탐사 방송을 통해 공개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또한 자신의 X(구 트위터)에 해당 영상을 공유했다.
검찰은 지금까지도 2019년 7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지도자회의'에 북한 측 인사 리호남이 참석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쌍방울 회장 김성태가 그 자리에서 리호남을 만나 70만 달러의 금품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런 검찰 주장과 달리 현장을 직접 목격한 두 증인은 리호남이 행사장에 없었다고 일관되게 증언했다.
지난 10일 아태평화교류협회장 안부수는 재판이 끝난 후 리포액트 허재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리호남을 보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이는 그의 이전 진술과는 다른 모습이다. 안부수는 "저는 볼 시간이 없었습니다. 국제대회를 해야 했고 만날 수 있는 그런 게 안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사장님(리호남)은 왔을 겁니다"라고 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안부수는 리호남이 왔다는 구체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오히려 "초청장이 없으면 필리핀으로 넘어올 수가 없잖아요"라는 허재현 기자의 지적에 "그건 나중에 재판에서 제가 말씀드릴게요"라며 즉답을 회피했다.
더욱 결정적인 증언은 25년 경력의 또 다른 대북 사업가에게서 나왔다. 이 제보자는 당시 행사에 직접 참석했으며, 리호남을 만나기 위해 현장을 샅샅이 뒤졌다고 증언했다. 그 대북사업가는 "나는 리호남을 만나기 위해 필리핀에 갔다. 행사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찾아봤지만 없었다. 심지어 연회장 뒤편 어두운 곳까지 확인했다"고 했다.
또 그는 북한 측 인사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기에, 리호남이 왔다면 반드시 알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북한 측 참석 인사 중 한 사람인 송명철에게 직접 리호남의 참석 여부를 물었지만 "안 왔다"는 대답만 들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 제보자는 단순히 필리핀 행사장에서 리호남을 못 봤다는 것을 넘어 북한 대표단과 함께 마닐라에서 북경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동승했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했다. 그는 "리종혁 위원장, 송명철 부실장 등과 같은 비행기를 탔다"고 진술하며 "나는 그 앞에 북한 대표단 옆에 있는 분하고 약간 뒤에 떨어진 좌석에 앉았었는데 그 사람들의 얼굴이 다 보일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앉아 있었다. 리호남은 거기에도 없었다"고 했다.
그의 이 증언은 리호남이 마닐라에 왔다가 다른 경로로 돌아갔을 가능성마저 차단한다. 제보자는 "만약 리호남이 비행기에 탔다면 이종혁이나 송명철, 조정철, 박명철에게 비행기 안에서 인사를 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런 모습을 전혀 목격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북경에 도착한 후에도 송명철을 다시 만났지만 그 때도 리호남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고 증언했다. 뉴탐사 측에선 "이는 리호남이 마닐라 행사에 참석했다는 검찰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강력한 증거로 보인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상의 두 증언은 검찰의 주장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 검찰은 김성태의 진술을 근거로 리호남이 필리핀에서 70만 달러를 건네받았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김성태 외에는 아무도 리호남을 보지 못했다는 점이 이번 취재로 확인됐다. 특히 주목할 점은, 행사 주최자인 안부수와 리호남을 만나기 위해 특별히 필리핀에 갔던 25년 경력의 대북 사업가 모두 리호남을 보지 못했다고 증언한 것이다.

이들은 단순히 리호남을 못 봤다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리호남을 찾았으나 발견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더욱이 25년 경력의 대북 사업가는 KBS 북한사업팀 김만용 팀장과 함께 행사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그는 "김만용 팀장이 송명철을 잘 모르기 때문에 저에게 소개를 해달라고 했다. 우리는 함께 북한 측 인사들을 만났지만, 리호남은 볼 수 없었다"고 했다. 이는 제3자인 언론인도 리호남의 부재를 간접적으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증언이다.
또한 이 대북 사업가는 북한 대표단과 같은 비행기를 타고 북경으로 돌아갔음에도 리호남을 보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이는 리호남이 비공식적으로 참석했을 가능성마저 배제하는 강력한 증거다. 이러한 증언들은 검찰이 제시한 '리호남 필리핀 방문' 주장의 신빙성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결국 모든 사실을 다 종합하면 그 날 필리핀 마닐라에서 '리호남'을 봤다는 사람은 오직 쌍방울 회장 김성태 단 한 명 뿐이다. 김성태 외에 아무도 리호남을 필리핀 현지에서 본 적이 없다고 하는데 어째서 검찰과 법원은 김성태의 진술만 금과옥조로 떠받든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검찰은 이제 김성태의 진술 외에 리호남의 필리핀 방문을 입증할 수 있는 추가적인 증거를 제시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또한 뉴탐사는 검찰이 이재명 대표의 방북 비용을 쌍방울이 대납했다고 주장한 것과 달리 쌍방울의 대북 송금은 순수한 사업 목적이었음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제보자가 송명철 부실장으로부터 들은 구체적인 내용을 전했다. 제보자는 "송명철 부실장이 쌍방울에서는 쌍방울 직원들 여러 명을 동원해가지고 책 뭉치 속에다 달러를 다 숨겨가지고 들어왔다고 하더라. 그게 북남 사업 자금이라 했다"고 답했다.
제보자는 이어 "송명철 부실장이 '왜 너희는 그렇게 못하냐'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쌍방울의 송금이 북한과의 사업을 위한 것이었으며, 이런 방식의 자금 이전이 다른 남한 기업들에게도 요구되고 있었음을 암시한다. 또한 제보자는 2019년 1월 북한을 방문했을 때의 경험도 공개했다.
그는 뉴탐사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북한에서 '쌍방울이 책 같은 데 껴서 돈 가지고 왔는데 너는 다른 기업 없냐'고 물어봤다. 왜 돈을 갖고 오냐고 물으니 북한의 개발 사업 때문이라고 하더라"고 증언했다.
뉴탐사는 "이러한 증언들은 쌍방울의 대북 송금이 이재명 대표의 방북 대가가 아닌, 순수한 사업 목적의 거래였을 가능성을 크게 높이고 있다"고 했다. 또한 제보자는 "이재명 얘기는 전혀 듣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대북 송금과 이재명 대표를 연결하는 검찰의 주장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는 증언으로 보인다.
그는 뉴탐사와의 인터뷰에서 "만약에 이재명이 김성태 주장대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방북하기 위해 방북 대가에 돈을 줬다고 하면 나한테 얘기를 했을 거다. 1월에는 쌍방울이 북남 사업 참여했다는 얘기만 들었고 그 때는 전혀 송명철이는 그런 얘기가 없었다"고 밝혔다.
뉴탐사는 이번 취재 결과로 검찰의 공소 유지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그 이유는 리호남의 필리핀 방문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대북 송금 의혹의 핵심 고리인데 현장을 직접 목격한 두 증인의 일관된 증언으로 이 고리가 끊어졌기 때문이란 것이다.
한편 국회에서는 박상용 대북송금 담당 검사에 대한 탄핵 청문회가 예정돼 있는데 뉴탐사 측에선 이번 취재 결과가 청문회에서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때문에 25년 경력 대북 사업가의 증언을 국회에 공익 제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런 뉴탐사의 11일 밤 방송에 대해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공유하며 "세상 뒤집어질 이런 사건조작 거짓말에 검찰을 무관하다고?"란 짧은 평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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