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요원도 "리호남, 필리핀에 있었을 가능성 없어"

무너지는 檢의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관련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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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후 1시 30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상용 검사 탄핵을 주장한 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대책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모습.(사진=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지난 4일 오후 1시 30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상용 검사 탄핵을 주장한 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대책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모습.(사진=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둘러싼 이른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에 대한 검찰의 '첩보영화'가 무너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재명 대표가 경기도지사였던 시절 방북을 위해 쌍방울 전 회장 김성태가 2019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리호남을 만나 방북 비용 70만 달러를 전달했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국정원 블랙요원은 이를 부정했다.

23일 오전 나온 오마이뉴스 단독 보도에 따르면 지난 달 비공개로 진행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항소심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국정원 블랙요원 김 씨가 "북한공작원 리호남이 2019년 7월 필리핀에서 열린 제2차 아태평화국제대회(이하 국제대회)에 있었을 가능성이 낮다"고 증언한 사실이 확인됐다.

김 씨는 수십년 간 북한 관련 업무를 해온 베테랑 요원으로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이 터지기 전 핵심 인물인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을 관리해온 인물이다. 아울러 그는 국정원 압수수색을 통해 법정에 제출된, 2019년 2월 작성된 2급 비밀 문건 '○○96○○(안부수) 종결 계획'을 만든 주인공이다.

국정원 블랙요원 김 씨조차도 2019년 7월 아태평화국제대회 당시 리호남이 필리핀에 있었을 가능성이 낮다고 했으므로 검찰의 공소사실이 더욱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김 씨의 증언 내용에 따르면 리호남의 2019년 7월 2차 국제대회 기간 필리핀 존재 여부에 대해 "리호남이 돈을 받고자 하면 중국에서도 받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굳이 (필리핀에) 안 가도 된다"고 일축했다.

뿐만 아니라 리호남은 필리핀에서 비자를 받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필리핀 마닐라에서 김성태와 만나 술을 마시며 70만 달러를 건네받았다는 건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참고로 필리핀은 미국의 식민지였던 국가로 현재까지 미국 영향력이 남아 있기에 북한과 수교를 한 적이 없으며 지금까지 미수교 상태다.

재판장의 확인 질문해도 그는 리호남이 당시 필리핀에 있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지만 비자를 받고 자기 신원을 노출해야 하는데 과연 그렇게까지 했을지는 의문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김 씨는 이 날 재판에서 리호남에 대한 자신의 경험에 따른 여러 증인을 했는데 그의 말에 따르면 리호남은 예전부터 누군가의 방북을 주선하며 그걸 토대로 중개료를 챙겼던 전적이 있는 인물이며 이 때문에 평판이 별로 좋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리호남은 남한의 기업가들을 소개받아 지속적으로 돈을 편취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그의 말에 따르면 리호남의 현재 건강 상태는 알 수 없지만 고혈압 혹은 당뇨병을 비롯한 성인병을 앓고 있으며 자신이 직접 그에게 약을 구해다준 적도 있다고 증언했다. 1953년생으로 올해 71세의 노인인데다 성인병까지 앓고 있는 사람이 첩보영화 속 첩보원처럼 그림자처럼 필리핀에 왔다 그림자처럼 사라졌다는 건 신빙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리호남은 1990년대 초중반 '흑금성 사건' 때부터 국정원 등 정보당국이 예의주시한 인물인데 정말 그가 5년 전 필리핀 마닐라에 은밀하게 온 것이 사실이라면 과연 그 정보가 지금까지도 입수되지 않았을지는 의문이다. 이로 볼 때 리호남이 필리핀에 왔다는 검찰 측 주장은 사실 확인이 불가능한 삼류 첩보영화일 가능성이 높다.

또 지난 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진행된 박상용 검사 탄핵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통일운동가 하동혁 씨 또한 국제대회에 리호남이 없었다는 것을 자신이 북한 측 참석자인 송명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실장을 통해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검찰의 주장에 대해서도 코웃음을 쳤다.

그는 리호남을 가리켜 '능글맞은 사람'이라 일컬으며 미수교국인 필리핀까지 가느니 차라리 훨씬 더 가기 간편하고 안전한 중국 북경으로 오라고 하면 김성태든 안부수든 다 올 것이라고 했다.

또한 리호남이 한 번 호출하면 한국 기업가들은 북경은 물론 중국 심양이나 단동, 연길 등지에 군소리 안 하고 다 간다고 말하며 "그 위험한 70만 불을 필리핀에서 리호남한테 준다고요? 리호남이 받는다고요? (필요하면) 중국에 가서 리호남을 만나서 (확인서를) 받아올 수 있다"라고도 했다.

계속해서 오마이뉴스 단독 보도 기사를 살펴보면 김 씨는 2019년 2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의 핵심 관련자인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과 협조자 관계를 끊게 된 과정도 직접 밝혔다. 그는 안부수와 협조자 관계를 끊게 된 이유에 대해 안부수가 쌍방울 대북사업의 브로커 노릇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라 밝혔다.

그가 지난 2019년 2월 1일 작성한 2급 비밀 문건 '○○96○○ 종결 계획'에서 ○○96○○은 안부수를 지칭하고 '종결'이란 국정원과 협조자 또는 정보원 관계를 끊는다는 뜻이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김 씨의 법정 증언 내용은 아래와 같다.

"2018년 12월부터 징후가 좋지 않다고 나름대로 판단했다. 계속 지켜보던 차에 대북사업 시장이 그렇게 넓지 않은데 (2019년) 1월 중순 쌍방울 측에서 누구도 영입하고 누구도 영입해서 주가를 띄운다는 이야기를 쌍방울 관계자가 어느 누구한테 한 바 있다. 그것을 제가 듣고 계속 주시하던 차에 실제로 1월 중순경 나노스(쌍방울 자회사)의 주가가 40% 가까이 뛰어올랐다. 그래서 바로 종결을 취하게 된 상황이다."

즉, 이는 쌍방울이 대북사업을 미끼로 주가부양을 한 것에 안부수 역시 '공범'으로 활동하고 있었으므로 그 때문에 종결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또 김 씨는 쌍방울이 이미 주가조작 전력이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쌍방울이 관여하는 것을 배제했음에도 안부수가 지난 2018년 12월 중순 김성태를 대동해 방중한 사실을 감췄다고 진술했다. 이에 그에게 직접 쌍방울과 동행하면 같이 일하기 힘들다고 경고했는데도 안부수가 무시하자 그와의 관계를 종결하게 됐다고 했다.

실제 김 씨가 해당 문건을 작성하기 2주 전인 2019년 1월 17일 쌍방울그룹이 중국 심양에서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대북 사업 협약을 체결했고 안부수는 일주일 후인 24일에 쌍방울의 자회사 나노스 이사로 취임했다.

검찰은 쌍방울그룹이 북한에 건넨 800만 달러에 대해 경기도가 북한에 지급하기로 약속했던 '황해도 스마트팜 지원 사업비' 500만 달러와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 300만 달러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 6월 1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화영 전 부지사, 김성태 전 회장을 제3자뇌물과 외국회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김 씨의 비공개 법정 증언에 따르면 쌍방울의 행위는 주가부양 또는 인위적인 조정 때문이란 입장을 표하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부정했다. 이런 김 씨의 주장은 그가 직접 2019년 2월 작성했던 '○○96○○ 종결계획'에는 이런 우려가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해당 문건에는 "○○96○○ 주변 인물(쌍방울 오너 김성태)의 주가조작 및 국정원 연루 의혹 제기 가능성에 따른 사전 예방적 차원에서 종결(1.30)"이라고 명시됐다. 또 "나노스 주가는 ○○96○○의 이사 취임, 김형기 전 통일부 차관 영입 등 대북사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상승(했다)"며 "나노스 주가는 1월 초 1000원 선에서 1월 24일 9000원 선으로 상승"이라고 적혀있다.

다만 "당시 국정원에서 쌍방울그룹의 주가조작 사실을 직접 조사한 사실이 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김 씨는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김 씨는 "제 생각은 (쌍방울의) 인위적인 (주가) 조정에 가깝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정원이 쌍방울의 주가조작 사실 직접 조사 여부는 지엽적인 부분에 불과하며 리호남이 필리핀에 있었던 사실과 쌍방울 측이 북한에 건넨 800만 달러의 성격이 검찰 측 주장과 다르기에 이 사실만으로도 검찰의 '첩보영화'는 허구라는 것이 입증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에 대해 심층 보도했던 뉴스타파 봉지욱 기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마이뉴스 단독 보도 기사를 공유하며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관련해 중요한 사실이 확인되었네요. 국정원 블랙요원의 2차 법정 증언인데 검찰 생각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습니다. 검찰이 부른 증인인데 제대로 한 방 먹었네요.법원은 왜 이런 증거는 무시할까요"라고 했다.

아마도 이는 이화영 전 부지사의 1심 판결을 앞두고 국정원 블랙요원 김 씨가 작성한 문건이 발견됐음에도 이를 무시한 채 검찰 측의 주장만 받아들이며 이 전 부지사에게 유죄를 선고한 수원지법의 신진우 판사를 향해 남긴 말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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