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검찰이 이른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루돼 있다는 핵심 증거로 쓴 '마닐라 통화' 진술이 거짓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29일 시민언론 뉴탐사는 쌍방울 전 회장 김성태의 양모 임 씨와 강진구 기자 간 통화 녹취록을 공개한 데 이어 지난 3일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강진구 기자가 김성태를 단독 인터뷰한 녹취록도 공개했다.
여기서 김성태는 양모 임 씨가 "이재명과는 얼굴도 본 적 없고 통화도 안 했다"고 증언한 것과 마찬가지로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는데 특히 자신이 2019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태평화대회 당시 리호남을 만나 70만 달러를 건넸다고 한 진술에서도 말이 바뀌었다.
김성태는 강진구 기자와의 2시간여 동안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른바 '마닐라 통화' 사실을 부인했다. 처음 김성태는 "만취한 상태에서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며 말을 돌리다가, "통화를 많이 했다"는 애매한 답변으로 바꾸었고, 결국 마닐라에서의 통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강진구 기자의 거듭된 확인 질문에 김성태는 "1월달에는 통화 기억은 있고, 마닐라에선 정확한 기억이 없다"고 답했다. 이에 강 기자가 "그때 증인 신문 기록을 보면 만취한 상태여서 기억이 없다고 하셨는데, 그러면 전화 통화를 했는지 안 했는지 기억이 있을 수가 없지 않나"라고 추궁했고 김성태는 더 이상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1월에 통화를 했다는 장소는 중국 심양인데 공개 행사였던 마닐라 국제대회와 달리 비공개 장소였던 심양에서의 통화만을 인정한 것이다. 이는 검찰 조사와 법정에서 "마닐라와 심양에서 두 차례 통화했다"고 진술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가 2019년 7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태평화국제대회 당시 북한 인사 리호남을 만나 70만 달러를 건넸다는 부분도 말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김성태는 검찰과 법정에선 국제대회 당일인 2019년 7월 24일 방용철 부회장이 리호남을 데리고 와서 호텔방에서 만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강진구 기자와의 인터뷰에선 슬그머니 날짜가 뒤바뀌어 "대회 전날인 7월 23일, 중국에 있는 직원을 통해 내가 묵을 호텔과 방 번호를 알려주고 단둘이 만났다"고 말을 바꿨다. 날짜 뿐 아니라 김성태 본인이 리호남과 만난 방식도 달라졌다.
그는 "중국 사람 명의로 개통된 휴대폰으로 연락했다"며 "혼자 왔다 갔다. 조용히 와요. 단둘이 만나요. 그래서 본 사람이 없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는 방용철 전 부회장이 최근 법정에서 "내가 직접 리호남을 데리고 와서 김성태 회장 호텔방까지 안내했다"고 증언한 것과도 맞지 않는다.
아울러 리호남이 당시 필리핀 마닐라에 왔었다는 사실 자체도 김성태의 진술 외에는 입증된 것이 없다. 국정원 문건, 경기도 문건 등을 통해 당시 아태평화국제대회의 북한 측 참석자 명단에 리호남의 이름은 없었고 북한과 필리핀은 현재도 미수교 상태이기에 리호남이 위조여권을 통해 밀입국을 하지 않는 한 필리핀에 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또한 필리핀에 입국해서 김성태로부터 70만 달러의 자금을 받았다손 치더라도 다시 북한으로 돌아갈 때에도 위조여권을 통해 몰래 출국해야 하고 받은 돈 또한 돈세탁을 하는 등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느니 차라리 훨씬 더 간편한 중국에서 만나 돈을 받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다.
김성태는 "1월달에 만나서 북한 돈 건네주면서 광물자원 개발 사업에 대해서 얘기했다"며 "스마트팜 때문에 만난 것"이라고 진술했다. 이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권유로 2018년 12월부터 대북사업을 시작했다는 1심 재판부의 판단과 시기적으로 일치한다.
그러나 김성태의 양모 임 씨는 완전히 다른 증언을 했는데 쌍방울이 2018년 7월부터 장원테크 인수를 추진했고, 이는 순전히 북한의 희토류 자원을 선점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것이다. "희토류가 이북에 많다"며 "김정은이 미국과도 잘 나가고 우리나라도 만나던 시기라 사업 선점을 위해" 중국에 사무실까지 설치했다고 밝혔다.
특히 임 씨는 "이화영을 사외이사로 쓰다 보니까 이것저것 거쳤고, 그러다 평화부지사가 됐죠. 그러다 보니까 그냥 얽히고설켜가지고 이재명하고 연결이 된 것이 돼버렸지"라고 증언했다. 이는 이화영 전 부지사의 권유로 대북사업을 시작했다는 1심 판단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창현 쌍방울 법무실장은 임 씨의 증언을 "뇌피셜"이라고 폄하했지만, 장원테크와 KH건설 인수 등 내부자만 알 수 있는 구체적 정보에 대해서는 반박하지 못했다. 임 씨도 방송 이후 강진구 기자에게 격한 반응을 보였으나, 정작 자신의 증언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구체적인 반박은 하지 않았다.
29일 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쌍방울의 주가 조작을 이재명 죽이기의 공작으로 뒤덮은 것을 입증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증언"이라고 평가했다. 이화영 전 부지사의 변호인단은 이번 보도 내용을 31일 결심공판에 앞서 법원에 증거로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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