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이른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재판의 판도를 뒤집을 수 있는 충격적인 증언이 지난 28일 밤 시민언론 뉴탐사의 단독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2년여 간 강진구 기자와 신뢰관계를 쌓아온 임 씨의 36분 분량의 통화 녹음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무죄를 뒷받침 할 수도 있는 진술이 담겨 있었다.
뉴탐사는 통화 녹취록의 내용이 당시 공시자료 등 객관적 증거와 대조 검증을 거쳐 그 신빙성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임 씨는 자유당 시절 실세 정치인이었던 임철호 전 농림부 장관의 넷째 딸이자 천억대 자산가로, 김성태 쌍방울그룹 회장이 "어머니"라고 부르는 양모다.
지난 5월 29일 오전 10시경 임 씨는 강진구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털어놓지 않았던 쌍방울 대북송금의 실체를 밝혔다. 하지만 일주일 후 강진구 기자가 방송에서 통화 내용 중 일부를 언급하자 임 씨는 갑자기 강한 배신감을 표출하며 강 기자와 그 가족에 대한 협박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 강진구 기자는 오는 31일로 예정된 이화영 전 부지사의 결심 공판을 앞두고 진실을 밝히는 것이 옳다고 판단해 이 증언을 공개하기로 했다는 것.
강 기자와의 통화에서 임 씨는 소위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에 대해 "이재명하고 무슨 상관이 있어요? 쌍방울이. 말도 안 되는 소리죠....사실은 얼굴도 한 번 본 일도 없고 사실은 통화도 안 했답니다"고 했다.
임 씨는 특히 이 사실을 강조하면서 "알아요, 나는. 알아요. 그러니까 그 얘기 지금 하면 안 돼요. 쟤가 좀 불리하게 되니까...그게 진실이라고요"라며 김성태가 검찰 수사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허위 진술을 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런 임 씨의 증언은 이재명 대표가 처음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이 알려졌을 당시 김성태와 면식도 없는 관계라고 했던 것과 일치한다. 검찰은 대선 당시 쌍방울이 이재명 대표의 변호사비 20억 원을 대납했다고 주장했다가 2023년 1월 중순에 김성태를 태국 방콕에서 체포한 이후 수사 방향을 급선회했다.
이재명 대표가 경기도지사였던 시절 방북하기 위한 비용을 대가로 북한에 자금을 송금했다는 새로운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하지만 김성태가 2019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렸던 아태평화국제대회 당시 북측 인사 리호남을 만나 70만 달러를 건넸다고 주장한 것과 달리 당시 그 자리에 리호남이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아 '위증'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 임 씨는 강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성태 회장이 검찰의 압박으로 허위진술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임 씨의 말에 따르면 검찰이 "10년, 20년을 살고 나오면 회사는 다 망하는 것 아니냐"고 압박했다고 한다. 실제로 쌍방울의 핵심 기업인 나노스(현 SBW생명공학)는 호재성 공시 발표 하루 전날 거래가 정지되는 등 기업 운영의 '멱줄'이 잡혀있는 상태다.
아울러 임 씨는 김성태가 변호사 선임 과정에서도 여려움을 겪고 있으며 "어떤 법무법인에서는 기업 관련 건을 전부 맡아주겠다며 100억을 요구했다"면서 "한때는 조 단위까지 갔지만 지금은 현금이 10억도 없다"고 말했다.
임 씨는 쌍방울의 대북사업이 북한의 희토류 자원을 선점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그의 말에 따르면 북한에 희토류 매장량이 많으며 이것이 절대적인 재료인데 대한민국에선 하나도 나오지 않으며 중국에서만 산출된다고 설명했다.
희토류는 텔레비전을 비롯한 첨단 제품에 들어가는 특성이 있는데 임 씨는 "가늘고 얇고 가볍고 강한" 소재라고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쌍방울 또한 이를 위해 중국에 거점을 마련했다. 임 씨는 "김정은이 미국과도 잘 나가고 우리나라도 만나던 시기라 사업 선점을 위해" 중국에 사무실을 설치하고 최우향을 책임자로 배치했다고 했다.
여기서 주목할 인물이 최우향이란 인물인데 그는 대장동 개발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만배의 '헬멧맨'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2022년 10월 서울구치소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된 김만배를 차량까지 안내한 뒤 오토바이를 타고 사라져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임 씨는 "최우향이 성균관 부관장을 지내며 사교성이 좋아 인맥 관리를 했다"며 "누구에게나 어필을 잘하고 사교성이 있어서 모두가 배려해주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쌍방울의 대북사업은 2개 기업을 통해 구체화됐는데 마그네사이트 첨단 가공기술을 보유한 장원테크와 매장량 측정 기술을 가진 KH건설이 그 축이다. 임 씨의 조카들은 2년에 걸쳐 장원테크 인수를 추진했고 베트남 공장 현지를 실사했고 감정평가와 실사비용으로 9억 원이 소요됐다고 밝혔다.

뉴탐사는 임 씨의 증언과 당시 공시 기록 대조를 통해 주가 변동이 정확히 일치한 점을 확인했다. 특히 7,000원대였던 장원테크 주가는 2018년 7월 인수설이 나돌면서 13,000원까지 급등했다. "특허권 취득 공시 발표를 앞두고 계약서까지 썼는데, 하루 전날 결렬됐다"는 증언대로 당시 주가는 급락했다.
임 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그 때 7000주식이 7400원, 500원 할 때 기억하느냐? 그래서 이 절충을 하는데 1년 정도 걸렸다....그랬는데 그 때 출원이 되어서 특허가 나왔다"고 생생하게 증언했다. 아울러 "금융기업에 7월 말인가 이렇게...13000얼마 인가 불나듯이 스파크를 일으키더라. 내일 이제 발표하는 거다. 그런데 그 전 날 계약서 쓰고 그 다음 날 공시 뜰 건데...딱 거기서 버텼다"고 덧붙였다.
이런 주가의 급격한 변동은 전형적인 주가조작의 양상을 띠고 있다. 인수설과 특허권 취득 공시라는 호재성 정보를 활용해 주가를 끌어올린 뒤 차익을 실현하는 수법으로 보인다.
뉴탐사는 이후 공시 자료를 통해 장원테크는 2019년 1월 삼본전자(현 KH전자)와 리치투자조합이 공동 인수한 것을 확인했다. 임 씨는 "그 회사에서 우리와 함께 하자는 제안이 와서 2019년 2월 KH건설을 580억 원에 같이 샀다"고 증언했다. 이 역시 당시 공시 내용과 일치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임 씨가 장원테크 주가 변동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7,000원대로 떨어졌던 주가는 2019년 1월 최종 인수 계약 체결 시점에 3만원대까지 치솟았다. 이에 대해 임 씨는 내부 정보를 활용한 정황을 슷로 털어놨다.
임 씨는 강진구 기자에게 "그 때 내가 세영이네를 그 주식을 사게시켰다. 그랬는데 내일 이제 발표하는 거다"며 "그 날 좀 내렸다가 이러더라고. 그래서 내가 6시 넘어 7시쯤 돼서 양재천을 걷다가 전화해가지고, 그거 엄청 올라가더니 왜 내렸다 또 올라가? 이렇게 물어봤다. 세영이네가 시켰으니까 계속 그래서 돈을 좀 벌었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임 씨는 주가 변동 시점마다 지인들에게 매수를 권유했고, 공시 발표 전 날 주가 움직임까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임 씨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영입 배경에 대해서도 "사업하려면 거미 발처럼 이 계통 저 계통 다 보험을 들어야 한다"며 "그냥 보험 드는 거예요. 일종의 돈 섭외비 주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증언했다. 실제로 쌍방울은 이화영 외에도 검찰 출신들을 다수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아울러 "이화영을 사외이사로 쓰다 보니 이것저것 거쳤고, 그러다 평화부지사가 됐죠. 그러다 보니 그냥 얽히고설켜 이재명과 연결된 것처럼 됐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임 씨는 강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성태와의 각별한 관계를 증언하며 검찰의 변호사비 대납설을 정면으로 부정했다. 김성태는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스님, 어머니 안 보고 가실랍니까"라며 찾아올 정도로 임 씨를 각별히 따랐으며 상황에 따라 "어머니", "스님", "이모" 등 다양한 호칭으로 부르며 존경심을 표했다고 했다.
김성태가 임 씨를 '스님'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그가 어느 사찰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임 씨는 김성태의 성장 과정과 성격에 대해 "전라도에서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하고 퇴학당했지만, 사업 수완이 좋고 판단력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도 "천만 원도 아낄 때는 딱 부러지게 아끼는 스타일"이며, "신세 진 것에 대해서도 조건 없이 주는 건 하나도 없고, 성과가 있어도 한참 있다 주는" 꼼꼼한 성격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임 씨는 김성태가 자신에게는 간혹 천만 원씩 도움을 주기도 했지만, 이는 수십 년간 이어온 각별한 관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런데 뭐가 미쳤다고 이재명이가 무슨 역할을 해주는데 20억을 주겠느냐"며 검찰 주장의 허구성을 지적했다.
임 씨는 강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재 김성태가 허위 진술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나름의 방식으로 합리화했는데 "이재명이 전생에 지어놓은 복이 좀 모자라서"라며 김성태를 살리기 위해 이재명이 희생되어야 하는 상황을 운명론적으로 설명했다. 즉, 이 대표가 전생에 복이 박했으니 김성태를 살리기 위해 그가 죽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임 씨는 "세월이 많이 흐른 후에라도 진실을 밝혀야 한다"면서도 "지금은 말하면 당장 불이익이 돌아오고 회사가 다 망조가 드는 판"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정권이 바뀌고 나면 김성태가 강요에 의해 거짓 진술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걸 세상에 공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탐사는 "31일 이화영 전 부지사의 결심공판을 앞두고 나온 이번 증언은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의 실체를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며 "검찰 수사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이 증언은 '정치검찰의 표적수사' 의혹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법원이 이번 증언을 어떻게 평가할지 주목된다"고 평했다.
한편 뉴탐사는 보도가 나가기 전 임 씨가 강진구 기자를 통해 격한 반응과 함께 반론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그는 "김성태를 2001년 이후 한 번도 보지 못했다"며 관계를 부인했고, 장원테크와 KH건설 인수 관련 정보도 "뉴탐사 보고 알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는 5월 29일 통화 녹취록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또 녹취록에는 김성태가 "어머니", "스님", "이모"라고 부르며 찾아왔다는 점, 장원테크의 구미·베트남 공장과 580억 원의 KH건설 인수 등 상세한 정보가 담겨있다. 거기에 더해 주목할 점은 임 씨가 9개 항목의 반론 중 유일하게 "쌍방울 대북사업에 경기도와 이재명이 아무 관계가 없다는 말을 한 것은 맞다"는 점만 인정했다는 사실이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29일 오후 1시 30분 뉴탐사의 보도를 인용하며 검찰을 성토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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