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12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검찰의 특수활동비를 정부안 대비 40억 5000만 원을 삭감했다. 앞서 같은 날 오전 법사위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가 정부안보다 20억 원을 감액했는데 추가로 20억 5000만 원을 덜어냈다. 뉴스타파의 보도로 이미 드러났듯이 그간 검찰은 특수활동비를 상습적으로 유용했던 바 있기에 결국 '자업자득'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 법사위는 전체회의에서 법무부·감사원·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대법원 소관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심사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이같이 의결했다. 검찰 특활비는 기밀 유지가 필요한 정보 및 사건 수사 등에 쓰이는 경비로, 집행 시 사용처나 영수증 등의 증빙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 비공개 예산이다.
그러나 이런 특성 때문에 검찰이 특수활동비를 마치 '쌈짓돈'처럼 유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 등과 함께 공동으로 윤석열 정부 시절부터 검찰의 특수활동비 및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검증해 왔던 뉴스타파는 지난 2년 동안 검찰의 특활비가 얼마나 사적으로 유용됐는지 낱낱이 보여준 바 있다.
특히 지난 10월 27일 국회 법사위의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했던 뉴스타파 임선응 기자는 "단언컨대 특수활동에 사용했다고 볼 수 있는 증빙은 정말 단 한 장도 없다"며 '특수활동비'란 이름과 달리 특수활동에 단 한 번도 쓰인 적이 없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폭로하기도 했다.
이어 소위는 이날 당초 정부안에서 72억 원으로 책정된 특활비 중 20억 원을 '특별업무경비'로 전환해 결과적으로 20억 원 삭감한 52억 원으로 의결했다. 특별업무경비 역시 실제 수사 활동에 사용되는 경비이지만, 기밀성이 없어 영수증 등 증빙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특별업무경비도 전체 규모로 치면 정부안에서 30억 원이 삭감됐으며, 대신 영수증 증빙이 필요한 업무추진비가 50억 원 증액됐다.
그러나 소위 이후 열린 전체회의에서는 범여권 의원들 사이에서 "검찰의 수사 범위가 축소된 데다, 내년 10월 검찰청이 폐지되는 점을 고려하면 특활비를 더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잇따랐다.
검찰 출신인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부패범죄·경제범죄의 직접수사 항목에 대해서만 특활비가 필요하다고 인정된다. 이를 고려하면 최종적으로 31억 5000만원으로 조정돼야 한다"며 "그것마저도 제대로 된 증빙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도 "줄어든 수사권을 고려하면 박 의원이 제시한 정도로 줄여 (소위안의) 수정안을 의결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결국 검찰 특활비는 민주당 주도로 정부 원안에서 40억 5000만 원이 삭감돼 31억 5000만 원으로 줄어든 수정안으로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아울러 법사위는 법무부의 검찰 특수활동비 집행 시 따라야 할 구체적인 지침도 부대의견으로 제시했다.
우선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해 집단행동 등에 참여한 검사장이 재직 중인 검찰청에는 특활비를 집행하지 않기로 했다. 최근 대검의 대장동 사건 항소포기 결정에 반발해 검사장들이 이른바 검란(檢亂)에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또한 지침에는 민생·서민 생활 침해 사범 수사 분야에만 특활비를 집중 집행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어 법사위는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한 검사장이 재직 중인 검찰청 등에서 특활비 집행이 필요할 때는 법무부 장관이 마련한 기준에 따라 검찰은 구체적인 집행 항목을 법무부 장관에게 보고하고, 법무부 장관이 이를 검토한 후 집행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부대 의견에 대해 국민의힘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반발하며 검찰을 싸고 도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검찰 출신인 곽규택 의원은 "법무부 장관 말을 잘듣는 곳은 특활비를 주고, 말 안 들으면 안 주는 것과 다름없다"며 "검찰청 재갈 물리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법제처에는 이재명 대통령 변호사 출신을 기관장으로 앉혀놓고 국가 돈으로 성공 보수를 줬다"고 비난했다.
나경원 의원도 "오늘 민주당이 예산안을 통과시킨 것은 조폭 같은 일이다. 검찰의 '충성활동비'만 남겨놨다. 부끄럽다"고 비난하며 검찰을 싸고 도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미 뉴스타파가 2년 동안 검찰 특수활동비 사용 내역에 대한 검증 보도를 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검찰이 '특수활동'에 특활비를 사용한 사실은 단 1차례도 없었다. 국민 세금으로 이뤄진 돈을 마치 자신들의 보너스인 양 받아 챙겼던 것도 뉴스타파 보도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났다.
따라서 국회가 특활비 삭감 결정을 한 것은 검찰의 자업자득이라 볼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검찰을 싸고 도는 이유는 결국 그들 자신과 검찰이 서로 이해관계가 일치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굿모닝충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굿모닝충청T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