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대장동 사건에 연루돼 실형이 선고됐던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이 자신의 녹취서를 조작했다고 주장한 사실이 13일 오마이뉴스 단독 보도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정영학 녹취록’은 검찰의 ‘삼류 조작 시나리오’로 증거를 위조한 명백한 ‘국기문란’이자 ‘반헌법적 범죄’"라고 일갈하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오마이뉴스는 정영학 회계사의 의견서를 입수해 검찰이 정영학 녹취파일을 임의로 해석해 별도의 '검찰 버전 녹취록'을 만들면서 일부 표현을 이재명 대통령 측근인 정진상 전 실장과 김용 전 부원장을 겨냥한 내용으로 추가·삭제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은 대장동 개발업자인 정영학 회계사가 2012년 8월부터 2021년 4월까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전 머니투데이 기자, 남욱 변호사,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과 나눈 대화를 녹음한 파일을 바탕으로 작성된 것이다.
정 회계사는 이 녹음파일을 민간 속기사 사무실에 의뢰해 문서로 만든 뒤, 2021년 9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변호인을 통해 검찰에 제출했다. 이후 해당 문서는 '정영학 녹취록'으로 불리며 대장동 사건의 핵심 증거로 활용됐다.
그러나 검찰은 원본 파일을 독자적으로 해석해 별도의 '검찰 버전 정영학 녹취록'을 작성했으며, 이 과정에서 '용이하고', '실장님', '윗 어르신들' 등의 표현을 원문에 없던 방식으로 추가하거나 대체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아울러 이 표현들은 이재명 대통령과 그 측근들을 특정 범죄와 연결하는 수사 및 기소의 주요 근거로 사용됐다.
정영학 회계사는 지난 10월 31일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항소를 제기한 정 회계사 측은 검찰이 자신의 녹취서를 조작했다는 내용의 의견서와 항소이유서 등을 항소심 재판부(서울고등법원 형사6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검찰이 정영학 녹취록을 조작한 사례를 찾아보면 대표적으로 지난 2013년 3월 5일 녹취록에서 김만배 씨가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에 관여한 이들의 이름을 언급하는 부분에서 "이상훈 선배하고 용이하고. 근데"라고 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 중 '용이하고'라는 부분이 조작한 부분이다.
정영학 회계사는 해당 녹취파일을 청취하면 "용이하고"라는 부분은 청취되지 않으며 자신이 속기사 사무실을 통해 작성해 제출한 녹취록에도 "용이하고"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정 회계사가 공개한 실제 김만배 씨의 발언은 "아니 아니, 그거는 형이 고생한 게 아니라 한구 형이 고생을 했지. 최윤길 의장하고. 이삼우 선배하고. 그런데"였다.
이른바 '검찰 버전 정영학 녹취록'에서만 등장한 이 '용이하고'라는 표현은 2013년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김용 전 부원장이 민간업자들과 유착해 역할을 한 것처럼 해석되는 대목이다. 김 전 부원장은 2013년 2월~2014년 4월 성남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 상임위원 시절 대장동 사업 편의 제공 대가로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4차례에 걸쳐 1억 9000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아울러 1심과 2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대법원 상고심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김 전 부원장은 지난 8월 보석으로 석방됐다.
이어 정 회계사는 2013년 4월 16일 녹취록 역시 검찰이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검찰 버전 정영학 녹취록'에서 남욱 변호사가 정 회계사에게 "이제 실장님 얘기를 꺼내더라고요"라고 말한 부분이 바로 조작된 내용인데 정 회계사는 해당 부분의 실제 워딩은 "인제 재창이 형 얘기를 꺼내더라고요"라고 지적했다.
'실장님' 운운하는 워딩을 검찰이 끼워넣은 이유는 정진상 전 정무실장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해당 내용은 지난 5월 19일 대장동 사건 공판에서 재생됐던 바 있다. 검찰은 '실장님은 정진상 실장을 의미하냐'라고 증인 정 회계사에게 물었다. 정 회계사는 망설임 없이 '재창이형'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검찰은 정 회계사 답변에도 해당 부분을 2번이나 재생하여 다시 들어봤지만 정 회계사는 계속 "재창이형으로 들린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남욱 변호사에게도 확인했지만, 남 변호사 역시 "재창이형을 얘기한 게 맞다"며 "그날 (유동규가) 9000만 원을 들고 다른 방에 갔다 와서 빈손으로 온 뒤 재창이형을 얘기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 회계사는 같은 해 8월 30일 자신이 남욱 변호사와 통화한 녹취록 속 내용 역시 검찰에 의해 조작됐다고 했다.
검찰 버전엔 남 변호사가 "내부적으로 네가 알아서 할 문제, 할 문제고 윗 어르신들이 너 결정한대로 다 해줄테니까"라고 한 부분이 있는데 이에 대해 정 회계사는 "녹음파일에서는 해당 부분의 청취는 어렵다"면서도 "다만, 문맥상으로 위례신도시인 것으로 추정은 된다. 정영학 제출 녹취록은 청취불능으로 기재 되어 있다"고 했다.
즉, '위례신도시'를 '윗 어르신들'이라고 조작했다는 것인데 이는 아마도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한 대목으로 풀이된다. 이 부분 역시 작년 5월 7일 대장동 재판에서 재생됐다.
검찰은 남 변호사가 이 대통령과 정 전 실장, 김 전 부원장을 지칭하는 "윗 어르신들"이라는 단어를 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위 '성남시 수뇌부'가 민간업자들과 유착해 위례신도시 사업자 내정을 승인했다는 검찰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표현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남 변호사는 "윗 어르신이 아니라 위례신도시를 말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해당 부분은) '위례신도시 너 결정한 대로 다 해줄 테니까'이다"라며 "이 전체가 위례신도시라는 말이다"라고 증언했다.
오마이뉴스는 이상의 사실들을 토대로 검찰이 수사 방향에 맞춰 녹취 일부를 조작하거나 의도적으로 왜곡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편 정영학 회계사 측은 의견서에 "검찰은 정진상과 김용을 구속하기 위하여 녹취서를 조작했다"라고 강조했다.
이 보도가 나온 직후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대장동 사건’의 스모킹 건이라던 ‘정영학 녹취록’이, 실상은 이재명 대통령을 죽이기 위해 정치검찰이 창작해 낸 ‘삼류 범죄 시나리오’였음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오마이뉴스 보도를 인용해 "검찰은 없는 죄를 만들어내기 위해 증거를 난도질한 정황이 뚜렷하다"고 일갈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이같은 검찰의 증거 조작 의심 행태에 대해 "이는 증거를 위조한 명백한 ‘국기문란’이자 ‘반헌법적 범죄’"라고 일갈하며 "이제야 한동훈 전 장관을 비롯한 주진우 의원과 2차 수사팀이, ‘항소 자제’에 왜 그토록 히스테리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는지 그 이유를 똑똑히 알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강백신 검사를 비롯한 대장동 2차 수사팀 중심 친윤 정치 검사들이 항소 자제 결정에 반발하고 국민의힘이 이를 싸고 도는 이유에 대해 "‘증거 조작’이라는 원죄가 드러날까 봐 두려워 ‘진실은 죽었다’, ‘검찰이 자살했다’는 망발까지 하며 집단 반발에 나선 것"이라고 정리했다.
이어 김 원내대변인은 국민의힘을 향해 "그동안 항소 자제를 두고 ‘검찰 외압’을 운운하며 정치검찰의 방탄조끼 노릇을 해오지 않았나? ‘증거 조작’이라는 희대의 범죄 행위가 드러난 지금도, 계속해서 범죄자들의 호위무사를 자처할 셈인가?"라고 따져 물으며 "‘검찰 방탄’으로 내란의 책임을 물타기 하려는 그 ‘허튼짓’을 멈추시라. 국민께서는 이미 그 얄팍한 속셈을 매서운 눈초리로 지켜보고 계신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은 대한민국 헌정사를 유린한 이 증거 조작 국기문란 사건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수사기록을 조작한 검사부터 이를 지시하고 묵인한 윗선까지, 관련자 모두를 법과 역사 앞에 세워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임을 강력히 경고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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