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이른바 대장동 사건 항소포기로 촉발된 검란(檢亂)이 사실상 기세가 꺾인 것으로 보인다. 노만석 전 검찰총장 직무대행의 사퇴 이전까지만 해도 활발했던 검란의 기세는 노 전 대행의 사퇴와 정부가 이번 검란에 참가했던 18명의 검사장들을 모두 평검사로 전보 조치하겠다고 나섰고 여당 역시 검사징계법 폐지를 발의하며 강경하게 나서자 기세가 급속도로 꺾이며 이제는 조용해졌다.
그런 와중에 검란의 주동자라 할 수 있는 박재억 수원지검장이 17일 사의를 표명했고 이어 동기인 송강 광주고검장 또한 사의를 표명했다. 법조계 전언에 따르면 이 두 사람을 필두로 앞으로 이번 검란에 참가한 검사장들이 줄사표를 제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필자는 이들의 사표를 절대 받아서는 안 되고 빨리 검사징계법을 통과시켜 모두 파면시켜야 한다고 본다.
일단 현재 대통령실은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들을 평검사로 전보 조치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보도만 나왔을 뿐 아직 실체가 없는 게 아니냐"면서 "인사 방침은 없다"며 톤 다운을 했다. 대통령실의 입장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우선 해당 이슈가 좋은 이슈가 아니기에 장기화되는 것은 결코 득이 될 것이 아니다.
거기다 검찰청은 이미 정부조직법 개편안 통과로 인해 내년 10월이면 사라질 시한부 기관에 불과하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이란 말처럼 이미 큰 건의 영수증을 손에 쥔 상태에서 자잘한 건의 영수증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즉, 어차피 없어질 조직의 무리들이 마지막으로 최후의 몸부림 한 번 부려본 것에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또 대통령실은 정치를 통해 나라를 경영해야 하는 입장이다. 흔히 "강한 것은 부러진다"는 말이 있듯이 윤석열처럼 자신의 강성 지지층 입맛에만 맞는 과격 행보를 이어갈 경우 강성 지지층의 지지는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연성 지지층 혹은 중도층에서는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 때로는 '지는 게 이기는 것'도 있는 게 정치이기에 대통령실의 입장을 모르는 바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검란 주동자들의 사표를 절대 수리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검찰이란 기관에 한 번 제대로 본때를 보여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간 검찰이 보수 정권에는 애완견처럼 납작 엎드렸다가 민주 정부만 들어서면 천지분간 못하고 날뛰었던 것에는 검란이 닥치면 언론 눈치를 보고 적당한 선에서 타협했기 때문이었다. 참여정부가 그러했고 문재인 정부가 그러했다.
그리고 이로 인한 결과는 결국 보수 정부로의 정권 교체였다. 즉, 검찰과 언론, 보수 정당이란 삼각편대가 유착해 자신들 입맛에 맞는 정권을 창출해내는 행태를 여러 차례 성공시킨 경험이 있기에 민주 정부 때만 되면 시도때도 없이 검란을 일으키며 제 조직의 이권 수호에 나섰던 것이다.
세상에 어떤 공무원이 이토록 정치적 중립 의무를 상습적으로 위반한단 말인가? 일반 공무원은 인터넷에 정치적 글 하나 쓴 것만으로도 파면될 수 있는데 검사들은 뭐가 그리도 오만한지 걸핏하면 이프로스에 글을 올리며 정치적 행동을 밥먹듯 해왔고 언론들은 그런 이프로스의 글을 무비판적으로 인용 보도하며 '정권 흔들기'에 앞장섰다. 이는 불과 몇 년 전 문재인 정부 시절 때 있었던 일이다.
이번 검란 사태 역시도 그 때의 기억을 못 잊고 검찰청이란 조직이 없어지기 전에 최후의 몸부림을 벌인 것이라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과연 그들이 그간 해온 행보를 볼 때 이번 검란에 '부정부패 척결' 같은 거창한 대의명분이라도 있었겠나? 그랬다면 애초에 검찰 스스로가 특수활동비를 마치 자신들 보너스마냥 홀랑홀랑 빼 쓰는 '부패' 행위부터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애초에 자신들이 엑셀 파일을 허위로 조작해 부풀린 액수이지만 그들이 그토록 떠드는 '7800억 원 국고 환수' 같은 것은 이번 검란을 정당화하기 위해 적당히 갖다 붙인 명분일 뿐 그 이면은 검찰청이 없어지고 들어서게 될 공소청의 보완수사권 혹은 보완수사요구권이라도 챙기고 자신들 또한 검사 사직 후 '전관예우'를 받는 변호사로서 떼돈을 벌고자 하는 것에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들의 사표를 절대 수리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들이 실제 노리는 바가 무엇인지가 분명하게 드러나 있는데 그들의 사표를 수리하는 것은 곧 그들이 실제 노리는 바를 들어주는 꼴이 될 수 있다.
만일 이번 검란 주동자들의 사표를 수리한다면 그들은 곧바로 서울 강남이나 송파 같은 곳에 위치한 번듯한 빌딩에 변호사 사무소를 개업하고 스스로를 "이재명 정부의 검찰 탄압에 맞선 강골 검사 출신 변호사"로 포장하며 '전관예우'를 받아 떵떵거리고 살려고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회는 반드시 지난 14일 발의했던 검사징계법 폐지를 하루라도 빨리 통과시켜 검사들도 일반 공무원처럼 손쉽게 파면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하고 정부는 그 때까지 사표를 내는 검사들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붙들고 있다가 검사징계법을 공포하는 즉시 모두 파면시켜야 한다. 이들에게도 민주 정부가 얼마나 무서운지 제대로 본때를 보여야 한다.
끝으로 이번 검란에 대해 한마디 첨언하자면 이번 사태로 얼마나 검찰이란 조직이 비겁하기 짝이 없는 조직인지 다시 한 번 알게 됐다. 지난 12.3 내란 사태 당시 검사 중 어느 누가 용감하게 나서서 "이것은 내란이다"고 외쳤고 내란 수괴 윤석열이 구속취소로 풀려났을 당시 검사 중 어느 누가 용감하게 나서서 석방지휘를 한 당시 검찰총장 심우정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사퇴를 촉구했나?
사실상 윤석열 정부의 실질적 대통령이었던 김건희를 상대로 검찰이 온갖 봐주기 수사를 할 때 "법의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용감하게 외친 검사가 단 한 사람이라도 있었던가? 이렇게 윤석열 정부 시절엔 비겁하게 있던 검사들이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자 너나나나 '정의로운 강골 검사'가 되어 검란을 일으키고 나섰다.
이렇게 불의를 보면 참고 불이익엔 민감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검찰인데 어찌 비겁하다고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마치 자신들이 '귀족'이라도 된 양 오만하게 굴었던 검사들의 시대는 이제 끝이 났다. 대한민국엔 신분의 귀천도 고하도 없다. 검사는 그저 수많은 공무원들 중 한명일 뿐이며 국민 앞에 봉사해야 할 공복(公僕)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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