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뉴스타파의 잠입 취재로 밝혀진 극우 시민단체 '리박스쿨'이 운영 중인 댓글공작단 '자손군(댓글로 나라를 구하는 자유손가락 군대)'을 둘러싼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뉴스타파가 31일 밤 문제의 리박스쿨 대표 손효숙 씨가 지난 2018년부터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와 인연을 맺었으며 현재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이주호 교육부장관의 정책자문위원을 역임 중이라고 전했다.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극우 뉴라이트 사관을 가르치고 있는 리박스쿨 손효숙 대표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와 2018년부터 인연을 맺었으며 두 사람이 동시에 등장하는 게시물을 다수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들의 협력은 주로 보수 우파의 선거 승리를 위해 기획된 행사를 통해서였으며 뉴스타파는 이같은 사실을 손 대표의 과거 활동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포착됐다고 전했다.
뉴스타파가 리박스쿨의 '댓글공작팀' 운영을 폭로한 직후부터 관련 단체들이 증거를 없애기 시작했다. 리박스쿨은 자사 유튜브 채널 콘텐츠를 모둔 지운 상태다. 국민광장 같은 극우 성향의 불법 댓글 양산소들도 게시판을 닫은 상태다. 포털 사이트에 남겨진 악성 댓글들도 하나 둘씩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에 따라 '댓글공작팀'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김문수 후보와 리박스쿨 손효숙 대표의 인연은 2019년 게시물에서 처음 확인됐다. 2020년 21대 총선을 두 달 앞둔 시점에 나온 안동데일리 기사에는 리박스쿨이 직접 운영한 ‘자유필승선거학교 교육생 모집’ 공고문이 게재됐다.
공고문에는 '4.15 총선에서 후보자의 필승을 위해 동고동락하며 뛰어 줄 선거운동원 양성을 통해 청년들이 보좌진과 선출직 공무원에 도전하고, 사상과 국가관이 정립된 직업 정치인으로서 자유대한민국 수호자가 되게 함'이라고 적혔다. 한마디로 자신들의 총선을 도울 자원봉사자를 뽑는다는 얘기다.
5일간 50시간 집중 교육으로 짜여진 이 프로그램의 주관사에는 리박스쿨이, 협력사에는 김문수TV가 포함됐다. 취재진은 선거사무원 2기, 4기, 6기 공고문을 찾았는데, 여기에 모두 리박스쿨과 김문수TV가 등장한다.
앞서 손 대표는 잠입 취재 중인 뉴스타파 기자에게 “김문수 후보가 예전에 이 사무실(리박스쿨)에 온 적 있고 이곳에서 무얼 하는지도 알고 있다. 그분(김문수)이 여기 아스팔트 현장에서 경기도지사 그만두시고 오랫동안 우리랑 시민운동을 같이 했다. 내가 누군지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인연을 증명하는 자료는 또 있다. 뉴스타파는 손 대표가 2017년부터 리박스쿨의 협력단체인 프리덤칼리지장학회의 회장도 겸직했고 김문수 후보는 2019년 10월 15일에 ‘주사파가 집권한 대한민국 문재인 정권의 대한민국 파괴’라는 제목의 글을 프리덤칼리지장학회에 기고했다고 전했다.
이 글에서 김문수 후보는 '태극기'와 '십자가'의 단결을 주장하며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자유대한민국수호 비상국민회의>는 국회를 기반으로 자유한국당, 우리공화당, 바른미래당 국회의원 모임을 구성하고, 기독교세력, 태극기세력 등 반문재인·반주사파 세력과 빅텐트를 치고, 문재인 주사파 집권세력과 맞서 싸워 이겨서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지켜야 합니다."

이미 MBC 단독 보도로 2019년 광복절 무렵에 김문수 후보가 한 교회에서 이승만과 박정희를 미화하는 역사 강연을 한 영상이 공개된 바 있는데 강연 내용은 리박스쿨의 극우 역사 강의와 비교해도 별반 차이가 없었다.

또 2018년 10월경, 손 대표가 이끄는 프리덤칼리지장학회는 '2020 총선 필승! 선거입문 정치교실 1기 수강생 모집'이란 공고를 띄운 것으로 확인된다. 공고문을 보면, 2018년 11월 15일 '정치인의 길'이란 교육 내용의 강사는 김문수 후보였다. 2018년 7월 프리덤칼리지장학회가 주최한 행사에도 김문수 후보가 등장한 것으로 확인된다. 따라서 두 사람은 최소한 이때부터 알고 지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알고 지냈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뉴스타파는 잠입 취재를 통해 손효숙 대표가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 발급을 미끼로 댓글 부대원을 모집한 사실을 확인했다. 아울러 이를 통해 초등학생들을 상대로 뉴라이트식 역사관 주입식 교육을 시도하려 한 정황도 포착했다.

한편 김문수 캠프는 리박스쿨의 댓글 공작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또 행사를 몇 번 같이 했다고 해서 그게 다 연결이 되는 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댓글 문제와 별개로 김문수 후보의 교육 공약에는 '늘봄학교 정책 강화'가 포함됐다. 뉴스타파 보도로 늘봄학교 정책이 극우 세력들의 자금줄로 악용될 소지가 드러난 만큼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이것만으로도 충격적이지만 리박스쿨 손효숙 대표를 둘러싼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같은 날 뉴스타파는 손 대표가 작년부터 교육부 장관의 직속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이 사실도 보도했다. 그런데 문제는 손효숙 대표는 교육계에 몸을 담은 사실이 없었다는 것이다.

뉴스타파는 잠입 취재 당시 리박스쿨 사무실에서 이주호 교육부장관 명의의 ‘교육정책자문위원회 위원’ 위촉장을 발견했다. 위촉장에 따르면, 손 대표의 교육정책자문위원 위촉일은 2024년 6월 13일이고 위촉 기간은 1년이니 현재도 정책 자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손 대표가 위촉된 ‘교육부 교육정책자문위원회’는 교육부 장관 소속으로 운영되는 공식 자문기구다. <교육부 정책자문위원회 규정> 제2조(설치 및 기능)는 위원회의 설치와 기능을 정하고 있는데 1항엔 "교육부 장관(이하 "장관"이라 한다.)의 자문에 응하기 위하여 장관 소속으로 교육부 정책자문위원회(이하 "위원회"라 한다)를 둔다"고 돼 있다.
2항엔 "위원회는 다음 각 호의 사항에 대하여 장관의 자문에 응한다"고 돼 있으며 각 호에 ▲교육에 관한 기본정책의 수립 ▲교육관련 제도 개선에 관한 사항 ▲교육관련 국정과제 추진에 관한 사항 ▲기타 교육에 관한 사항으로서 장관이 자문하는 사항 등이 명시돼 있다.
그 밖에 <교육부 정책자문위원회 규정> 제3조(구성 및 임기)에 따르면, 교육 정책에 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인사를 교육부장관이 직접 선임하게 돼 있다. 위원장과 부위원장은 위원 중에서 교육부장관이 지명한다. 위원의 임기는 1년으로 하되 연임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손효숙 대표는 교육계 출신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는 잠입 취재 중인 뉴스타파 기자에게 "나는 우체국에서 40년 동안 일했던 공무원 출신이고 우체국장(5급)까지 지내다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2016년) 은퇴했다"고 해 우정직 공무원 출신자라고 밝혔다.
교육계 출신이 아닌 우정직 공무원 출신자가 정년 퇴임 후 뉴라이트 교육 사업을 시작해 윤석열 정권에서 교육부 교육정책자문위원회 위원에 오른 것이다. 통상 교육부 정책자문위원은 주로 대학 총장이나 교수, 교사 등 교직 출신들이 맡는다. 손 대표가 어떤 경위로 교육부 정책자문위원이 됐는지도 앞으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교육부 규정에 따라 임명되는 자리임에도, 현재 교육부 홈페이지에서는 교육정책자문위원회 명단을 확인할 수 없다. 통상 이같은 정부 자문위원은 각 부처에서 유관 기관에 추천을 의뢰한다. 따라서 어느 기관이 손 대표를 추천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뉴스타파가 리박스쿨 게이트를 보도한 후 교육부는 31일 전국 초등학교에 늘봄학교 운영 실태를 전수조사하겠다고 밝혔고 아울러 그 날 기준으로 10개 초등학교에서 리박스쿨(늘봄교육연합회) 출신 방과후 강사들이 일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교육부가 이번 사태를 정말 몰랐는지 의문이다. 손 대표는 뉴스타파 기자에게 수시로 교육부 공무원과의 인맥을 강조했다. 더구나 손 대표는 이주호 장관이 위촉하는 자문위원 신분이다. 선거 막판에 터진 이 리박스쿨 게이트가 과연 어떤 결말을 맞게 될 것인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대선이 끝난 이후로도 더욱 깊이 파헤쳐야 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굿모닝충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굿모닝충청T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