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뉴스타파의 잠입취재로 세상에 알려진 극우 시민단체 리박스쿨의 댓글 공작 게이트에 본격적으로 다른 언론사도 참전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1일 오후 한겨레 단독 보도로 리박스쿨의 댓글부대인 '자손군(댓글로 나라를 구하는 자유손가락 군대)'이 최소 2022년부터 운영됐으며 작년 1월엔 용산 대통령실을 방문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21대 대선 댓글 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리박스쿨’이 지난해 1월 청소년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용산 대통령실을 견학했다고 한다. 용산 대통령실은 그동안 방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하면서도 신청 절차를 공개하지 않아 폐쇄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리박스쿨의 대통령실 견학이 확인되면서 리박스쿨과 ‘윤석열 대통령실’과의 밀접한 관계가 드러난 셈이다.
한겨레는 1일 리박스쿨 누리집에 올라와 있는 공지를 확인해 리박스쿨은 2023년 12월 27일 ‘자유기업원과 함께하는 청소년 기업탐방’ 회원을 모집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작년 1월 24일로 예정된 행사의 견학 장소는 전쟁기념관과 용산 대통령실이었고 오전 10시에 서울 용산구 국방부 서문 행정안내실 2층에 집결해 10시 30분부터 정오까지 대통령실 내부 견학과 간담회를 마친 뒤 대통령실 구내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는 일정(정원 40명, 참가비 2만원)이었다.
당시 청소년 기업탐방 프로그램을 주관했던 리박스쿨 관계자는 1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전국에서 신청한 청소년 30명 정도를 데리고 대통령실에 갔다. 섭외 담당자가 따로 있어서 대통령실에 어떻게 갈 수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그동안 “전국의 지역, 세대를 넘어 직능별 시민사회단체, 사회복지단체, 종교단체 등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신청 절차와 선정 방식은 비공개라며 밝히지 않았다.
또 리박스쿨은 작년 1월 13일부터 2월3일까지 매주 토요일 ‘겨울방학 스터디클럽’의 일환으로 ‘영어 스피치 교실’을 운영했는데 홍수환 한국권투위원회(KBC) 명예회장이 강사로 위촉됐다. 권투 챔피언 출신인 홍 씨는 2022년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던 윤 전 대통령에게 권투 글러브를 선물했고,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자유통일당에 입당하기도 했다.
아울러 홍 씨는 작년 7월엔 윤 전 대통령의 특사로 파나마를 방문하기도 했다. 리박스쿨은 또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자유필승선거학교 교육생을 모집 행사를 주관했는데 ‘김문수TV’가 이 행사의 협력 단체로 적시되기도 했다. 리박스쿨 사무실 건물에 함께 입주해 있는 한 시민은 “김문수 후보가 (노동부 장관 되기 전인) 야인 시절에 건물 앞에서 한번 본 적이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리박스쿨과 윤석열 정부와의 유착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한겨레는 리박스쿨이 2022년부터 ‘자손군’(댓글로 나라를 구하는 자유손가락 군대)을 운영하며 조직적인 댓글 달기 교육 활동을 이어 온 정황을 포착해 보도했다.
한겨레는 1일 확보한 리박스쿨 사진에서 단체 사무실 앞에는 ‘댓글이 여론이다’라는 설명과 함께 ‘댓글 봉사 ‘자손군’을 모집한다’는 내용의 펼침막이 내걸려 있었고 해당 사진의 사진 정보를 보면 이 사진은 2022년 11월 5일 찍혔다고 전했다. 즉, 최소 2년 6개월여 전부터 리박스쿨이 ‘자손군’이라는 이름으로 조직적인 댓글 관련 활동을 해왔던 셈이다.
또 이날 한겨레가 입수한 또다른 영상에서는 지난 5월 1일에도 리박스쿨 강연장에서 온라인 댓글을 설명하는 음성이 담겼다. 해당 영상에서 강사는 “우리나라는 네이버에서 워낙 뉴스를 일목요연하게 정리를 잘해서 보여주기 때문에 네이버 뉴스를 보시면 된다. 여기 검색 및 뉴스서비스에…”라며 네이버를 중심으로 댓글 작업을 해야함을 강조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갔다.
뉴스타파의 보도와 연결지어 볼 때 리박스쿨은 윤석열 정부 초기 때부터 댓글공작을 벌여왔을 가능성이 있으며 어쩌면 20대 대선 당시에도 조직적으로 활동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네이버는 문재인 정부 말기부터 반문친윤 성향 댓글들이 부지기수로 올라왔는데 이 리박스쿨과 무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미 윤석열 정부가 극우 성향 시민단체를 사주해 관제데모를 한 사실이 시민언론 더탐사와 뉴스타파 등의 보도를 통해 알려진 바 있다는 점을 보면 댓글공작 부대 역시 대선 즈음에 급조한 것이 아니라 꽤 오래 전부터 운용됐을 가능성이 높다. 리박스쿨 게이트에 대해선 대선 이후에도 파헤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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