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이른바 '선거연수원 중국인 간첩 99명 체포설' 가짜뉴스를 뿌리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내란 사태를 옹호해왔던 극우 인터넷 매체 스카이데일리가 최근 급격히 태세 전환에 나서고 있다. 13일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스카이데일리는 최근 극단적 기사를 써온 기자가 인사 조치를 당하자 노조를 설립해 회사에 맞서는 등 내홍에 휩싸이고 있는 중이라 한다.
본래 스카이데일리는 2011년에 창간된 부동산 경제지로 회사명에 있는 '스카이' 역시 서초(S), 강남(K), 용산(Y)을 의미했다. 전부터 소수자 혐오 기사 등이 논란이 되긴 했지만 허위정보와 음모론을 쏟아내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금 스카이데일리는 일반 국민들에게 5·18 민주화운동 왜곡, 부정선거 음모론 등의 기사들로 '극우' 신문의 대표주자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부정선거 음모론에 기반한 '선거연수원 중국인 간첩 99명 체포설' 가짜뉴스는 그의 정점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로 인해 각종 법적 분쟁에 휘말렸는데 지난 5월 21대 대선을 앞두고 스카이데일리는 돌연 1면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아스팔트 진영은 '구독 취소한다'는 댓글을 달았고, 반대로 '면피용 태세 전환'이라는 비판도 잇따랐다.
미디어오늘이 스카이데일리 전현직 구성원들을 취재한 결과 현재 그들은 최근 극단적 기사를 써온 기자가 인사 조치를 당하자 노조를 설립해 회사에 맞서는 등 내홍에 휩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카이데일리가 극우 인터넷 매체의 표본이 된 시발점은 조정진 전 세계일보 논설위원의 대표이사 취임이라 할 수 있다. 스카이데일리는 2020년 <동성애, 역천의 형벌> 기획을 내는 등 성소수자 혐오 기사로 논란이 되긴 했지만 선거부정 음모론과 5·18 민주화운동 왜곡에는 전면으로 나서지 않았다.
조정진 전 스카이데일리 대표는 2022년 1월 '스카이데일리닷컴'의 대표이사·발행인·편집인으로 선임됐다. 2021년 5월 스카이데일리 논설주간으로 임명된 지 약 8개월 만이다. 그는 대표이사로 취임한 지 1개월이 지난 2022년 2월 언론이 부정선거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않는다는 내용의 <한국 언론에 고함 "너희가 침묵하면 돌들이 소리치리라"> 칼럼을 썼다.
이를 시작으로 <부정선거 못 막으면 3·9 大選 하나마나다>(2022년 2월20일), <3·9 대선은 대한민국과 북한의 대결이다>(2022년 2월28일), <부정선거와 사전선거 이중 음모론>(2022년 3월7일) 등의 칼럼이 연달아 나왔다. 부정선거 음모론 칼럼뿐이 아니었다.
2023년 6월 스카이데일리의 '5·18 진실 찾기' 기획이 시작됐다. 이미 사실관계 검증이 끝난 '5·18 폭동설', '북한군 개입설' 등의 기사가 단독이 붙은 채 쏟아졌다. 2024년 11월까지 50개 가까운 연재 기사가 나왔는데 바이라인의 대부분은 허겸 기자였다. 2025년 1월16일 <[단독] 선거연수원 체포 중국인 99명 주일미군기지 압송됐다> 기사를 쓴 기자다.
미디어오늘이 5·18기념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스카이데일리 보도 내역을 분석한 결과 2023년부터 2024년까지 2년간 239건의 5·18민주화운동 관련 왜곡·허위·폄훼 보도가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가장 악의적인 유형인 '북한군 침투설' 기사가 가장 많았는데 조정진 전 대표와 허겸 기자가 이를 주도했다.
문제 보도가 잇따른 시기 사회부장을 역임하고 2024년 9월부턴 특별취재팀장도 겸한 허겸 기자가 작성한 기사만 80건에 달했다. 스카이데일리 내부에선 조정진 전 대표가 2023년 허겸 기자를 직접 데려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허겸 기자의 정확한 이력은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미디어오늘은 2023년 5월 취임한 고동석 편집국장은 '5·18 진실 찾기' 기획의 대부분을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반대했다고 밝혔다. 보수 아스팔트 진영의 일방적 주장과 유튜브가 취재의 출처로 제시되는 일도 다반사였다고 했다. 국장이 기사를 '킬'(기삿거리가 안 된다고 판단하는 것)시킬 때마다 대표와의 갈등은 고조됐다.
이어 한 스카이데일리 기자의 전언을 인용해 조 전 대표가 '5·18은 북한에서 만든 것'이라는 취지의 칼럼을 요구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발행인·편집인에 해당했던 조 전 대표는 편집권을 가지고 있었다.
조 전 대표가 영입한 인사는 오피니언부 칼럼니스트를 포함해 대략 10명 안팎이다. 아스팔트 집회에서 눈에 든 인원을 기자로 데려온 적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외부 필진에 해당했다. 이미 굿모닝충청과 시민언론 민들레, 리포액트, 시민언론 뉴탐사가 공동 결성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엔 국정원 댓글부대 출신들이 스카이데일리 기자에 합류한 사실을 알린 바 있는데 아마도 이 과정에서 섭외된 것으로 보인다.
스카이데일리 직원은 현재 전국부까지 포함해 약 70~80명에 달한다. 미디어오늘은 한 내부 관계자의 전언을 인용해 "전체 기사가 100개라 하면 사실 이상한 1~2개 기사 혹은 칼럼이 전체 이미지를 망쳤다"고 토로했다고 전했다. 결국 조 전 대표와 갈등을 빚던 고동석 국장은 2024년 8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5개월 뒤인 2025년 1월,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희망이 된 '중국 간첩 체포' 보도가 나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부정선거 때문이며 트럼프 정부와 공동작전이라는 주장도 이어졌다. 한 스카이데일리 관계자는 미디어오늘 측에 그 기사를 보고 "회사 망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2025년 1월 말 조정진 전 대표는 3년 임기를 마치고 회사를 떠났고 그 해 4월 10일 스카이데일리를 창립한 사주 민경두 대표가 복귀했다. 한 달 후인 5월 13일엔 고동석 편집국장도 돌아왔으며 그리고 3일 뒤인 5월 16일에 스카이데일리가 사과문을 발표했다.
스카이데일리는 "5·18민주화운동 보도와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린다"고 했고 편집국 부국장도 광주를 찾았다. 그러나 2년여 문제 기사를 쏟아내다가 급작스럽게 태세가 바뀌었고, 문제 기사를 쓴 책임자가 나서지도 않은 상황에서 5·18기념재단은 진정성을 느낄 수 없다며 사과를 위한 방문을 거부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고동석 국장은 사과문을 비롯한 최근의 논조가 "우리의 원래 논조"라고 주장했다. 지난 12일 미디어오늘과 만난 고 국장은 "(5·18 재단이) 사과를 받아주신다면 저라도 직접 찾아갈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중국 간첩 체포' 보도를 '가짜뉴스'라고 평가하며 "최대한 객관적으로 어떤 사실관계가 틀렸는지 다시 취재를 해서 (기사를) 삭제하거나 후속 기사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중재위원회 조정도 최대한 수용하고 존중하고 있다. 이행을 계속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미디어오늘은 '정상화'를 선언한 스카이데일리가 현재 내홍에 휩싸여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서울 중구에 위치한 스카이데일리 사옥 앞에선 이틀에 한 번 꼴로 집회가 열렸는데 아직 회사에 남아 있는 허겸 기자를 비롯해 10명 안팎의 사람들이 스카이데일리 앞에서 스카이데일리의 바뀐 논조를 규탄했다는 것이다.
허겸 기자는 현재 10명 이상의 조합원을 가진 스카이데일리 '우파 노동조합' 위원장이다. '우파 노조'는 지난 4월 출범한 신생 노조다. 실제 허겸 기자의 기사는 고동석 국장 취임 이후 올라오지 않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현재 스카이데일리 사옥엔 두 가지 상반된 주장을 담은 대자보가 붙어 있는데 하나는 '우파 노조'(편집권 사수 노동조합)가 스카이데일리의 바뀐 논조를 비판하는 내용이었고 다른 하나는 스카이데일리 전국본부 일동이 "조정진 잔당은 회사를 떠나라"고 요구하는 내용이었다고 했다.
'우파 노조'는 "5·18 사과문을 작성한 것은 사측의 좌편향된 비열한 속내를 드러낸 것"(2025년 5월30일)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전국본부 일동은 중국 간첩 체포 보도를 놓고 "창피하다 못해 죽을 지경"이라고 했다. 전국본부 일동은 중국 간첩 보도의 취재원으로 알려진 "'캡틴 아메리카' 소리만 들어도 혀를 깨물고 죽고 싶다"고 했다.
미디어오늘은 자신이 만난 한 스카이데일리 기자가 '우파 노조'의 대자보 중 "스카이데일리 편집국의 국민 주권 보호는 비상계몽령의 깨우침"이라고 적힌 부분을 보며 헛웃음을 지었다고 전했다.
한편, 회사를 떠난 조정진 전 대표는 최근 창간된 '트루스데일리'에서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트루스데일리의 편집·발행인은 정부영 트루스코리아 대표다. 트루스코리아는 뉴스타파가 리박스쿨 댓글팀 '자손군'을 공동운영했다고 보도한 단체다.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자손군'의 조직 구성과 운영은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대외협력은 트루스코리아 정부영 대표가 맡았다.
그런데 정부영 대표는 2024년 유료 구독 모집 담당으로 스카이데일리에도 잠시 몸담았던 이력이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트루스데일리의 칼럼진 다수는 조정진 전 대표 시절 스카이데일리의 칼럼진과 동일하며 부정선거 음모론 등 논조도 그대로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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