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극우 인터넷 매체 스카이데일리가 보도한 이른바 '선거연수원 중국인 간첩 99명 체포설'을 제보했던 극우 유투버가 보도 이후 금전 및 취업까지 요구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는 지난 1월 16일부터 이른바 '선거연수원 중국인 간첩 99명 체포설' 가짜뉴스를 지속적으로 살포했다. 주한미군이 선관위 연수원에 있던 중국인 간첩 99명을 체포해 오키나와 주일미군기지 등으로 압송한 후 미국 본토로 보냈다는 식의 내용이다.
이들의 가짜뉴스는 내란 옹호 세력들이 부정선거의 결정적 증거로 주장하고 있으며 급기야는 윤석열 대통령의 변호인을 맡고 있는 배진한 변호사가 탄핵심판에서 이 기사를 언급해 망신을 사기도 했다. 선관위도 주한미군도 심지어 미 국방부도 사실이 아니라고 분명히 밝혔지만, 후속 '가짜뉴스'들이 거침없이 쏟아졌다.
해당 가짜뉴스를 작성한 스카이데일리 허겸 기자는 사안에 정통한 '미군 소식통'에게 확인했다고 했지만 황당하게도 그 '미군 소식통'이란 인물은 국내에서 '캡틴코리아'란 이름으로 극우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는 40대 남성 안병희란 인물이었다. 그는 극우 유튜버로 활동하며 계엄 옹호 집회에 캡틴 아메리카 복장으로 나오는 인물이며 얼마 전엔 주한 중국대사관 무단 침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기사에 언급된 '미군 소식통'이라며 허겸 기자와의 통화 녹음을 19일 공개했다. MBC가 공개한 통화 녹음을 들어보면 안병희가 계엄령 선포 당일 중국인 간첩 90명을 체포했고 주동자는 성남을 거쳐 미국 본토로 압송됐고 나머지는 오키나와 주일미군기지로 가서 나라별로 분리했다는 식으로 전한 것이 나온다.
이어진 녹음을 들어보면 허 기자가 "일단 보고는 들어간거죠 트(트럼프)한테?"라고 묻자 그는 "당연히 들어갔죠"라고 답했다. 또 허 기자가 "이 중국 쪽에..규모가 어느 정도로 추산하나요. 잡힌 애들?"이라고 묻자 안병희는 "형, 그거 보면 그 간부급 인원들 있잖아. 간첩 애들 중에서도 간부급 인원은 먼저 납치가 됐더라고"라고 답했다.
이에 허 기자가 "먼저?"라고 반문하자 그는 "어 얘네가 그 선관위 숙소에만 있었던 게 아니라 간부급 애들은 이제 좀 외부 공기 좀 맡아야될 것 아니야…"라고 답했다. MBC는 안병희가 자신을 미국 CIA등 여러 해외 정보기관에서 근무한 블랙요원이라고 소개했는데 허겸 기자는 이를 믿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 나라도 아니고 '여러 해외 정보기관'에서 근무했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는지도 의문이고 정말 정보기관 요원으로 근무하는 사람들은 절대 자기 직업이 '정보기관 요원'이라고 밝히지도 않는다. 당장 국내 국정원 요원만 하더라도 가족들에게조차도 절대 자신의 진짜 직업을 밝히지 않는다.
보통 국정원 요원들은 가족들에겐 "허름한 여행사에서 근무한다"는 식으로 밝히는 것으로 전해져 있다. 그 이유는 첩보활동에 있어서 자신의 신원 노출은 절대 금기 사항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놓고 "나 첩보원이오" 하는 사람이 진짜 정보기관 요원일 가능성은 0에 가깝다.

실제 MBC를 통해 공개된 안병희와 스카이데일리 허겸 기자 간 통화 녹취록을 들어보면 "바이든 쪽에서 일한 그런 경력이 있어서 (미국 정부에) 희망퇴직 신청했어요. 자격증 날아간 게 DIA(미 국방정보국) 쪽 날아갔고, CIA(미 중앙정보국) 날아갔고, 모사드(이스라엘 정보기관)만 지금 남았거든요"라고 말한 부분이 있다.
과연 저렇게 2개국, 3개 정보기관에서 요원으로 활동하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스카이데일리 측은 전혀 검증하지 않은 것인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실제 첩보원들의 행태와 대조해 보면 안병희란 인물은 그저 '공상허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더욱 높다.
또한 그는 휴민트, 즉 비밀요원들과 소통 중이라고도 했는데 그 방법도 심히 황당하기 그지 없었다. 그는 해당 정보의 '소스'를 묻는 허겸 기자의 질문에 극우 인터넷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 '미국 정치 갤러리'에 자신의 휴민트들이 정보를 올리고 있고 자신이 확인하면 글을 지우는 식으로 소통하고 있다는 어이없는 발언을 했다.
실제 정보 요원이라면 일반인이 쉽게 알아볼 수 없는 암호로 정보를 주고 받는데 누구나 들여다볼 수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정보를 올리는 것이 상식적인 선에서 납득이 되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이상으로 볼 때 안병희란 인물은 오마이뉴스가 지적한 대로 '리플리 증후군' 환자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안병희란 인물에 대해서 찾아본 결과 그는 지난 2011년부터 2012년까지 루리웹에서 본인이 안중근 의사의 증손이라고 사칭한 전력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2011년 광복절엔 본인이 안중근 의사의 증손임을 자처하며 느닷없이 '미군 군복'을 입은 채로 국립서울현충원의 참전용사 묘역에 참배하는 인증글을 올리기도 했었다.
그러던 중 2012년 7월 3일 현역 미 공군 대위가 안병희의 근무 부대 이름을 요구했고 안병희는 직무권한 남용이라는 이유로 미군 헌병사령부에서 운영하는 페이스북에 신고한 바 있었다. 그러나 정보공개 여부는 직무권한 남용과는 상관없는 단순 근무사실여부 확인 요청이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으며 오히려 미군 관련 인물 사칭, 협박, 명예훼손으로 역고소당할 위기를 자초했다.
실제 그 미 공군 대위는 안병희가 근무했다는 미 육군 2사단에 문의한 결과 그러한 인물이 복무한 사실은 없다는 메일이 발송되었음을 인증했다. 즉, 애초부터 그는 미군에 복무한 적도 없었고 '미군 코스프레'를 했던 인물이란 것이 이미 13년 전에 드러난 셈이다.

그러나 세월이 흐른 후 윤석열 정부 때 들어 다시 그는 '미군 코스프레'를 했는데 최근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에선 '미군 전역증'을 보여주며 자신이 진짜 미군 출신인 양 행세했다. 하지만 최근 소셜 미디어 등지에서 벌어지는 '로맨스 스캠' 사례를 볼 때 미군 신분증은 매우 위조가 쉽다는 것이 드러났기에 진위 여부는 반드시 검증해야 할 사안이었다.
그가 보여준 그 '미군 전역증'은 당연히 가짜였다. 크게 5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우선 군 계급 표기부터 틀렸다. 그가 보여준 전역증에 표기된 'CAPT'는 해병대, 해군, 공군, 우주군에서 사용하는 표기인데, 미 육군에서는 'CPT'를 사용해야 한다.
ID 배경도 문제가 있는데 군 신분증의 배경은 원래 흰색이어야 하나 그가 공개한 신분증은 성조기가 배경으로 있었다. 베레모와 계급장 위치도 틀렸는데 베레모의 유닛 크레스트 위에 대위 계급장이 위치하면 안 되는데도 그 자리에 계급장이 부착돼 있었다.
여권 및 신분증 글자 크기, 간격, 두께도 균일하지 않고 전반적으로 인쇄 품질이 낮다. 결정적으로 신분증 사진을 찍을 때는 '탈모' 상태여야 하는데 그는 베레모를 착용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 그는 미군 근처에도 가본 적 없는 사람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지난 14일 그가 중국대사관 무단 침입을 시도했을 당시 영상을 보면 그는 중국 공안이 한국 경찰에 대거 배치돼 있다며 경찰에게 "말도 좀 어눌한 것 같아. 한국 분 아닌 것 같아. 나 얘 패도 되죠, XX(중국인 비하 표현)니까"라며 폭행을 시도하기도 했다.
중국 공안이 한국 경찰에 대거 배치돼 있다고 믿는 점, 끊임없이 자신의 신분을 허위로 속이는 점 등을 볼 때 그는 전형적인 '리플리 증후군' 환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카이데일리는 그의 신분이 진짜인지 허위인지 또 정보가 사실인지 여부 등은 전혀 검증하지 않고 그의 헛소리를 기사로 실어 내보낸 셈이다.
뿐만 아니라 오히려 안병희에게 약점을 잡히기도 했는데 허겸 기자가 후속 제보를 독촉하자 그는 돌연 금전을 요구했다. 심지어는 "제가 풀타임 잡(정식 직업)을 따로 가지고 있지는 않단 말이에요, 지금. 제가 기자 같은 걸로 취업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기자 아니면 뭐 다른 것이더라도 일단은 이제 저 붙잡아야 되지 않을까요? 그쪽에서?"라며 돌연 자신을 '기자'로 취업시켜달라는 요구도 했다.
이쯤되면 스카이데일리도 그에게 속았다는 것을 느껴야 할 것인데 스카이데일리 측은 여러 취재원의 증언을 교차 검증했다며 보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성 없이 뻔뻔한 것인지 아니면 자신들이 속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어 고집을 부리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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