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이른바 '선거연수원 중국인 간첩 99명 체포설' 가짜뉴스를 지속적으로 살포했던 극우 인터넷 매체 스카이데일리가 해당 기사를 쓰면서 든 '미군 정보 소식통'의 정체가 극우 유튜버 캡틴코리아(본명 안병희)였던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준 바 있다. 그는 지난 18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미군 예비역"이라고 소개했지만 실상은 그저 '미군 코스프레'를 하고 다닌 극우 유튜버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KBS는 스카이데일리의 '선거연수원 중국인 간첩 99명 체포설'의 취재원과 단독 인터뷰를 했다. 그는 인권위, 집회 현장, 중국대사관에 마블 캐릭터 '캡틴아메리카' 복장, 미군 복장을 하고 나타났던 극우 유튜버 캡틴코리아로 스스로 KBS 측에 본명을 '안병희'라고 밝혔다.
안 씨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미군 예비역"이라고 소개하면서 "트럼프 1기 때 활동하던 블랙 요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때 복귀를 하지 않아 행방불명자 처리가 돼 미국 신분은 말소 됐다"고 설명했고 미군 신분증과 유엔 신분증을 기자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최근 스카이데일리는 '블랙옵스'라는 미국 정보부대가 이 '중국인 간첩 체포작전'에 투입됐다고 했는데 그 역시 안 씨의 일방적 주장을 그대로 받아쓴 것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안 씨는 KBS에 자신이 "스카이데일리에 간첩단 사건에 대한 내용을 제보한 사람"이라고 주장하며 스카이데일리가 기사에서 언급한 '미군 소식통' 중 한 명이라 했다. 또 그는 스카이데일리 측과 통화한 녹취 파일 2개를 증명 차원에서 KBS에 제공했고 일부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정말로 미군 출신이며 미국의 블랙요원이 맞는지는 상당히 의심스럽다. 국내 국정원 요원들만 하더라도 그들은 가족들에게까지 철저하게 자기 직업을 숨긴다. 대체로 국정원 요원들은 자신의 가족들에게 "허름한 여행사에서 근무한다"는 식으로 말하지 절대 자신이 국정원 요원이라고 밝히지 않는다.
방송 인터뷰에서 자신을 '블랙요원'이라고 밝히는 순간 신분이 노출돼버리는데 아무리 '원대 미복귀' 상태로 신분이 말소됐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당당하게 밝히는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다. 정말 그가 진짜 블랙요원 출신이라면 이런 행태는 기본이 안 된 태도다.

또 그는 과거 한 커뮤니티에 '자신은 미군이 아니고 미군 코스프레에 진심인 사람'이라는 취지의 글을 올린 적 있는데, 이를 KBS 측에서 지적하자 "사람들이 자꾸 인증을 요구하는데, 적성국 쪽 요구인 것 같아 코스프레라고 남긴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그는 지난 2018년 7회 지선 당시 대한애국당 후보로 서울 강남구의원 선거에 출마한 바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오마이뉴스는 당시 그의 포스터를 보면 육군 병장 만기제대라고 표기됐다고 전했다. 한국인이 미군이 되려면 미국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유학생이라면 2008년에서 2016년 사이에 시행됐던 매브니(MAVNI) 모병 프로그램을 통해 미군 입대 후 일정 기간 복무를 하면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다. 만약 그가 유학생이었다면 매브니를 통해 시민권을 취득할 순 있다. 그러나 지방선거에 출마한 안씨가 <스카이데일리>에 제보한 남성이 맞다면 그는 한국 국적이 아니기에 대한민국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이를 두고 오마이뉴스는 "안씨는 KBS 기자에게 미군 신분증을 보여줬다고 합니다. 그런데 미국 국적은 소멸됐다고 주장합니다. 요약하면 행방불명으로 주민등록이 말소된 사람이 직업 군인이라며 신분증을 들고 다니는 것입니다"고 지적했다.
또 소셜 미디어를 하다 보면 종종 로맨스 스캠(연애 사기) 메시지가 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자신을 해외 파병 중인 미군이라고 소개한 남성 혹은 여성들이 DM을 보내며 송금을 유도하는 메시지를 보내는 형태다. 물론 이들도 그럴 듯한 미군 신분증을 보여주며 믿음을 갖게끔 하지만 십중팔구는 미군 근처에도 가본 적 없는 사기꾼들이다. 이는 곧 미군 신분증은 위조가 그만큼 쉽다는 것을 말해준다.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이 안병희라는 인물은 그저 미군 코스프레를 하고 다녔던 극우 유튜버일 가능성이 높다. 오마이뉴스는 아예 그를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고 거짓된 말과 행동을 상습적으로 반복하는 '리플리 증후군' 환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문제는 '윤석열 수호'에 눈이 멀어 지속적으로 내란 옹호를 벌인 스카이데일리가 아무런 검증 없이 그의 잡설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정당화할 목적으로 '부정선거 음모론'에 기반한 가짜뉴스를 살포했다는 것이다. 이는 언론으로서 기본이 되어 있지 않은 태도다.
KBS는 해당 기사를 작성한 스카이데일리 허겸 기자에게 '안병희 씨와 아는 사이인지, 통화한 적 있는지', '안병희 씨로부터 간첩단의 오키나와 압송 등 기사 내용 제공받은 사실이 있는지', '기사를 미리 보내 내용을 첨삭받은 적 있는지', '안병희 신원 검증은 했는지' 등을 물었고 그는 "여러 소스 중 한 분으로 소통한 사실이 있다"고 인정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취재에는 전현직 국내외 정보기관 취재원들과 백악관을 포함한 미국 현지 취재원들이 참여해 첩보를 선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KBS는 허 기자가 나머지 질문에 대한 구체적 답변은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정말 그가 선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면 그 따위 기사는 쓰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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