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 / 정훈 作
백설이 눈부신
하늘 한 모서리
다홍으로
불이 붙는다.
차가울사록
사모치는 정화(情火)
그 뉘를 사모하기에
이 깊은 겨울에 애태워 피는가
한 겨울 내 ‘그리움에 지쳐서 울다 지쳐서’ 빨갛게 멍이든 가슴을 내 보이면서도, 누군가 흉볼까 봐 향기도 내지 않고, 어떤 벌도 나비도 않기를 거부한 채 상록으로 한 철을 보내는 동백(冬柏)은 오직 동박새에게만 마음을 열어 놓고 있는 잿빛 산하에서 홀로 붉게 피는 꽃입니다.
엄동설한에 꼿꼿이 고개를 들고 절개를 자랑하듯 피는 꽃은 동백이 되고, 입춘(立春)을 넘기고 어디선가에서 솔솔 불어오는 봄바람을 맞으면서 춘백(春柏)이 됩니다. 그 매서운 바람에도 잘도 버티더니, 가느다란 바람에 상록 잎은 꿋꿋이 있는데, 다 시들기도 전에 붉은 꽃은 지상(地上)에 떨어져 몸통 없는 꽃으로 다시 한 번 재생(再生)하여, 사람들은 두 번 피는 꽃이라 합니다.
연탄 화덕을 가운데 두고 젓가락 장단을 맞추며 목이 쉬도록 불러댔던, “말 못할 그 사연을 가슴에 안고“ 흘러 흘러 왔습니다. 그건 속세가 아니라 현세이며, 유행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가슴속에 알알이 맺힌 전설이었습니다.
아직도 겨울은 멀었는데 다가온 입춘 절기라 봄이 벌써 온 냥, 창 너머로 햇볕을 쬐며 “ .“일상수독진(一觴雖獨進) 배진호자경(杯盡壺自傾)”이라, 혼자서 술을 마시지마는, 잔이 비면 병을 기울”이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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