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作 '파도의 말'
울고 싶어도
못 우는 너를 위해
내가 대신 울어줄게
마음 놓고 울어줄게
오랜 나날
네가 그토록
사랑하고 사랑받은
모든 기억들
행복했던 순간들
푸르게 푸르게
내가 대신 노래해줄게
일상이 메마르고
무디어질 땐
새로움의 포말로
무작정 달려올게

그렇게도 기다리는데 너는 아직도 물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구나. 엊그제 같은, 어린이 날, 세상이 다 너의 것인 냥 뛰어놀더니, 며칠이나 됐다고 바로 어버이 날 고사리 같은 손으로 카네이션을 달아주던 그 모습이 생생하구나. 이젠 잊어야지 하면서도 눈뜨고 휘둘러보면 온통 찬 바닷 물속에 허우적거리는 너의 모습뿐이니 이일을 어쩌면 좋으랴.
다 같이 아파해주고 격려와 위로를 주고받지만, 한 번 막힌 가슴은 갑갑하기만 하는구나.
모두들 세월이 약이라 하지만, 어쭙잖게도 “세월호”란 그놈의 배이름이 겹쳐서 더 괴롭구나.
다시는 너희들과 같은 피지도 못한 꽃들이 꺾이지 않기를 간구하지만, 어른들이 어디 그렇더냐? 세상인심의 눈치 보기에 바쁘고, 내일 아니라고 얼렁뚱땅 넘어가기 일쑤 아니더냐?
오죽 했으면 “냄비” 족속이라고 자평(自評) 했겠느냐?
슬픈 전설처럼 벌써 4월 16일은 우울한 날로 기록되어 버렸는데도 파도는 말이 없구나. 야속타고 바다를 원망도 해보았지만, 어디 그게 자연의 잘못이더냐. 모두가 사람들의 잘못된 일인 것을. 조기(弔旗)달 것도 놓쳐버린 우왕좌왕하는 나라에, 그래도 어쩌겠느냐, 아까운 내 자식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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