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소리] 그럼에도 여행을 떠나는 이유
[청년의 소리] 그럼에도 여행을 떠나는 이유
  • 양현석
  • 승인 2014.08.18 1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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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현석 충남대 인문사회과학전공 2학년
[굿모닝충청 양현석 충남대 학생]  지난해 8월, 강원도 정선 민둥산역. 아무리 둘러보아도 숙소는커녕 찜질방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어쩔 수없이 배낭을 역 플랫폼에 던져두고 그것에 기대어 누었다.

강원도의 선선한 바람이 내 볼을 스치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바람만큼의 생각들도 내 마음을 스쳐간다. 이제 겨우 여행 1일차. 몸이 너무 힘들다. 하루 종일 걸어 다녀서 그런지 발에 물집이 잡혀서 따끔거린다. 옷은 땀 때문에 축축해져서 냄새가 진동을 한다.
 

“여행은 생각의 산파, 여행의 과정은 외롭고 힘들지 모르나 그 끝에는 한 뼘 성장한 또 다른 ‘내’가 있다. 그래서 감히 외친다. 떠나라”

게다가 잠자리도 참 변변찮다. 금전적 여유만 있었더라면 좋은 숙소에서 짐을 풀었겠지만 그렇지 못하다. 현실은 딱딱한 돌바닥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내 맘을 괴롭히는 것은 혼자라는 사실이다. 주위에는 산과 나무, 바람 밖에 없다. 외롭다는 말보다 정확한 말은 없으리라. 몸과 마음이 힘든 나의 여행.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왜 여행을 갈망하고 계속하는가?

나그네 려(旅)와 다닐 행(行), 한자대로라면 여행(旅行)은 나그네처럼 다닌다는 뜻이다. 그래서 여행은 나그네처럼 우직하게 가야한다. 그 여정이 자신의 몸과 마음을 지치게 만들지라도 목적지를 향해서 우직하게 가야한다. 당연히 그 과정에서의 불편함은 감수해야 한다. 나그네는 집을 떠나온 사람이다. 집이 없다는 것은 안락함과 편안함으로 벗어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여행의 진의에 대해 알 수 있다. 여행은 일상의 편안함에서 벗어나서 비일상의 불편함과 낯설음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여행에서 조차 일상의 편안함을 포기하지 못하고 그것을 계속해서 누리려고 한다면, 그것은 여행으로서의 의미를 상실하게 할 것이다. 여행은 단순히 유희에 그쳐서는 안 된다. 불편함을 극복하고 일상에서의 얻지 못하는 낯선 것들을 마주하고 짜릿함을 즐기는 것이 바로 여행이다.

여행을 가면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그 지역 특유의 생활양식과 더불어 다양한 관광지의 신기한 것들을 체험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이런 것에만 머물고 더 이상의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여행이 아닌 관광이다. 알랭 드 보통은 ‘여행의 기술’에서 ‘여행은 생각의 산파’라고 말했다.

여행은 스스로를 생각하게 만드는 수단이다. 여행은 일상에서 할 수 없었던 스스로에 대한 고민과 성찰을 하는 시간이다. 일상의 편안함 속에서 생각하는 것이 아닌 낯선 곳에 자신이 던져짐으로서 성찰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여행이다.

학기가 끝나고 방학이 되면 난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그래서 나는 배낭을 하나 짊어지고 어디론가 떠난다. 여행의 과정은 외롭고 힘들지 모르나 그 끝에는 한 뼘 성장한 또 다른 ‘내’가 있다. 그래서 감히 외친다.

‘떠나라. 당신은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기 이전에 일상의 권태로움과 외로움에 저항할 수 있는 ‘여행자’이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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