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상섭의 그림읽기] 장인의 강한 안광 ‘명품’ 탄생 암시
    [변상섭의 그림읽기] 장인의 강한 안광 ‘명품’ 탄생 암시
    이철주 作 ‘명장’
    • 변상섭 충남문화재단 문예진흥부장
    • 승인 2018.10.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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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철주 ‘명장’, 1974, 한지에 먹과 색, 163×112cm, 개인소장
    이철주 ‘명장’, 1974, 한지에 먹과 색, 163×112cm, 개인소장

     

    변상섭 충남문화재단 문예진흥부장 직무대리
    변상섭 충남문화재단 문예진흥부장 직무대리

     

    [굿모닝충청 변상섭 충남문화재단 문예진흥부장] 산업화 바람이 거셌던 70년대식 풍속화다. ‘잘살아보세’와 ‘수출증대’ 구호가 전국 방방곡곡에 메아리치던 그때 그 시절의 시대정신이 투영된 작품이다. 압축성장의 가도에서 전통의 가치를 일깨우고 새로운 한국화를 모색하려는 한 예술가의 현실 발언이라는 얘기다. 일초 이철주(1941~)의 ‘명장(1974)’은 70년대 한국화 화풍의 중심에 있던 작품으로 평가된다.

    가야금에 줄을 거는 장인의 모습이다. 가야금 제작과정과 장인의 일상을 읽을 수 있는 이미지다. 평생 가야금을 만들어온 장인의 내면세계와 올곧은 장인정신이 오롯이 묘사돼 있다.

    작품 속 도상을 퍼즐 맞추듯 잘 조합하면 가야금 제작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한편의 다큐멘터리나 다름이 없다. 그만큼 세심한 고증을 거쳐서 완성한 작품이다. 돋보기 넘어 명장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온 정신을 한 가닥 줄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에서 강한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줄을 팽팽하게 당겨 안족에 걸리자마자 고정시키면 조율에 들어간다. 장인의 강한 안광은 명품 탄생을 암시하는 일종의 의식이자 산고다.

    가야금 머리를 장식하기 위한 색실을 엮은 학슬(鶴膝)도 보인다. 조율을 마친 가야금의 학슬은 가지런히 정리돼 있지만 조율 중인 가야금의 학슬은 산발이다. 가야금이 장인의 손을 거쳐 완성이란 마침표를 찍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장인의 뒤에 걸려 있는 손때 묻은 크고 작은 톱 등 여러 가지 목공공구들은 장인의 연륜을 웅변한다. 등 뒤에는 줄을 걸 가야금의 몸통을 병풍처럼 세워 놓았다. 보여지는 것 이면의 작업과정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명장’은 1974년 대한민국미술전람회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당시 충남도청에서 구입해 현재 충남도청 내 어딘가에 걸려 있다. 일초는 충남 청양 출신이다. 국전에서 굵직굵직한 큰 상을 여러 번 수상했다. 수묵담채의 인물과 풍경을 시작으로 자유분방한 필선의 추상 연작 ‘우주로부터’ 등 실험성이 강한 작품까지 지필묵으로 구사 가능한 모든 조형언어를 두루 섭렵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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