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①] “우연히 다가온 아이들, 귀한 아들·딸이 됐어요”
[커버스토리 ①] “우연히 다가온 아이들, 귀한 아들·딸이 됐어요”
갈길 먼 반려동물 문화 - 전승표·박소연 부부 이야기
  • 남현우 기자
  • 승인 2018.10.18 0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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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1000만 눈앞…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야흐로 반려가구 600만 시대가 왔다. 지난해 말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1952만 가구 중 574만 가구가 약 870만 마리의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30%에 육박하는 규모다.
1인 가구, 무자녀 가구 등 ‘가정의 미니멀화’, 동물에 대한 인식 변화 등으로 반려가구의 비중이 꾸준히 증가, 10년 뒤 반려동물은 1300만 마리, 관련 산업은 6조 원 이상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듯 반려동물이 문화적·경제적으로 우리 삶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는 반면, 우리 사회의 준비는 아직 미진해 보인다.
여전히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유기동물, 제도적 기준이 없어 천차만별인 동물병원 진료비와 애완용품 등이 대표적인 문제로 꼽히고 있다. 건강한 반려동물 문화 정착을 위한 첫 단추, 어떻게 꿰야 할까. [편집자 주]

[굿모닝충청 남현우 기자] 전승표(32)·박소연(32·여) 씨 부부는 특별한 아침을 맞는다. 엄마 아빠가 눈뜰 시간을 기가 막히게 알아채는 ‘아들 녀석’의 습격 때문이다.

올해로 결혼 6년째인 이들 부부의 아들은 밝은 회색빛깔의 털을 자랑하는 고양이로, 이름은 ‘쪼꼬’다. 사람 나이로 치면 30대 초반의 건장한 청년이지만 전 씨 부부에게는 마냥 귀한 자식이다.

“직장 동료에게서 맡겨진 아이에서 둘도 없는 아들로”
회사 동료에서 연인이 된 전 씨 부부는 지난 2014년 10월 23일 쪼꼬와 인연을 맺었다.

박소연 씨는 “사실 쪼꼬를 처음 키우게 된 건 직장 동료로부터 부탁 때문이었어요. 키울 여건이 안돼 부득이하게 맡기게 된 계기로 4개월 된 작은 고양이가 새식구로 우리집에 찾아들었죠”라고 회상했다.

박 씨는 “평생 아들이 될 줄 모르고 4년이 지났죠. 이제는 세상에 둘도 없는 저희 아들이 됐어요”라며 “말 안듣고 떼 쓰는 걸 보면 마냥 어린 사내아이 키우는 것 같달까요?”라며 웃어보였다.

전승표 박소연 부부의 '첫째 딸' 쪼로의 생전 모습.
전승표 박소연 부부의 '첫째 딸' 쪼로의 생전 모습.
'둘째 쪼꼬와 생전의 셋째 쪼미'
'둘째 쪼꼬와 생전의 셋째 쪼미'
'전 씨 부부는 쪼로와 쪼미를 하늘나라로 보낸 뒤 화장, 보관하고 있다.'
'전 씨 부부는 쪼로와 쪼미를 하늘나라로 보낸 뒤 화장, 보관하고 있다.'

 

하늘나라로 떠난 첫째와 셋째 “동물병원 정보 부족, 수술 시기 놓쳐”
사실 전 씨 부부에게는 두 명의 ‘딸’이 있었다. 지난 2016년 먼저 떠난 첫째 쪼로와 올해 여름 언니를 따라간 셋째 쪼미다.

아내를 대신해 전승표 씨가 쪼로의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전 씨는 “쪼로에 대한 아내의 애정은 매우 깊었어요. 첫 자식인데다 길에서 구조된 고양이였기 때문에 더욱 애착이 갔어요”라고 말했다.

전 씨는 “지난 2014년 첫째가 처음 왔을 때 피부병도 완치가 덜 됐을 정도로 많은 보살핌이 필요한 상태였어요. 고양이답지 않게 사람을 잘 따랐고, 무엇보다 아내가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매우 힘든 시기에 와 큰 위로가 된 특별한 아이였죠”라고 덧붙였다.

쪼로와의 이별은 지난 2016년 예기치 못하게 찾아왔다. 늦은 밤 갑작스럽게 앓는 소리에 쪼로를 급히 병원으로 데려갔지만, 이미 종양이 장기에 상당 부분 전이된 상태였다.

전 씨는 “백방으로 병원을 알아봤지만, 동물병원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어요. 어렵게 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찾았지만 이미 때를 놓친 후였고, ‘보내더라도 아픈 곳이라도 말끔히 떼주자’는 생각에 수술을 했지만, 결국 돌아오지 못했어요”라고 말했다.

셋째 쪼미도 갑작스럽게 떠나보내야 했다. 박 씨는 “누나를 잃어 외로워 하던 둘째 쪼꼬를 위해 첫째와 너무나 닮은 고양이를 알게 돼 셋째로 데려와 마음의 위안을 받은 것도 잠시, 지난해 7월 19일 선천적인 병으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어요”라고 무겁게 운을 뗐다.

전 씨 부부는 “첫째와 셋째를 보내면서 ‘아이들이 고양이가 아닌 사람이었다면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보냈을까’라는 생각에 마음이 아파요. 사람처럼 ‘어디가 아플 땐 어느 과’, 혹은 ‘어느 병원이 어떤 수술을 잘한다’ 등 정보가 없어 치료가 어려운 게 현실이에요”라고 입을 모았다.

전 씨는 “병원마다 장비는 물론, 전문의 수준 등이 전부 천차만별인데도 직접 병원을 돌아다녀봐야 알 수 있어요. 저희처럼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는 그저 발만 동동 구르게 되는 것이죠”라고 토로했다.

“남은 아이, 후회 없이 키울 수 있길… 반려동물 위한 장치 필요해”
쪼미처럼 유전병이 있는 경우에도 동물병원의 검사 결과가 정확하지 않다보니 검사를 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이고, 기본적으로 가벼운 수술도 100만 원 이상 진료비가 청구된다는 게 전 씨의 설명이다.

그는 “수의과 진료는 정부에서 수가 등을 규정하고 있지 않을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렇다보니 같은 종류의 치료용 사료도 병원마다 많게는 수만 원까지 차이나기도 하지만, 반려인 입장에서는 정확한 가격을 알 수 없는 구조에요. 기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전했다.

전 씨 부부는 “사실 반려인들에게 금전적 부담이 1순위가 될 수 없어요. 다만 1회 진료로 10만 원의 비용이 들어가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이라면 감수할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해 더 안타깝고 답답하죠”라고 말했다.

이어 “고양이 뿐만 아니라 여러 종류의 반려동물과 반려인들이 같은 고민으로 힘들어하고 있을 것”이라며 “반려인들에게 동물은 그저 짐승이 아닌 가족이에요. 사람처럼 치료받고 건강히 살아갈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해요”라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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