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이야기가 있다] 청춘의 다락에 무엇이 있는지 구석구석 뒤져보다
[그곳에 가면 이야기가 있다] 청춘의 다락에 무엇이 있는지 구석구석 뒤져보다
(93) 중동 청춘다락에서 만난 사람들
  •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 승인 2019.02.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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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다락에서 청년활동을 지원하는 권인호 팀장

벌들이 요란한 곳 한가운데에 벌집이 있듯, 청년들이 꿈틀거리고 있는 중동 한가운데에는 청춘다락이 있다. 많은 청년들이 이곳에서 뭔가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청춘다락을 거점으로 중동을 들쑤시고 다니는데, 정작 청춘다락이 뭐하는 공간이며 그곳에서 어떤 사람들이 모여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르고 있다. 일단 청춘다락을 찾아가 한 청년을 붙들고 물었다. 청춘다락이 뭐냐고.

대답하는 사람 또한 20대 청년으로 청춘다락 2층에 위치한 대전시 사회적자본지원센터에서 청년활동가를 지원하고 있는 권인호 팀장이다.

  

권인호 팀장
권인호 팀장

“이 공간은 1994년에 중앙동주민센터로 만들어졌는데 센터가 소제동으로 이전하면서 잠깐 비어 있다가 보훈회관이 되었어요. 회관도 다른 곳으로 이전하고 다시 빈 2~3년 동안 지하 헬스장과 간헐적으로 주민들을 위한 문화행사가 열리는 임시공간이었습니다. 이후 도시재생의 상징성을 가진 시민의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대전시가 구입해 사회적자본지원센터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청춘다락은 대전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마을활동가, 주민, 청년들이 시민들과 어우러져 활동하는 공간으로 기획되었다. 입주와 동시에 내부는 현대식으로 리모델링하면서 1층은 다양한 행사를 할 수 있는 다목적 홀로 개방되었고 2층은 사회적자본지원센터 사무실과 소회의실, 공유주방이 자리 잡았다. 3층은 청년공간으로 각종 활동과 공익적 사업을 기획하는 청년들이 입주해있다. 이 자리에 청춘다락이 입주한 때는 2017년으로 지난 10월에 1주년을 맞았다.

특히 궁금증을 자아내는 공간은 3층의 청년공간이다. 단순히 청년들의 창업을 지원하는 곳인지, 다르다면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물었다.

“이 공간은 청년들이 입주해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활동하는 곳으로 일체의 비용이 들지 않습니다. 여기 입주한 청년은 마을공동체 활동이나 사회혁신 활동을 하고 있어요. 일반적인 창업이나 기업 활동보다는 공익적 활동이나 사회혁신을 추구하는 비영리활동을 하는 청년들입니다. 개인이나 다양한 형태의 동아리, 비영리 단체, 사회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형태의 소셜벤쳐들이죠. 그리고 여기 입주한 청년들은 서로 협업하고 소통할 수 있는 중요한 덕목과 함께 중동이라는 오래된 동네에서 주민들과 소통하고 어떻게 만날지에 대한 고민과 자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창업지원공간은 사업자등록을 가지고 창업이나 영업활동을 하지만 청년공간은 개인이나 고유번호증 수준의 단체와 동아리들도 마을공동체 활동 등 공익적 주제를 가지고 있다면 입주해 같이 활동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이 청년공간에는 지금 11개 팀이 입주해있으며 활동하는 주제는 그만큼 다양하다. 음식을 나누며 네트워크를 만드는 단체가 있고, 작가 마술사, 사진작가 등이 협업하는 예술가 그룹이 있으며, 음악그룹도 건축을 전공하고 주민들의 공간을 변화시켜나가기 위해 고민하는 팀도 있다. 이처럼 청년공간을 플랫폼 삼아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모인 청년들이 활동하고 있다.

“동네 주민들을 초대해 잔치를 하는 등 소통하는 활동이 많습니다. 오늘도 ‘중동해프닝’이라는 이름으로 주민과 소통하는 작업을 하는데 여기 참가한 세 팀 중 두 팀이 청년공간에 입주한 팀입니다. 물론 입주했다고 해서 반드시 중동 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연스레 우리가 가진 가치를 나누다보면 입주한 팀들이 동네사업에 많이 참여하고 있어요.”

한 예로 최근에 청년공간에 입주한 ‘청사진 연구소’라는 팀을 들었다. 이 팀의 청년대표는 동네에 애정이 많아 그냥 동네에 나가 주민들과 어울리고 술도 한잔 받아 마시며 대화하다보니 사회적자본지원센터의 직원보다 주민들과 친해져 거의 원주민처럼 지낸다고 한다.

청년공간
청년공간
청년공간
청년공간
청년공간
청년공간

청년을 지원하고 그들과 오래된 동네를 잇는 많은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지만 고민과 과제는 많다. 먼저 마을공동체 활동 안에 청년들의 기반이 아직 약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지금 단계는 본격적인 마을공동체 활동이나 사회적 가치를 지니는 소셜벤쳐의 형태까지는 미치지 못하고 공익적인 팀별 성취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이다. 이런 환경에서 더 많은 영역으로 가치를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욕구와 주제를 가진 청년들이 입주하고 있고 또 유치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또 하나 큰 문제는 청년들이 지역에 머물기에 현실적인 장벽이 크다는 점이다. 지역에서 지속가능한 벌이나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을 찾기 어려운 환경이 활동에 큰 제약이 되고 있다.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의미 있는 성과들은 많다.

“청년 사업은 모두 새로운 시도입니다. 안전한 것보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죠. 그 중 하나가 중동이 대단히 재생하기 어려운 지역임에도 주민들과 청년 사이에 관계가 일어난 것입니다. 청년이 지역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자 사람들이 성매매집결지라는 밝히기 싫은 주제까지도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또 쇠퇴한 동네에 청년들이 시끌벅적하게 돌아다니자 동네가 밝아지고 작은 가게들이 장사도 잘 된다고 느끼는 점은 반갑습니다. 또 하나 기존 마을에서 활동하는 4,50대 여성활동가들과 마을에 관심 있는 청년들이 만나 대화의 장을 연 일도 중요합니다. 아주 신선했고 뭔가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주었습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부터는 청년들의 사업을 중동뿐 아니라 대전 전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청년들이 청년공간에 입주해서만이 아니라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이나 자신의 정체성을 실현하는 장소면 어디든 동네의 커뮤니티 디자인 사업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한다.

청년활동을 지원하는 청년인 권인호 팀장의 개인적인 느낌을 묻자 행복에 관한 이야기가 돌아왔다.

“처음에는 이 일이 그저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청년공간을 지원하는 일을 맡으면서 입주청년들과 독서모임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일이 끝나고 같이 책을 읽으면서 청년으로서 의미 있는 여가를 즐기고 좋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행복이자 치유로 다가왔습니다. 입주한 청년과 일체감을 느끼는 기회였죠. 이렇게 청년들은 계속 움직일 겁니다.”

 

쉐어푸드 이천수 씨
쉐어푸드 이천수 씨

음식을 나누는 관계를 쌓는 청년 이천수 씨

바로 이어 청년공간에 입주해 활동을 하고 있는 한 청년과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쉐어푸드’라는 팀에서 활동하는 27살 청년 이천수 씨이다.

“우리는 2015년 반찬봉사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반찬을 만들어 지역의 어려운 분들에게 찾아가 나누는 일이었죠. 그런데 활동을 하다보니까 우리 청년들이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생이나 자취생, 혼자 사는 청년들이 눈에 들어왔고 당장 우리를 돌볼 환경도 안 되었다는 문제의식으로 5명이 모여 ‘쉐어푸드’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이렇게 청년들의 환경에 주목하자 ‘쉐어푸드’의 눈에는 소외되어 있는 자취생, 혼밥을 할 수밖에 없는 청년들, 1인 가구의 문제점들이 들어왔다. 혼자 밥 먹는 게 편하다는 자조 섞인 말이 있기는 하나 근본적으로는 유대감이 단절되고 인스턴트음식 등으로 생기는 영양불균형도 큰 문제라고 느꼈다. 그래서 주변에 혼자 지내는 청년들을 모아 같이 음식을 나누며 인간적 관계와 유대를 쌓는 방법을 찾았다.

“그렇게 시작한 활동이 청년들의 소셜 다이닝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쿠킹 클래스입니다. 소셜 다이닝은 같이 밥을 만들어 먹으면서 대화를 나누고 청년으로 공통점을 찾으며 이슈에 대한 토론도 하면서 같이 놀자는 취지로 만든 일입이다. 이번 식사는 어떤 주제인지 발표하고 지원자를 받아 우리가 재료를 준비합니다. 그리고 모여 같이 음식을 만들어 먹는 거죠. 장소는 청춘다락 2층에 있는 공유주방을 활용합니다. 이곳에 입주하기 전까지는 장소를 빌리는 데에도 비용이 들어갔어요.”

쿠킹 클래스는 2~30대의 청년이나 직장인들에게 혼자 밥해먹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간단한 요리강좌이다. ‘쉐어푸드’에 전문 요리사는 없다. 그러나 그간 경험을 바탕으로 간단하게 요리하고 알차게 식사하는 방법을 나눈다. 올해부터 정기적으로 시행된 이 강좌는 11월까지 8회가 진행되었다. 열화와 같은 반응은 없었지만 10명 이상 꾸준히 참석해 나름의 네트워크를 만들었다고 한다.

쉐어푸드
쉐어푸드
쉐어푸드
쉐어푸드
쉐어푸드
쉐어푸드

짧게 얘기를 나누었지만 ‘쉐어푸드’에게는 청춘다락과의 인연이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공간도 공간이지만 같이 모여 있어 더욱 넓어진다는 첨언이다.

“이곳에 모인 청년들이 다락회를 엽니다. 한 달에 한번 주제를 가지고 모이는 반상회이죠. 입주자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밥도 먹고 놀기도 합니다. 서로 친해지고 연대하기 시작하고 그렇게 전시회나 행사 등을 같이 진행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서로 참가하는 일은 기본이고요.”

청춘다락에서 음식을 나누는 ‘쉐어푸드’는 비영리단체로 지금까지 3년을 달려왔다. 이제 잠시 숨을 고르면서 마을기업이나 사회적기업으로의 전환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방향이 어떻게 바뀌더라도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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