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르포] 김밥 줘도 “싫다”…따가운 눈총 속에 숨어버린 노숙인들
[설 특집-르포] 김밥 줘도 “싫다”…따가운 눈총 속에 숨어버린 노숙인들
지난 30일 대전시노숙인종합지원센터의 거리 생활 청산 위한 상담 활동 동행
거리에 나온 이유 묻자 침묵…직원들 “우리가 실직하는 날이 가장 행복한 날”
  • 최수지 기자
  • 승인 2019.02.02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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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최수지 기자] 거리의 노숙인. 그들을 위해 매일 밤거리를 헤매는 사람들이 있다. 

대전시노숙인종합지원센터(이하 센터) 직원들이 그 주인공이다. 

센터 직원들은 “우리가 실직하는 날이 가장 행복한 날”이라고 밝힐 만큼 노숙인을 위해 분주한 밤을 보낸다. 

민족 대명절인 설을 앞두고 고독 속에 거리를 방황할 노숙인에게 온정을 전하는 그들의 야행을 쫓아봤다.

지난 30일 한파주의보가 발효된 밤 11시, 센터에선 노숙인의 거리 생활 청산을 위한 상담 서비스인 ‘아웃리치’ 준비에 한창이었다.

센터 직원과 함께 노숙인센터의 도움으로 거리 생활을 청산한 희망동행인들은 각종 구급약품과 김밥, 핫팩 등을 챙겨 서둘러 거리로 나섰다. 이날 이들의 거리상담은 대전천 천변을 따라 목척교, 지하상가, 대전역을 지나는 코스로 진행됐다.

거리 위 노숙인과의 첫 만남도 쉽지 않았다. 천변을 따라 돌다리를 건너기도 일쑤였다. 한파주의보가 발효된 추위 속에서도 몸은 금세 달아올랐고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기나긴 걸음 끝에 다리 밑, 공원 등 추위를 피할 수 있는 곳에 텐트를 치고 참을 청하고 있는 노숙인을 만날 수 있었다.

센터 직원과 희망동행인은 친근하게 노숙인의 이름을 부르며 “오늘 한파주의보에요. 추우시면 일시보호센터 와서 주무세요”라고 말하며 김밥을 하나 건넸다.

노숙인은 이내 귀찮은 듯 “알겠다. 가라”며 손사래를 쳤다. 익숙한 상황인 듯 센터 직원과 희망동행인은 살며시 자리를 빠져나왔다.

김의곤 센터 소장은 “아웃리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면 트기’다. 노숙인들은 대인기피 성향이 있어서 도움을 받으려 하지 않는다”라며 “얼굴을 많이 보고 익숙해져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전했다.

이날 기자가 만난 30여 명의 노숙인들의 모습은 의례 생각하던 노숙인의 행색을 띤 사람에서부터 잠시 여행을 떠나온 듯한 사람까지 제각각 달랐다.

기자가 노숙인에게 ‘왜 노숙인이 됐냐’고 묻자 그들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센터 직원은 "그들에게 왜 노숙인이 된 이유는 자신의 치부와도 같다. 그렇기 때문에 잘 말해주지 않는다"며 "길게는 5년이 넘는 시간동안 설득한 경우도 있다. 때문에 거리상담을 통해 자주 보고 만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길 위의 여러 노숙인에게 김밥을 전한 뒤 대전역에 도착했다. 대전역 화장실에서 만난 여성 노숙인에게 기자가 “홈리스센터에서 왔어요. 혹시 김밥 안드실래요?”라고 묻자, 노숙인은 낯선 이에 대한 거부감을 역력히 드러냈다.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피해 숨어버린 모습이었다.

김 소장은 “시민들의 따가운 시선에 거리의 노숙인들은 더욱 외진 곳으로 숨는다. 숨어버린 노숙인들이 거리생활에 익숙해질수록 탈 노숙에는 어려움이 따른다”며 “시민들의 편견 속에서 노숙인을 끌어내 영원히 탈 노숙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그런 날이 오면 실직하게 돼도 기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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