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혐오세력을 대하는 한국과 일본의 차이
극우·혐오세력을 대하는 한국과 일본의 차이
[리뷰] 혐한단체 ‘재특회’ 시위현장 보도한 JTBC 뉴스룸 ‘탐사플러스’
  • 지유석
  • 승인 2019.02.13 15:4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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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뉴스룸은 12일 ‘탐사플러스’ 코너에서 일본 혐한단체와 이들에 맞서는 시민들의 시위를 보도했다. Ⓒ JTBC
JTBC 뉴스룸은 12일 ‘탐사플러스’ 코너에서 일본 혐한단체와 이들에 맞서는 시민들의 시위를 보도했다. Ⓒ JTBC

[굿모닝충청 지유석 기자] 

"우리들은 일한단교가 실현되는 그날까지"

일본의 혐한단체 '재특회'가 일본 도심 시위에서 외친 구호다. 12일 JTBC '뉴스룸'은 '탐사플러스' 코너에서 재특회 시위현장을 보도했다. 

취재진이 담아온 영상엔 낯익은 인물이 보였다. 바로 재특회를 설립한 사쿠라이 마코토다. 마코토는 JTBC 취재진을 보자 살짝 조롱하는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당신, 한국 방송국 아닌가? 제대로 취재 허가를 요구하라. 요청만 하면 우리는 한국이든 어디든 취재 허가를 해주겠다."

재특회의 혐한 시위는 사실 낯선 광경은 아니다. 재특회를 탐사 취재한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야스다 고이치(安田浩一)는 자신의 책 <거리로 나온 넷우익>에서 이들이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세를 불리기 시작했다고 적었다. 

그런데 재특회 시위현장 바로 맞은편에서 또 다른 집회가 펼쳐지고 있었다. 이들은 재특회의 '헤이트 스피치'(혐오발언)를 막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온 시민들이었다. 약 20여 명의 시민들은 재특회의 시위를 막고자 아예 도로에 누웠고, 이 장면은 JTBC 취재진의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한국에서도 한 쪽이 시위를 벌이자, 반대편에서 맞불 집회를 하는 장면은 익숙하다. 다른 점이라면 한국의 경우 맞불집회의 주체가 정치권과 재계의 지원을 받는 극우 보수단체라면, 일본은 극우단체를 저지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온 시민들이라는 점이다. 

혐한 시위를 막아선 시민들의 맞불집회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은 아베 내각 출범 이후 우경화의 길을 걷고 있다. 한국과의 관계도 썩 매끄럽지 않다. 이 와중에 혐한 구호는 점차 확산일로다. 

혐한 정서를 주도하는 단체가 바로 재특회다. 재특회는 '재일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들의 모임'의 준말이다. 이들의 주장은 간단하다. 재일 한국인(자이니치 코리안)이 보이지 않는 특혜를 누리고 있고, 그래서 이들을 배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극단적인 언사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데 재특회의 구성원들은 평범한 일본인이다. 야스다 고이치는 바로 이 점에 주목했다. 

그에 따르면 경기불황과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으로 인해 설자리를 잃어가는 보통 일본인들이 상대적으로 약자인 재일 한국인을 희생양 삼았고, 재특회는 이 같은 정서에 편승해 세를 불려 나갔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책 <거리로 나온 넷우익>에서 이렇게 적었다.

"아무것도 가질 수 없는 사람에게 '애국'이란 유일한 존재 증명이 되기도 한다. 18세기 영국의 문학가 새뮤얼 존슨은 '애국심은 악당의 마지막 은신처다'라는 유명한 경구를 남겼다. 그러나 정말로 그럴까? 재특회를 보고 있으면 애국심은 외로운 사람들의 마지막 피닌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직은 건강한 일본 사회

여기까지만 보면 일본 사회는 절망적이다. 그러나 재특회의 준동에 맞서 자발적으로 나선 시민들이 있다. '카운터스'라고 불리는 시민들은 2013년부터 재특회의 혐오 발언에 맞서 왔다. 

이들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자발적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2016년 '혐오표현 금지법' 제정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이일하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카운터스>를 통해 이들의 활약상을 그린 바 있다)

자발적인 시민들의 집단행동이 혐오구호를 막아선 모습은 극우 보수단체의 맞불집회에 익숙한 우리에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손석희 앵커도 시민단체의 맞불집회 장면을 전하면서 "그러니까 일본 사회는 그래도 여전히 건강한 구석은 있다, 이렇게 봐야 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3년 6월 한국을 찾았던 야스다 고이치 씨. Ⓒ 지유석
지난 2013년 6월 한국을 찾았던 야스다 고이치 씨. Ⓒ 지유석

이번 JTBC 탐사플러스 보도가 한국 정치에 던지는 함의도 작지 않다. 다시 한 번 야스다 고이치를 소환하고자 한다. 

그는 2013년 6월 한국을 찾은 적이 있었다. 그는 이때 "극우는 밑으로부터의 극우와 위로부터의 극우가 있다"는 말을 건넸다.

무슨 말이냐면 위로부터의 극우는 아베 내각의 우경화 경향으로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 같은 국가적 의제를 말한다. 한·일간 과거사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아래로부터의 극우란 혐한 정서로 무장한 재특회 같은 혐한단체다. 

야스다 고이치 씨는 이 둘을 구분하면서 일본의 제도권 정치가 우경화를 지향하고 있지만, 재특회의 선동구호는 수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 정치권과 대비해 보자. 일본에 재특회가 있다면 한국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태극기 부대가 있다. 이들은 줄곧 현 정부에 혐오감정을 여과 없이 쏟아내 왔다. 

그런데 보수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종종 태극기 부대에 추파를 던져왔다. 지난 해 10월 전원책 변호사가 조강특위 위원으로 위촉된 직후 태극기 부대를 "나라 걱정하는 분들이고 직전 대통령을 구속해서 추락한 국격을 걱정하는 분들"이라고 치켜 세웠다. 

유력 당권주자인 황교안 전 총리도 한국당에 입당하며 태극기 부대를 '귀한 분들'이라며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일본 정치가 혐오세력과 일정 정도 거리를 두는 반면, 한국은 제도권 정당이 지지율을 올리려고 혐오 세력에 기대는 꼴이다. 

손 앵커의 말을 빌려서 끝을 맺자면, 일본 정치가 한국에 비해 건강한 구석이 있다고 봐도 무리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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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표 2019-02-13 15:57:38
당신 입니다.

가면을 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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