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모를 교회 분쟁, 해결책은 ‘재정 투명성’ 확보다
끝 모를 교회 분쟁, 해결책은 ‘재정 투명성’ 확보다
[리뷰] MBC ‘PD수첩’, 서울교회 갈등 통해 한국교회 문제 진단
  • 지유석
  • 승인 2019.02.27 15:31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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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시사고발 프로그램 ‘PD수첩’은 서울교회 분쟁을 통해 한국교회에 만연한 재정 운영 불투명성을 꼬집었다. Ⓒ MBC
MBC 시사고발 프로그램 ‘PD수첩’은 서울교회 분쟁을 통해 한국교회에 만연한 재정 운영 불투명성을 꼬집었다. Ⓒ MBC

[굿모닝충청 지유석 기자] MBC 간판 시사고발 프로그램 <PD수첩>이 27일 '갈라진 교회'편을 통해 서울교회 분쟁을 다뤘다. 

서울교회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신도 2만 규모의 교회로, 보수 장로교단인 예장통합(총회장 림형석 목사) 교단 소속이다. 

신도 2만 규모면 대형교회라 할 만하다. 그러나 검찰 조직이나 조계종·명성교회 등 그야말로 살아 있는 권력과 맞섰던 <PD수첩>이 다루기엔 얼핏 '사이즈'가 작아 보인다. 

그러나 이 교회의 갈등을 불러온 근본원인에 이르면 제작진의 의도를 알 수 있다. 먼저 서울교회 갈등 상황부터 살펴보자. 

이 교회는 2015년 즈음부터 현 박노철 담임목사를 지지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으로 갈린 상태다. 예배가 열릴 때면 지지 성도와 반대 성도가 따로 예배를 드린다. 그리고 서로를 향해 욕설·비방을 서슴지 않는다. 

TV 화면을 통해 간접 전달됨에도 상황은 심각해 보인다. 현장에서 보면 갈등양상은 수습 불가지경이라는 확신마저 든다. 한때 함께 하느님 앞에 기도하고, 목사 설교 듣고, 식사하며 웃음꽃을 피웠을 텐데 이렇게 갈라져 싸우는 모습은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러나 이런 양상이 낯설지 않다. 서울교회와 비슷한 갈등을 겪었던 강북 J교회의 경우 목사 지지 성도가 새벽에 용역을 동원해 반대 성도를 끌어내고, 교회 울타리에 군대에서나 봤음직한 철조망을 친 적도 있었다. 하느님께 예배하는 공간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하기엔 믿을 수 없지만, 실제 상황이다. 

서울교회 갈등 상황은 이쪽이 옳다, 저쪽이 그르다 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둘 다 나쁘다’는 식의 양비론을 주장하려는 게 아니다. 

사태 초기엔 비교적 선악을 가르는 기준선이 명확했을 테지만, 갈등이 지속되면서 옳고 그름을 따지기가 무의미할 정도로 갈등이 격화됐다는 말이다. <PD수첩> 제작진도 대립하는 양쪽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주의를 기울인 기색이 역력했다. 

그럼 서울교회 갈등을 불러온 근본원인은 무엇일까? 박노철 담임목사 지지 성도의 말 속에 답이 있다. 이 성도의 말을 그대로 옮긴다. 

"정말 팩트는 재정비리예요. 재정비리가 목사님한테 들통 나니까 목사님을 내쫓으려고 한 거예요."

‘팩트는 재정비리’

PD수첩은 취재과정에서 서울교회 재정장부 원본을 입수했다. 교회 재정장부 원본이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는 일은 무척 이례적이다. 

장부를 통해 드러난 재정운영 상황은 말문을 막히게 만든다. 서울교회 4개 법인 이름으로 413개의 금융계좌가 개설돼 있었다. 그리고 이들 계좌엔 보통예금 외에 자산관리통장, 적금, 수익증권, 채권, 어음 등 투자상품 계좌도 섞여 있었다. 

MBC 시사고발 프로그램 ‘PD수첩’은 서울교회 분쟁을 통해 한국교회에 만연한 재정 운영 불투명성을 꼬집었다. Ⓒ MBC
MBC 시사고발 프로그램 ‘PD수첩’은 서울교회 분쟁을 통해 한국교회에 만연한 재정 운영 불투명성을 꼬집었다. Ⓒ MBC

돈의 흐름은 더욱 경악스럽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2004년 4월 H은행 서울교회 계좌에서 20억 원 출금되어 8억 원, 7억 원, 5억 원으로 나눠져 C은행 계좌에 입금됐다. 이어 2005년 10월과 12월 같은 계좌에서 20억 원, 10억 원이 각각 C은행 계좌에 입금됐다. 

2007년 5월에는 H은행의 또 다른 서울은행 계좌에서 15억 5000만 원이 출금돼 3개의 정기예금과 신탁계좌를 거쳐 2007년 5월 C은행에 입금됐다. 자금 흐름만 보면 돈에 발이 달려 은행문턱을 자유로이 넘나들었다는 느낌마저 든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재정운영은 극소수, 즉 이종윤 원로목사와 오정수 은퇴 장로만이 독점하고 있었다. 

이 지점에서 <PD수첩>이 서울교회 문제를 다룬 이유가 드러난다. 서울교회가 신도 2만 가량의 대형교회라고는 하지만, 여의도 순복음교회나 명성교회 같은 초대형교회(메가처치)에 비하면 '그저그런' 수준이다. 

그러나 서울교회 재정 상황은 한국교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 즉 방만한 운영과 불투명성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 서울교회 문제는 이 교회뿐만 아니라 한국교회 전반이 안고 있는 병폐라는 말이다. 

다른 대형교회라고 사정이 다를까? 5년 전 서울 서초동 대형교회인 S 교회 재정 감사에서 재정장부에 잡히지 않은 통장이 발견됐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다. 이 통장엔 담임목사의 새벽기도 CD수익금과 교회가 자체 운영 중인 북카페 수익금이 흘러 들어갔다. 6년간 흘러 들어간 돈만 2억 3,000만원이다. 그런데 2억은 증빙 없이 지출됐다. 

S 교회의 재정규모는 중견기업 수준을 훌쩍 뛰어 넘는다. 이런 교회의 재정운영 상황이 이 정도면, 만약 일반 기업이라면 세무당국의 세무조사를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S 교회 역시 담임목사 지지측과 반대측으로 갈려 갈등 중인데, 한 번은 반대측이 재정장부 열람을 요구한 적이 있었다. 

이에 대해 교회 측은 입장자료를 내고 “자신의 기대와 다른 방법으로 헌금이 사용되었다고 해서 교인이 이에 분노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필요도 없다”라면서 “기독교 교리상 헌금이란 하나님에게 하는 것이지 교회에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자신의 기대와 다르게 사용되더라도 자신이 헌금한 사실을 하나님이 부정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요약하면 헌금의 용처는 묻지 말라는 말이다. 

서울교회 신도들은 담임목사 지지파와 반대파로 갈라져 수년 째 분쟁 중이다. Ⓒ 지유석
서울교회 신도들은 담임목사 지지파와 반대파로 갈라져 수년 째 분쟁 중이다. Ⓒ 지유석

수만 신도 규모의 대형교회 재정이 극소수의 손에 운영되고 있고, 이로 인해 분쟁이 일고 있는 건 불행한 일이다. 

그런데 서울교회와 비슷한 양상이 한국교회, 특히 내로라하는 대형교회에 만연돼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진행자인 한학수PD도 클로징 멘트에서 이 점을 지적했다. 

"서울교회의 문제를 단순한 교회 내부갈등으로 보기 힘든 이유입니다. 이제는 한국의 교회가 투명한 재정이라는 사회적 규범을 지켜주길 기대합니다. 그것이 신도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며 세속의 물신숭배를 넘어서는 길일 것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할 방안은 의외로 간단하다.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면 된다. <PD수첩> 제작진은 대전 마중물교회를 소개했다. 이 교회는 헌금 내역과 사용처를 세세히 공개해 놓고 있다. 

여기에 더해 정부의 과세제도 정비도 시급해 보인다. 정부는 2018년 1월부터 종교인 소득에도 세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종교단체가 종교인에게 직접 지급하는 돈 이외의 비용(종교활동비)을 과세 항목에서 제외했다. 

또 세무조사 시 "종교단체가 소속 종교인에게 지급한 금품 외의 종교 활동과 관련하여 지출한 비용을 구분하여 기록·관리한 장부 등은 조사대상이 아님"을 명시했다. 

이런 규정대로라면 재정투명성 확보는 어렵다. 교회 등 종교기관이이 종교인에게 활동비 명목으로 지급하는 돈에 과세할 수도 없고, 종교활동비만 따로 관리할 장부를 만들어도 과세 당국의 조사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교회는 이 사회 속에 존재한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도 자신을 따르는 제자를 향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고 가르쳤다. 

그런데 교회가 세상의 빛이려면 우선 사회 규범부터 먼저 따라야 한다. 지금처럼 신도가 피땀 흘려 번 돈을 극소수의 종교권력자가 제멋대로 쓰고, 이를 숨기는 행태를 고치지 않는다면 맛잃은 소금 신세로 전락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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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보도 2019-04-13 10:11:25
차명계좌가 있는것은 맞지만 금융실명제 이전이었고 교회 재정확충을 위한 금융적 절차일 뿐 해당 행위로 원로목사나 장로 혹은 어느 개인이 부적절하게 금전적 이득을 취한 행위는 없었습니다. 이미 두차례에 걸친 경찰조사에서 무혐의처리되었습니다. 서울교회 분쟁의 원인은 후임 목사가 서울교회에만 있는 재신임 제도로 인하여 자신의 자리를 보전하기 어렵게 되자 용역을 동원하여 교회를 점거하고 마치 재정비리가 있는 것 처럼 프레임을 짜서 언론플레이 하고 이 재신임제도가 교계에 정착되고 하나의 판례로 남으면 자신들의 자리를 보전하기 힘들게 될 것을 우려한 교계 목사들의 이해관계가 적절하게 맞아 떨어져 일어난 일 입니다. 이미 서울중앙지법과 고등법원 판결에서 후임 목사는 패소하고 대법원의 최종 판결만 남아있습니다.

거짓목사 2019-03-02 23:04:43
https://youtu.be/oVRs6hPxltI
서울교회 분쟁의 시작, 박노철 목사!
교회 성도를 절세 혹은 세법을 피해 불법을 자행하는
범법자로 포장하기 방송을 통해서도 거짓증언 하다!

Michelle 2019-03-01 11:13:56
하나님이 함께 하는 교회라면 모든것이 클 리어해야 하지 않을까요?

꼬마인형 2019-03-01 10:47:58
한구교회들의 대부분의 비리는 교회의 헌금에 대한 투명성이 없어 벌어지는일이 대다수이다 이제는 이런일로 인하여 세상에 지탄받는 교회가 아니라 청지기 본연의 자세가 필요한것으로 판단된다 정말 교회가 본연의 하나님과 예수닝의 가르침으로 거듭나길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ㅇㅇ 2019-02-28 22:51:56
하느님이 아니고 하나님이다 똑바로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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