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광진의 교육읽기] 사제동행(師弟同行)의 길, 학교가 먼저 변해야
[성광진의 교육읽기] 사제동행(師弟同行)의 길, 학교가 먼저 변해야
교권 추락 등 교사·학생 상호 존중이 해답
  • 성광진 대전교육연구소 소장
  • 승인 2019.08.26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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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광진 대전교육연구소장
성광진 대전교육연구소장

[굿모닝충청 성광진 대전교육연구소장] 충북의 한적한 읍으로 문상을 갔는데, 상주들이 삼베 상복을 입고 곡을 하는 것이 아닌가. ‘어~ 이게 낯설어 보이는 것은 웬일?’ 다른 이들도 신기하게 바라보기는 마찬가지, 그 모습을 사진에 담는 젊은이도 있었다.

불과 이십여 년 전만 해도 낯선 모습이 아니었다. 대소 제사가 자정을 기다려 치러졌고 상차림에 과일 자리 하나 흐트러지면 집안 어른의 호통이 이어졌다. 그러나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제사도 간소하게 지내고, 돌아가신 조상님을 화장하여 납골묘나 납골당으로 모시거나, 평장으로 봉분을 없애는 것이 별로 이상하지 않게 되었다. 가장 완고하여 변화가 더디다는 장례와 장묘문화마저 많이 바뀌었다.

가부장적인 유교적 가치관이 크게 달라졌고, 그 변화는 거스르기 어렵다. 사회구성원 대부분이 농촌공동체에서 살았던 시대와는 달리 산업화 시대의 대도시에서 살아가다 보니, 현실에 맞게 바꿔왔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권위를 기반으로 교사의 학생에 대한 절대적이고 수직적인 관계가 90년대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지금 교사들의 지시와 훈계가 학생들에게 좀처럼 먹히지 않는 상황이 온 것이다. 학생들은 대체로 교사들의 무조건적인 권위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두 달여 전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는 친구가 돈을 주겠다고 해서 학생이 수업 중인 교사의 머리를 장난삼아 때렸고, 그 학생은 10일 출석정지 처분을 받았다고 한다. 충격적인 교권 추락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건이라 아니할 수 없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교에서 지난해 학생이 교사를 폭행·상해한 사건은 165건이 있었다. 2015년(83건)과 비교하면 3년 새 2배로 늘어났다고 한다. 또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전국 초중고교 교사 2만 5천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교육활동 침해를 경험한 교사는 10명 중 3명꼴이었다.

교사를 괴롭히는 학부모 갑질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아이들이 약간의 불이익을 당한다고 생각하면 주저 없이 항의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사는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고 시달리며 방치되고 있다는 생각들이 학교현장에는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전반적으로 교권이 많이 무너졌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런 실정에 대응하기 위해 오는 10월부터 교사를 폭행하거나, 교육 활동을 반복적으로 방해한 학생 등에게 강제전학과 퇴학 처분이 이루어질 수 있게 된다.

교육부는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 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 시행령 전부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 교원지위법이 10월 17일 시행되면 교육 활동을 침해한 학생에 대해 학교 폭력을 저지른 경우와 비슷하게 교내·사회봉사, 출석정지, 학급교체, 전학, 퇴학 등의 처분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처분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어느 정도 제어는 할 수 있으나, 일탈행위를 하는 학생들이 법령이나 징계를 그렇게 무겁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학교현장에서는 다들 알고 있다.

그렇다고 체벌로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체벌은 학생과 교사의 관계에 벽을 세우는 것과 같다. 또 체벌을 폭력으로 간주하는 시대를 살아가면서 학교에서만 예외일 수도 없다.

엄격한 처벌과 체벌로 지금의 교권 추락을 해결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지금의 교권 추락의 원인은 사회의 급격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학교는 완고하게 변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교사의 독점적인 지식전수자로의 권위를 인정받을 수 있었으나. 이제 우리 사회의 학력 수준이 높아지고 다양한 수단으로 지식 전수가 가능해져 학교가 독점적 지위를 누리던 때와는 달라졌다.

더욱이 지식의 보편화로 인해 교사가 갖고 있는 교육과정상의 지식 정도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누구나 손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굳이 교실 수업을 통하지 않더라도 인터넷 강의를 비롯한 다른 형식으로 얼마든지 보완할 수 있게 되었다.

기존의 권위가 무너져 내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와 교사들은 성적 경쟁에 기반한 지식 전수에 매몰되어 아이들의 인간적 성장을 위한 역할에는 소홀히 하다 보니 교사로서의 본질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가장 완고하다는 장례와 장묘문화도 현실에 맞게 변화되어 왔는데, 학교만 도대체 변화가 없다. 그리하여 지금의 사태에 대해 반성해야 할 대상은 학생들이 아니라 학교와 교사들이다.

교사와 학생이 서로 존중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학교가 변해야 한다. 학생을 존중해야 교사도 존중받을 수 있다. 특히 교사도 학교 시스템에서 존중받아야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존중받는다.

존중은 상대의 말과 생각을 충분히 들어주고 수렴하기 위해 노력하는 데서 비롯된다. 학교사회는 학생들과 교사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이들이 학교의 실질적인 주인이기 때문이다.

사제가 손을 맞잡고 학교의 실질적인 주인 노릇을 할 때 진정한 사제관계가 만들어질 것으로 본다. 학교의 모든 일을 교장이 좌지우지하거나 교육청이 간섭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와 학생의 의견을 민주적으로 수렴하여 운영하자는 것이다.

지금은 부부는 물론이고 부모와 자식의 관계도 수평적으로 서로를 존중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말하자면 학년별로 학생 대표들과 교사 대표들이 학교와 학급 운영 전반에 정기적으로 대화를 나누며 학생들의 요구와 불만을 듣고, 교사들도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하는 통로로 서로 소통했으면 한다.

서로 대등하게 만난 이 사제 간 회의에서 의견을 모으고 결정한 것을 서로가 손잡고 실행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사제동행(師弟同行)의 길로 가야 한다. 학교시스템이 사제동행을 위해 최선을 다해 도와주고 함께 노력해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교사와 학생이 서로를 존중하고 신뢰하는 학교의 전반적인 분위기에서 패륜적인 폭행사건이 일어나겠는가? 교사와 학생이 서로 소통하고 손을 맞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교와 교사가 학생들에게 ‘나를 믿고 따르라’던 시절은 지났다. 지금은 손을 잡고 더불어 가야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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