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 할머니-윤미향'…실타래처럼 얽힌 ‘애증(愛憎)’의 관계
'이용수 할머니-윤미향'…실타래처럼 얽힌 ‘애증(愛憎)’의 관계
  • 정문영 기자
  • 승인 2020.05.29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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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운동가 이용수 할머니와 정의기억연대 윤미향 전 대표 사이는 30년 전부터 오랫동안 켜켜이 쌓여온 감정의 실타래 같은 ‘애증(愛憎)의 관계’로 요약될 것 같다. 사진=SBS/굿모닝충청 정문영 기자
〈인권운동가 이용수 할머니와 정의기억연대 윤미향 전 대표 사이는 30년 전부터 오랫동안 켜켜이 쌓여온 감정의 실타래 같은 ‘애증(愛憎)의 관계’로 요약될 것 같다. 사진=SBS/굿모닝충청 정문영 기자〉

[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최근 인권운동가 이용수 할머니는 ‘코로나19’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가장 뜨거운 이슈메이커로 떠올랐다. 언론과 온 나라가 온통 그의 입을 주목하고 있다. 어떤 새로운 말이 튀어나올지, 그는 온갖 뉴스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을 정도다.

허재현 전 〈한겨레〉 기자는 29일 이 할머니와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윤미향 전 대표 사이에 일어난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그가 이날 유튜브 채널 〈허재현TV〉를 통해 밝힌 스토리를 종합하면, 둘 사이는 과거에서부터 오랫동안 켜켜이 쌓여온 감정의 실타래 같은 ‘애증(愛憎)의 관계’로 요약될 것 같다.

“이용수 할머니는 정신이 명료하신 분이어서 누구에게 이용당하실 분이 아니다. 하지만 윤 전 대표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팔아먹고 다닌다는 주장은 거짓이고 왜곡이다. 할머니는 친일파들의 준동에 절대 침묵해서는 안 된다.”

그가 과거 에피소드를 떠올리면서 간추린 결론이다. 그는 먼저 “2지난 19대 총선 공천을 앞두고 이 할머니의 출마를 윤 전 대표가 강하게 막았다”는 〈CBS노컷뉴스〉(27일자) 보도와 관련, 뒷이야기를 끄집어냈다.
“이미 자세히 알고 있었던 내용이고, 이를 아는 기자들도 제법 있을 것이다. 이 할머니의 2012년 총선 출마를 놓고 이를 만류하는 과정에서 다툰 적이 있다. 당시 할머니들이 다들 반대했다. 하지만 내부 갈등이 생기면 안 되는데다, 고령(84세)인 점 등을 고려해 윤 전 대표가 나서서 만류한 것이다. 그런데 이 할머니 입장에서는 따돌림 당하는 것 같아 기분 나쁘고 감정이 상했을 수도 있다. 물론 윤 전 대표에게도 세련되게 대처하지 못한 측면도 없지 않은 듯하다.”

그는 “일종의 둘 사이의 갈등에 불과한 것을 연예가중계처럼 10년전 말싸움 녹취록까지 찾아내 싸움을 중계하는 게 언론이 할 짓이냐”며 몽둥이를 들었다.

이어 “문제의 본질도 아닌 둘 사이 감정대립의 일면을 보도, 뉴스 접속자수나 늘리겠다는 생각”이라며 “30년을 함께 활동하다 보면 별의별 일이 다 생기는 게 세상사인데, 위안부 피해운동의 위대한 유산인 둘을 이간질해서 얻는 사회적 가치가 대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 이 할머니가 기자회견과 언론 인터뷰에서 “김복동 할머니가 (윤미향에게) 끌려다니고 이용당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결코 김 할머니가 끌려다닌 적도, 이용한 적도 없다”며 “윤 전 대표는 김 할머니의 뜻을 이어받아 활동한 것 뿐”이라고 바로잡았다.

특히 “이 할머니의 그런 주장은 ‘조선-중앙-동아’가 침소봉대하고, 일본 우익들이 악용하며, 미래통합당이 정략적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바로잡아야 한다”며 “그렇게 거짓말 하시면 안 된다”라고 버럭 했다. 친일파들의 역사왜곡에 이 할머니의 주장이 ‘악용’되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또 “윤 전 대표가 할머니들을 팔아먹고 다녔다”는 이 할머니의 주장에 대해서는, “섭섭함을 갖는 것까지는 좋은데, 그런 말씀은 후손을 속이는 잘못된 발언”이라며 "다른 할머니들과 의견대립이 있었던 사실은 쏙 빼고, 그렇게 왜곡하시는 건 아니다”라고 유감을 표시했다.

그리고는 “이 할머니는 앞으로도 계속 ‘존중’은 하되, ‘존경’이라는 단어를 쓰기에는 솔직히 저어된다”며 “위안부 피해자 운동을 바로잡는 방법 중 가장 최악의 수단을 쓰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할머니의 말을 받아쓰고 친일파들이 준동하는 것에 유독 침묵하는 것에 대해서도 후세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며 지극히 안타까운 소회를 드러냈다.

한편 〈한겨레〉 기자로 활동하던 그는 지난 2009년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인권보도상을 수상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인권 관련 NGO 단체들의 활동에 관해 활발한 취재와 보도로 평가를 받았다. 그때 자신이 직접 취재한 경험을 토대로 정의연에 관한 비하인드 보따리를 마저 풀었다.

“할머니들이 역사적 피해의식이 심한 탓에 마음에 응어리를 갖고 있는 분들이어서 상대하기가 힘들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윤 전 대표도 30년 동안 수많은 할머니들을 상대하면서 엄청난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

그는 이 할머니가 비교적 주관이 강한 성향인 탓에 수요집회 문제를 포함한 현안들에 대해 다른 할머니들과 이견을 보인 경우가 종종 있었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과거 총선 출마문제만 해도 이 할머니와 다른 할머니들과는 입장이 달랐다고 들었다. 또 김복동 할머니에 대한 열등감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할머니의 주장은 오히려 소수의견이었는데도, 과도하게 대표되는 경향이 없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윤 전 대표가 이 할머니에게 보다 섬세하게 대처하지 못한 측면도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그리고는 SNS에 올라온 故 김복동 할머니가 남긴 생전 어록 일부를 발췌해 인용했다.
“이렇게 오래 걸릴 싸움인 줄 알았으면 못했을 거야. 그냥 가슴에 묻고 사는 게 나았을까 후회하기도 해. 그래도 용기를 냈던 건, 비가오나 눈이오나 거리에서 함께 싸운 할머니들과, 윤미향과 정대협이 있어서 그래서 나는 싸울 수 있었던 거야. 억만금을 주어도 이 싸움을 끝내지 않겠다. 일본이 우리를 인정하고 사과만 한다면 용서할 마음이 있다. 아베가 정식으로 사과해서 위안부라는 꼬리표를 떼고, 명예를 회복시켜준 다음 법적으로 배상얘기를 해야, 그래야 끝나는 일이지. 내 죽어도 싸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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