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설마 했던 일이 역시나 하는 상황을 초래하고 말았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를 이 잡듯 들쑤셔놓은 대다수 국내 언론이 저지른 왜곡보도 탓에, 독일 수도 베를린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의 철거가 불가피해졌다.
독일에서 세 번째이고, 공공장소에 세워진 첫 사례였던 베를린 소녀상은 지난달 25일 베를린 미테구의 비르켄 거리와 브레머 거리가 교차하는 지점에 베를린의 한국 관련 시민단체인 코리아협의회(Korea Verband) 주도로 세워져, 28일 제막식까지 열렸다.
베를린 미테구청은 그러나 최근 일본의 철거요구를 받아들여 “14일까지 소녀상을 자진 철거하지 않을 경우 강제 집행을 하고 비용을 청구하겠다”며 한국 측에 소녀상의 철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왔다.
그런데 독일의 이 같은 입장변화의 배경에 국내 언론 보도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일본 정부가 소녀상의 제작비 등을 지원해온 정의연의 회계부정 의혹을 핵심 설득논리로 이용, 이것이 외교적으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일본 내 언론 보도가 나온 것이다.
일본 산케이 신문은 10일자 보도에서 “불투명한 회계 처리 의혹이 부상해 국내외에서 엄격한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며 정의연의 회계부정 의혹을 “적의 실책(敵失)”이라는 표현으로까지 평가했다. 일본에서는 국내 언론의 무분별한 마녀사냥식 의혹 보도가 결정적인 도움이 됐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셈이다.
일본은 이번 사건을 일본의 “외교적 성과”로 자평하는 가운데 국내 언론에 대해서는 고마움을 감추지 못하며 내심 표정 관리에 나서는 분위기다.
결국 정의연의 회계부정 의혹을 들추어 후벼파고, 발칙한 상상력을 보태 이를 다시 침소봉대해 부풀리고 정의연을 부정한 괴물단체로 낙인 찍어온 수구언론과, 그를 하이에나처럼 우르르 달려들었던 부회뇌동 얼치기 언론이 범한 악행으로 인해 돌아온 부메랑이다.
한마디로 자업자득(自業自得)이 아닐 수 없다. 결과적으로 〈굿모닝충청〉 등 극소수 언론을 제외한 우리나라 대다수 언론의 매국적 행위로 일본이 외교적 승리를 거머쥐게 됐음이 만천하에 고스란히 드러나고 말았다.
한편 공공장소에 설치된 소녀상이 철거된 것은 지난 2018년 필리핀 마닐라시의 소녀상이 철거된 이후 2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