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우의 환경이야기] 환경교육은 만년지대계
[염우의 환경이야기] 환경교육은 만년지대계
염 우 (사)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청주새활용시민센터 관장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0.12.11 1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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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학교추진협의회 발족식. 사진=풀꿈환경재단/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초록학교추진협의회 발족식. 사진=풀꿈환경재단/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인류가 직면한 지구 온난화를 비롯한 환경 문제는 이제 전문가들만의 고민이 아니다. 오늘을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이 지혜를 모아 실천하고 이겨내야 할 문제다. 이에 굿모닝충청은 충북 환경운동의 역사로 불리는 풀꿈환경재단 염우 상임이사로부터 환경의 중요성과 더불어 우리지역에서 진행돼온 환경운동의 현실과 앞으로 실천해야 할 과제 등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로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있다. 국가의 먼 미래를 내다보는 큰 계획이라는 의미이다. 사람을 가르치고 기르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환경교육은 ‘만년지대계’라 할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촉발된 것도, 그 대책을 찾는 것도 사람의 일이다. 기후위기와 대멸종이 시작된 것도, 그 해결방안을 찾아야 하는 것도 사람의 몫이다. 사람이 생각과 행동이 바꿔야 세상도 사람을 포용해주기 때문이다. 인류가 탄생한 후 수백 만 년 동안 자연의 하나로 순응하며 살아왔다. 가장 최근의 사람들이 자신의 욕심을 채우고자 자연생태계와 다른 생물종, 심지어 다른 집단에 속한 사람들을 의도적으로 파괴·훼손·개조·섬멸·수탈·착취·억압해 왔다. 그 시점을 농경목축생활 직후부터라 할 때 개략 1만년 정도의 기간이다. 자연에 대한 못된 태도는 그때부터 형성되고 계승되어 왔다.

나는 환경교육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인식하게 된 몇 번의 경험들이 있다. 첫 번째 경험은 1996년 무분별한 생수개발 반대운동을 통해서다. 지금은 먹는샘물(생수)을 사먹는 것이 일반화 되었지만 당시에는 무허가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수공장을 운영하고 있을 때다. 주로 농촌지역에 관정을 뚫어 무작위로 지하수를 뽑아대다 보니, 마을의 샘물이나 농업용 관정이 고갈되는 현상이 빚어졌다. 당시 전국 생수공급량의 60%가 충북지역에 몰렸는데 청주시 미원면을 비롯하여 지역주민들이 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대응을 시작하였다. 10개 지역대책위원회가 모여 충북도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연대하였고, 수년간 전국 지하수 보전운동의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였다. 주민들은 지하수에 관한 이론과 지식을 어디서 배웠을까?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고 했다. 맨 먼저 싸움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학습을 할 수 밖에 없다. 환경피해나 생존위기에 직면한 주민들은 여기저기 쫓아가 묻고, 여기 저기 자료를 찾아가며 그 사안의 전문가가 된다. 그리고는 비슷한 처지에 처한 사람들을 찾아가 알려주고 가르치는 교육자가 된다.  함께 싸울 동지들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두 번째는 경험은 생태탐사모임을 통해서다. 생수개발 반대운동의 실무활동 경험을 통해 나는 환경교육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그래서 환경답사모임(이후 생태탐사모임으로 변경)을 만들었다. 모임의 룰은 간단했다. 한 달에 한번 환경답사는 가는 것이다. 준비와 안내 등 진행은 돌아가면서 맡되 여건이 되지 않는 사람은 유보시켜 준다. 1년도 되기 전에 모든 사람이 진행을 맡게 되었고 안내자의 역할을 경험하였다. 사람은 다른 사람을 가르치면서 더욱 깊이 배우고 깨우치는 법이다. 진행을 맡아 본 사람은 자신감이 생기고 다시 자신의 순서가 돌아오길 기다린다. 처음 5명으로 시작한 모임은 2년 후 30여명으로 늘었고 분반을 해야 했다. 그리고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탐방프로그램을 추진하였다. 첫해는 분기에 한번, 다음 해는 두 달에 한번, 그 다음해는 매월 시민생태탐방을 개최하였다. 환경의식도 높이고 생태적 감수성로 늘어난다. 에코매니아와 에코훼밀리들이 형성되었다. 점차 청주충북환경연합의 풀꿈생태문화사업으로 확대·심화되었다. 시민들의 문화를 바꾸어가는 과정이다.

세 번째 경험은 2004년 원흥이마을 두꺼비서식지보전운동을 통해서다. 이미 이 무렵 기관, 단체별로 탐방기행, 관찰학습 등 다양한 생태문화사업을 펼치고 있었다. 숲해설사, 자연안내자들과 같은 교육활동가를 양성했으며 이들이 활동이 참으로 왕성했다. 두꺼비의 집단서식지를 처음 발견한 것도 생태교육연구소‘터’의 자연안내자 모임에 참여하는 엄마들 이었다. 자연스레 생태관찰, 학습프로그램이 이루어졌고 두꺼비들의 신비한 생명활동과 원흥이마을의 생태적 가치가 시민들에게 알려졌다. 택지개발로 인한 대립과 갈등의 상황에서 가장 열심히 싸운 사람도 교육활동가들이다. 함께 찾아와 보고 느끼며 즐거워해야 할 소중한 공간을 지키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깨어있는 시민은 자신의 생각을 전파하고, 이에 공감한 대중은 엄청난 응원군이 되어 주었다. 그 결과 원흥이생명평화회의는 타결 방안을 도출할 수 있었고 상생의 실험을 이어갈 수 있었다. 세상을 바꾸는 힘은 시민교육과 시민들의 행동인 것이다.

가장 최근의 경험은 기후천사 그레타 툰베리를 통해서다. UN이 기후변화협약을 체결한 해는 1992년이다. 교토의정서가 발효되어 선진국 중심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시작한 것이 2008년이다. 환경운동가인 내가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에 깊이 공감하고 본격적인 대응을 시작한 것도 이 무렵부터이다. 이후 십여 년 동안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노래하듯 외쳐왔다. 하지만 정작 지구촌 시민들에게 기후위기의 시급성을 알려낸 사람은 16살 소녀 툰베리다. 아스퍼거 증후군을 오히려 자신의 초능력으로 여긴다는 그녀는 2018년 8월 기후를 위한 1인 시위를 시작했으며, 불과 2~3년 만에 전 지구적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물론 혼자만의 공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마음이 툰베리의 말과 표정을 통해 표출된 것이다. 가식이 있거나 기교를 부리면 교육적 효과가 떨어진다, 말로만 그쳐서도 호응을 얻어내기 어렵다. 훌륭한 교육자는 순수하게 판단하고 일관되게 행동하는 사람이다. 진정성이야 말로 환경교육의 핵심이다. 

환경교육을 확대, 심화하기 위한 활동을 점점 더 활발히 펼치게 되었다. 2006년에는 충북환경운동연합의 환경교육 전담기구인 환경교육센터 ‘초록별’을 설립하였다. 이후 환경교육을 위한 전용공간 확보를 위해 시민환경센터 건립 운동을 추진하기도 하였다. 청주시의 환경교육 전문시설인 청주국제에코콤플렉스 건립과 운영에도 깊이 관여하였다. 청주국제에코콤플렉스는 2016년 개관한 이래 환경교육의 허브기관으로서 다양한 생태환경교육사업을 펼쳐왔으며, 충청북도환경교육센터로 지정되었다. 하지만 환경교육 활성화를 위한 빅피쳐는 또 다른 영역에서 그려지고 있었다. 그것은 꽤 대담한 일이었는데, 지역사회가 환경교육감을 당선시킨 일이다.

김병우 충북교육감과 함께하는 환경교욱정책협약식. 사진=풀꿈환경재단/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김병우 충북교육감과 함께하는 환경교육정책협약식. 사진=풀꿈환경재단/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김병우 교육감은 청주충북환경연합의 감사와 공동대표를 역임한 환경론자이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시민후보로 출마하였으나 낙선하였다. 하지만 우력한 차기 주자로 부각되었고, 2014년 교육감 선거에 다시 도전하였다. 당시 환경단체들은 시민후보 타이틀을 넘어 환경후보의 역할을 기대했고 선거에도 깊숙이 관여하였다. 그해 휴식년을 마치고 복귀를 앞두고 있던 나는 복귀를 미루고 김병우 후보의 행복교육캠프에 합류하였다. 정당선거에 개입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었으나, 비정당 선거인 교육감 선거에는 참여할 수 있었다. 캠프에서의 직책은 집행위원장, 선거캠프에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직책은 아니었으나 시민후보라는 특수한 상황이 반영된 것이다. 위아래를 아우르는 꽤 비중있는 역할이었다. 환경단체들은 교육감후보와 정책협약을 맺기도 하였다.

김교육감은 2014년 압도적 득표로 당선되었고 2018년 재선에도 성공하였다. 취임 직후 환경교육감을 표방하였고 ‘안전하고 평화로운 생태환경 조성’, ‘생명을 존중하는 평화·안전교육’을 중점시책으로 설정하였다. 초기에 친환경무상급식을 시행하였고 학교환경교육계획 수립, 환경교육체험센터 건립 추진, 교원직무연수 실시 등 환경교육정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무엇보다 뚜렷한 성과는 지역사회와 함께 추진해 온 초록학교만들기 사업이다. 2017년 종합계획 수립과 기반구축 사업을 시작으로 본격화되었다. 2018년부터는 5개년에 걸친 초록학교만들기 실천협력사업을 전개하고 있는데, 2020년에는 60개의 학교가 초록학교로 참여하였다. 초록학교는 ‘지구환경을 지키는 생태순환형 학교’이다. 초록학교만들기의 목적은 ‘학교 중심의 지속가능한 환경공동체를 실현’하는 것이다. 기후위기 환경재난 시대 환경교육정책의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초록학교만들기 종합판이자 업그레이드 버전인 ‘초록학교 3.0’ 비전 수립을 추진하고 있다.  

어른들에게 환경교육을 시켜서 지켜낸 좋은 환경을 아이들에게 넘겨 줄 수 있는 상황은 이미 지나버렸다. 환경교육의 대상은 어른들이 아니라 아이들이다. 환경교육의 내용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데, 마지막 세대가 되지 않도록 너희들이 환경을 지켜다오’라고 솔직하게 고백하는 것이다. “미래가 사라질지도 모르는데 제가 왜 공부해야 하나요?”고 툰베리가 제기한 질문에 대한 궁극적인 대답을 찾는 것, 이것이 만년지대계 환경교육의 시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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