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68] 버드나무 아래 우물가와 빨래터, 새로운 마을 문화 공간...논산시 연산면 송산리 버드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68] 버드나무 아래 우물가와 빨래터, 새로운 마을 문화 공간...논산시 연산면 송산리 버드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2.04.07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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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채원상 기자
사진=채원상 기자

[굿모닝충청 글 백인환 작가, 사진 채원상 기자] 논산면 연산리 버드나무 보호수는 원래 두 그루였다.

2017년 말에 원줄기가 훼손된 한 그루는 보호수에서 해제됐고, 지금은 두 갈래로 갈라진 버드나무 한 그루가 남아있다.

우물가도 새롭게 바뀌었다. 버드나무 그늘 아래에서 오랫동안 소박한 모습을 간직하던 우물은 땅을 깊이 파서 우물과 빨래를 함께 이용하도록 작년에 현대식으로 바꾸었다.

상수도가 발달하기 전 우물과 빨래터는 동네의 중요한 여성공동체의 공간이었다.

특히 가부장적인 권위와 질서를 중시하는 조선 후기 유교 사회에서 남녀와 신분을 엄격히 구분하면서도 집안일과 농사일, 거기에 육아까지 도맡아 해야 하는 여성에게 우물가와 빨래터는 유일한 여성 간의 소통 창구였다.

어린 나이에 시집가는 여성이 흔했던 조선 후기, 육아나 결혼 생활 정보는 시집보다는 같은 처지의 여성들이 모인 빨래터가 유용했다.

여성의 노동을 나누고 경험을 공유할 수 없는 시집살이보다는 이해관계가 없는 여성들이 모인 빨래터나 우물가는 고급 정보뿐만 아니라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는 공간이었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그림이 김홍도의 그림‘빨래터’다.

빨래터의 현장은 개울이다. 그림에는 졸졸 흐를듯한 공간에서 네 명의 여성과 얼굴을 가린 한 명의 양반 남성이 등장한다.

그림 속의 네 명의 여성은 각기 다른 행동을 보여 주면서 조선 후기 여성의 삶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

먼저 애 딸린 여성은 아이가 떼를 쓰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고 바위에 앉아 자신의 머리를 땋는데 집중하고 있다. 모성보다는 단정한 모습을 갖추려는 여인의 모습이 보인다.

이에 반해 개울에 발을 담고 서 있는 여성은 긴 빨래를 비틀어 짜는 데 애를 쓰고 있다. 빨래터가 가혹한 노동의 현장임을 알려준다.

마주한 두 명의 여성은 방망이질을 하면서 서로 대화하고 있다.

한쪽은 연신 말을 꺼내고 있고 옆의 여성은 내내 웃고 있는 모습이다.

아마도 시집살이 험담에 서로 동질감을 느끼는 순간인 듯하다.

한편 남성이 만든 체제에서 숨죽이면서 살아야 했던 조선 후기와 달리 고려나 조선 전기의 버드나무 아래 우물가와 빨래터는 여성의 신분 상승의 공간이었다.

고려와 조선을 세운 태조 왕건과 이성계의 얘기다.

목이 말랐던 두 임금은 마침 우물가에서 빨래를 하던 여인에게 물을 청하자, 두 여인 모두 버드나무 잎을 띄워 물을 건넸다.

급히 마시다가 배탈을 걱정한 두 여인들의 마음씨에 감동받은 두 남성은 후에 임금과 왕비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다.

아직 논산시 연산면 송산리 버드나무 아래의 우물가와 빨래터에 사람들의 발길이 보이지 않는다.

농촌이라도 세탁기 한두 대 정도는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굳이 차가운 물에 손을 담그면서 빨래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지자체에서 우물과 빨래터를 복원해 지역 공동체를 살리는 발상과 실천이 잇따르고 있다.

스토리텔링 작업을 통해 마을 투어 문화 상품으로도 개발되고 있다.

어쩌면 작년에 우물을 현대식으로 바꾼 이유도 마을의 중심 공간으로 자리 잡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싶다.

앞으로 이곳이 주민들의 문화 공간으로 변모하기를 기원한다.

논산시 연산면 송산리 328-1 : 버드나무 1본 525년(2022년)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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