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92] 치매를 앓는 느티나무와 매년 찾아오는 파랑새 가족...아산시 도고면 오암리 느티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92] 치매를 앓는 느티나무와 매년 찾아오는 파랑새 가족...아산시 도고면 오암리 느티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2.09.04 14: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굿모닝충청 글 백인화 작가, 사진 채원상 기자] 매년 5월이 되면 아산시 도고면 오암리 느티나무를 두고 파랑새 간에 격렬한 싸움이 벌어진다.

커다란 구멍이 있는 느티나무를 차지하기 위한 다툼이다.

“케엣, 케엣”

“케케켓, 케에케켓”

말 그대로 온몸이 파랗고 부리가 빨간 파랑새는 오암리 느티나무 구멍을 두고 소리를 지르며 싸우고 있다.

“애들아! 너희들은 서로 양보하면 안 되니? 너희들 때문에 정신 사나워 죽겠어!”

오암리 느티나무 할아버지는 파랑새의 시끄러운 소리가 달갑지 않았다.

“느티나무 할아버지! 저 몰라요?”

“매년 할아버지 집에 와서 파란 아기들을 낳고 가을에 떠나는 파랑새에요”

“작년에도 할아버지 품에서 태어난 우리 아기들을 예뻐하고, 아이들 잘 키우라고 격려까지 해주셨는데, 기억 안 나세요?”

매년 찾아오는 파랑새는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오암리 느티나무에 매우 서운했다.

“미안하구나, 할아버지가 벌써 300살이 넘어서 기억이 가물거리고, 요즘 내 몸도 몹시 아프단다”

느티나무 할아버지는 기억뿐만 아니라, 나이 먹을수록 줄기에 상처가 자주 생기고 가지가 쉽게 부러지면서 몸까지 아프다 보니, 작은 것에도 예민한 자신의 상황을 파랑새에게 설명해 줬다.

“그런데, 왜 그리 친구하고 싸우니?”

매년 자기 몸에 난 나무 구멍을 차지하기 위해 파랑새 간의 다툼을 봐왔던 느티나무 할아버지는 전혀 기억을 못한 채 파랑새에게 싸우는 이유를 물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품에 있는 나무 구멍이 우리 집이에요. 그래서 올해도 아내와 함께 아이를 낳고 키워서 겨울이 오기 전에 떠날 예정입니다”

“얼마 전에 집에 도착했는데, 다른 파랑새가 제 허락 없이 둥지를 지으려는 모습에 제가 화가 난 거예요”

“이제 시끄럽지 않을 겁니다”

“아! 그렇구나. 그러면 필요한 것들이 있니?”

할아버지는 이제야 매년 찾아오는 파랑새를 기억하고 필요한 것들을 챙겨주겠다고 했다.

“오늘은 집에 필요한 재료를 물어오려고 해요. 그리고 아내는 집에 삐져나온 나무가시들이 있는지 확인하고 집 정비를 할 거고요”

“그래야 7월에 아이들을 편안하게 키울 수 있을 것 같아요”

시간은 흘러 7월 한여름에 파랑새 아이들은 건강하게 태어나서 어미 새가 물어 온 먹이로 쑥쑥 자라고 있었다.

“아이들이 씩씩하게 자라는 것 같은데, 너희 둘은 먹이 구하는 게 힘들지 않니?”

할아버지는 하루에도 수십 차례 번갈아 가며 입 한가득 곤충을 물어오는 어미 새 둘이 측은하게 보였다.

“아녜요! 아이들이 커가는 게 너무 좋아서 힘든 줄 모르겠어요”

“5개의 알을 낳았는데, 구렁이와 까치 공격으로 아이 셋을 잃을 때만 해도 아내가 너무 힘들어 했는데, 지금은 두 아이가 너무 잘 커 줘서 고맙죠”

잠시 어미 파랑새는 구렁이에게 알을 도둑맞았고, 물까치가 두 마리의 새끼를 물어간 사건을 떠올렸다.

당시만 해도 새끼를 잃은 아픔에 모두 힘들었는데, 남은 아이들이 잘 커줘서 아픔을 잊고 살았다.

9월 초 현재, 오암리 느티나무 할아버지 위로 파랑새 가족 4마리는 하늘을 나는 훈련을 하고 있다.

올해 태어난 파랑새 아기들은 이제 느티나무 위로 날아다니는 딱정벌레나 잠자리를 잡아채는 사냥술을 터득할 만큼 성장했다.

느티나무 할아버지는 매일 파랑새 가족을 보는 맛으로 사는 듯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내년에도 너희들은 나를 찾아올 거니?”

느티나무 할아버지는 파랑새와 함께 했던 봄·여름이 즐거웠는지, 다시 만나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래요. 할아버지. 내년에도 꼭 찾아올게요. 그때는 우리 가족 잊지 마세요”

“그럼 잊지 않고 있으마”

파랑새 가족은 알고 있다.

내년에 다시 찾아와도 느티나무 할아버지는 파랑새 가족을 잊을 거라는 걸.

그래도 파랑새 가족은 할아버지 품을 그리며 내년을 기약할 것이다.

아산시 도고면 오암리 산 32-1 느티나무 1본 470년(2022년)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황해동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황해동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2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