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05] 동아시아와 한반도의 허브(hub)임을 증명한 은행나무...서산시 석남동 은행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05] 동아시아와 한반도의 허브(hub)임을 증명한 은행나무...서산시 석남동 은행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2.11.26 2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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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 백인환 작가, 사진 채원상 기자] 동아시아와 한반도의 허브(hub)라 한다면 너무 비약적인 표현일까?

서산시 석남동의 640년이 된 은행나무에는 그 단서가 있다.

수명만으로도 조선을 넘어 고려부터 서산시에 자리 잡은 은행나무는 수령만큼이나 웅장하다.

이곳의 옛 지명은 ‘남원(南院)’이다.

원(院)은 역참(驛站) 제도를 두었던 전통시대의 교통·통신 기관 사이에 둔 일종의 숙박시설이다.

국가의 명령과 공문서 전달, 긴급한 군사 정보 및 외국 사신 영접, 공공 물자 이동 등을 위해 설치된 역참은 고려 시대부터 전국적으로 체계적인 조직망을 갖추고 운영됐다.

즉, 고려와 조선 시대의 공무원(관원)이 지방으로 출장 갈 때 필요한 숙박과 교통수단인 말과 마부를 두어 짐을 옮겨야 하는 시설이 필요했는데 그 역할을 했던 곳이 원이다.

그 중 서산은 내포 바다를 끼고 한양과 중국과의 무역 등 여러 교통 기관과 연계된 장소 중 하나였다.

과거 석남동이 남원이라 부르면서 이런 역할을 수행했던 일은 석남동 은행나무를 통해 전해 오고 있다.

남원 마을 동구 앞에 천년이 넘는 은행나무라고 알려진 석남동 은행나무는 서산정씨(瑞山鄭氏)의 시조인 원외랑(院外郞) 정신보(鄭臣保))가 송나라가 망하자 고려에 귀화하여 이곳에 정착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의 아들 양열공(襄烈公) 정인경(鄭仁卿) 장군은 고려 말 중찬(조선의 영의정)에 오를 정도로 성품이 강직하고 몽골어에 능했던 인물로 몽고군을 크게 무찔렀고, 이후 고려와 원나라 사이의 외교적 갈등을 해결했던 서산의 대표적인 위인이다.

정장군이 어려서부터 말을 타고 무술을 익혔던 장소가 바로 석남동 은행나무였다.

당시 정장군이 말 타고 훈련하면서 남긴 말발굽 자국은 아직도 은행나무 아래의 바위에 새겨있다는 전설까지 품고 있어 서산 주민들은 매년 제사를 지내며 소원을 빌고 있다.

심지어 나무를 함부로 베거나 훼손하면 죽게 된다며 주민들은 정성껏 살피고 있다.

은행나무 주변은 ‘남한들’이라 부른다.

넓은 평야 지대가 많은 서산시이기에 남한들에는 북쪽에서 날아오는 두루미 무리들이 매년 찾아왔다고 한다.

그래서 석남동 은행나무 주변에는 과거 ‘학도래지’로 천연기념물 표지석까지 세워져 있었다고 한다.

수십 년 전에 천연기념물 학도래지에서 해제되었으나 여전히 서산은 우리나라 최대의 철새도래지이다.

최근에도 순천시와 함께 ‘흑두루미’가 수백에서 수천 마리가 도래하는 지역이 서산시이다.

흑두루미는 동아시아 북쪽의 러시아, 중국의 넓은 습지에서 번식하고 일본 가고시마현의 이즈미시에서 월동하는 천연기념물로서 서산과 순천의 넓은 농경지는 이들이 평안하게 쉬고 떠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

이처럼 석남동 은행나무는 국내외 정보와 사람, 그리고 물자를 교역했던 장소였고, 동아시아를 종단하는 두루미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이정표인 셈이다.

이런 점에서 석남동의 은행나무는 서산의 역사와 생태를 아우르는 상징물이 될 자격을 갖추고 있다.

서산시 석남동 510-2 은행나무 1본 640년(2022년)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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